• [외국인이 좋아할 식당] ① 평화의 음식 내는 퓨전 한식당 ‘담아’

    입력 : 2011.12.29 15: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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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아 엄마. 안녕하세요. 나는 13일에 식사를 먹었던 일본인의 엔도입니다. 어제 15일에 무사 일본에 귀국했습니다. 매일 맑은 하늘에서, 특히 식사가 어디서 먹어도 맛있어서 나의 조상은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 한국 요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댁의 요리는 단연 넘버원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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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와 근접한 일본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에 사는 엔도 카즈오(遠藤和男) 씨가 대학로에 있는 한식당 담아의 신지현 대표 앞으로 보낸 편지다. 엔도 씨는 담아의 음식에 얼마나 감동을 받았는지 인터넷으로 한 문장 한 문장 번역한 한글을 그리듯 써서 편지를 보냈다. 보통 정성이 아니다. 그는 편지에서 이곳 음식을 먹은 뒤 변비가 뚫렸고 부인은 피부가 반들반들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며칠 뒤 한국을 다시 방문할 때 들리겠다며 숙소는 신라호텔에 잡아 놓고도 이곳에 자리를 예약했다. 엔도 씨처럼 편지를 보내지는 않았지만 영국 캠브리지대 출판사 대표나 프랑스의 니나리치 회장 등도 담아의 음식에 푹 빠졌다고 한다. 특히 문화예술위 인사의 소개로 담아를 찾았던 스티븐 본(Stephen Bourne) 캠브리지대 출판사 대표는 한국에서 일을 마치고 공항을 나갈 때까지 담아 이야기를 계속 하면서 좋게 평가를 했다며 그를 수행했던 가이드가 추후 전했다고.

    동서양 외국인들이 모두 찬사를 보낸 담아는 특급호텔의 번듯한 식당이 아니다. 대학로에서도 호젓한 골목에 자리 잡은 작은 식당이다. 게다가 그들보다는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더 맞을 만한 한식을 내는 곳이다. 그런 식당이 외국인까지 만족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 만드는 가양주와 소스 담아는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뒤 소극장들이 있는 뒷길 중에서도 제일 안쪽인 세 번째 뒷길(동숭길)에서 또 골목으로 들어가는 곳에 있다. 마로니에공원과 낙산공원의 중간쯤 되는 곳이다. 그만큼 자기 집을 찾아가는 느낌을 준다.

    신 대표를 따라 먼저 뒤뜰을 돌아봤다. 동숭동 작은 집의 뒤뜰이니 넓지는 않다. 그런데 그 좁은 뒤뜰에서 감물 들인 손수건이며 테이블보 등이 햇살에 익어간다. 수질오염을 줄이려고 물로만 빨아 말린다고 한다. 그런데 감물을 들이고 햇빛으로 말려 아주 청결하다.

    그 주위로 뚜껑을 덮은 독들이 보인다. 처음 연 독에선 잘 익은 우메보시가 나왔다. 생선 먹을 때 꼭 필요한 것인데 지금은 직접 담그는 집이 별로 없는 식재료다. 그 옆 독을 여니 산머루와 오미자 등을 섞어 담근 가양주가 맛있게 익고 있다. 향긋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는 것 같다. 신 대표는 최근 오가피 가양주를 담갔다고 한다.

    반주로 나온 가양주는 와인보다 약간 맑으면서 그윽하고 신선한 과일과 꽃의 향기를 풍긴다. 웬만한 와인보다 훨씬 부드럽게 넘어간다. 담아에선 알코올을 넣지 않고 자연 발효시킨 산머루나 오미자 오가피 복분자 가양주를 철따라 낸다. 양이 한정돼 있어 취할 만큼 주지는 않는다.

    “음식을 먹으면 자연스레 활성산소가 발생한다. 항산화물질이 풍부한 가양주를 반주로 곁들이면 활성산소를 없애 소화를 돕고 식후 나른함을 방지한다.”

    신 대표가 가양주를 내는 이유다. 담아의 인기 비밀 중 하나는 뒤뜰에 있는 것 같았다.

    계절·손님에 맞춰내는 퓨전 궁중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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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샐러드와 외국의 콘소메 스프(맑은탕)를 연상케 하는 백화고 완자탕이 나왔다. 갓 따온 것처럼 풋풋한 채소에 철따라 과일이나 토마토 등을 곁들여 내는 샐러드는 신선한 것은 물론이고 색상까지 구미를 당긴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것은 이 집만의 드레싱과 토핑이다. 발효 복분자 소스 등 이곳만의 드레싱을 얹는데 감미로운 향이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최근엔 석류알을 토핑하는데 탱글탱글한 석류알이 오감을 자극한다. 항암효과가 있다는 최고 품질의 표고를 쓴 완자탕 국물에선 버섯향이 풍기고 표고를 씹을 때 질감도 일품이다. 요즘 시작했다는 성게알찜은 바다 냄새가 입 안에 가득 차는 것 같다. 계란찜에 성게알을 넣어 쪄냈는데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이 가득한 강장식으로 허약 체질이나 산후회복에 좋다고 한다. 칼칼한 시래기된장국은 이곳에서 직접 담은 된장으로 끓였는데 오랜만에 고향의 맛을 만난 느낌을 주었다. 고기 요리에 곁들이는 오가피나 곰취 장아찌도 매력 포인트다. 오가피 장아찌는 신선하면서도 독특한 향으로 고기 특유의 느끼한 맛을 가셔주는데 피를 맑게 하고 마음까지 편하게 해주는 힐링푸드라고도 한다.

    돼지고기 수육이나 쇠갈비는 바로 먹을 수 있게 내어 냄새가 옷에 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당연히 외국인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이처럼 궁중음식 전문가인 신 대표는 그때그때 계절과 손님의 특성을 살린 음식을 낸다. 메뉴가 딱 정해지지 않았는데 언제 가도 새로운 느낌의 요리를 접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담아엔 단골이 많다. 소리꾼 장사익 씨도 이곳 단골 중 하나이며 인근 서울의대 교수들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그 깊은 맛이 외국인까지 감동시키는 것일까.

    ■ 퓨전 한식당 담아는 주로 예약제로 운영한다. 점심 특정식 2~3만원. 담아정식 정음 3만원, 리도 5만원, 세종 9만원. 영업은 점심은 12시부터 오후 2시, 저녁은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일요일도 단체 로 예약하면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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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건 기자 borane@mk.co.kr│사진 =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5호(2011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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