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x] “여성 욕구는 제각각, 10년차 아내라도 물어봐야”
입력 : 2011.11.04 16:58:56
-
김준 [vivienne westwood] 160cm x80cm, digital print, 2008.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이 어김없이 그늘 가득한 얼굴로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나누다 한쪽 남자가 아주 어렵게 먼저 운을 뗐다.
“저…어떻게 부부관계 좀 잘 되시나요? 저는 좀 문제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하하하…덥네요”라고 어렵게 말을 시작하자 옆집 남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한숨을 길게 내쉬며 곧 바로 대답을 했다. “아이고, 말도 마세요. 울 마누라는 뭐 그리 불만이 많은지 끝나고 나면 하도 짜증을 내서 요즘은 아예 가까이 갈 엄두가 안 납니다.” 한동안 서로의 눈을 바라보다 처음 말을 꺼낸 남자가 용기를 내어 “그럼 우리 한 번 바꿔서…”라고 말하자 둘은 그 자리에서 의기투합했다.
둘은 일이 끝나는 대로 정원으로 와서 기다리기로 하고 서로 옆집으로 조심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먼저 이야기를 꺼낸 남자가 후회도 좀 하며 살짝 긴장한 채 2층 침실 문을 살며시 여니 돌아누워 잠을 자는 옆집 여자가 보였다. 침대에 살며시 올라가 여자의 허리에 손을 대니까 “그냥 자요, 제대로 할 줄도 모르면서…”라고 표독스럽게 쏘아붙이고 귀찮은 듯 뒤척였다. 남자는 10년 결혼생활 동안 밤마다 익숙하게 듣던 소리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어 계획한 바를 그냥 이행하기로 했다. 뒤쪽에서 자기식대로 일방적으로 일을 치르기 시작했을 때 상대방 여자의 반응이 의외로 심상치 않다. 거칠어지는 신음소리에 한껏 고무되어 일을 마친 남자는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만나기로 한 장소에 먼저 도착했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옆집 남자가 나타나지를 않는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제대로 할 줄도 모르는 주제에 시간만 끌고 있나 보군. 지루증이신가? 답답한 양반. 당신 부인은 내가 아주 완전히 보내고 왔는데 말이야. 그리고 지금 안 거지만 나는 지극히 정상이야. 아니 정상보다 더 강한 남지일지도 몰라. 우리 마누라가 문제지. 완전히 불감증이야. 자네 오늘 고생 좀 하겠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자신의 집에 갔던 옆집 남자가 돌아왔다. 서로 묘한 눈빛과 미소를 나눈 후 울타리를 넘어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다음날 아침, 식탁으로 간 남자는 처음 보는 놀라운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결혼 후 한 번도 보지 못한 기이한 광경이 벌어진 것이다. 매일 아침 세수도 안하고 부스스하게 일어나 무릎 나온 추리닝으로 버티던 아내가 깔끔하게 화장하고 야시시하게 차려입었다. 또 결혼 10년 만에 처음으로 아침상을 차려 놓고 식탁에 앉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눈웃음을 치고 있는 것이다. “아이… 여보, 왜 그러셨어요? 제대로 할 줄 아시면서…어쩜 지금까지… 아이 몰라요” 하는 것이었다.
퇴근 후 두 사람은 통화를 나누고 같이 비뇨기과로 향했다. 서로의 성기능을 원한 두 남자에게 내려진 비뇨기과의 처방은 우습기 짝이 없었다. 한쪽 집 여자는 절정에 도달하려면 다른 여자보다 배 이상의 전희가 필요하고 부드럽고 오랜 섹스 타임을 좋아하는데, 남편이 격렬하고 짧은 시간에 저돌적으로 섹스를 끝내 왔다. 옆집 여자는 격렬한 섹스에 죽도록 흥분하는데 그 남편은 세월아 네월아 오랜 시간 부드러운 애무로 조몰락거리는 스타일이라 두 집 침실 분위기가 10년간 암흑이었다는 것이다. 섹스 스타일을 바꾸라는 게 처방의 전부였고 두 부부는 늦게나마 잠자리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단순한 농담거리 생각하기에는 꽤나 시사하는 바가 큰 이야기다(마누라 바꾸기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물으며 달려들지 마시기 바란다.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자기 와이프의 섹스 취향을 10년이나 모르고 있었다는 이야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어떻게 그런 일이? 바보 같은 남자들이라 생각하시는가? 그렇다면 그들을 불쌍히 여기는 자신은 과연 아내의 섹스 취향을 100% 이해한다고 자부할 수 있는지. 아내들 생각이 그대들과 같을지도 궁금할 뿐이다. 섹스는 혼자 성취하는 게 아니고 대상이 있어서 어렵다는 게 여기서도 느껴진다. 스스로 섹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 차이를 이해하게 되면 금방이라도 상대방의 욕구를 채워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텐데, 자신의 작은 의견조차 전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상대방의 솔직한 의견을 몰라 성생활을 잊고 지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자란 정말 얼굴만큼이나 다른 욕구를 가진다. 격렬한 욕구를 가진 여자가 세월이 지나면서 변하기도 한다. 여자란 엄청난 호르몬의 플럭추에이션(Fluctuation, 오르내림)을 겪는 존재이다. 심지어 남자들은 그 중요하다는 클리토리스 공격도 매번 애를 먹는다. 어떤 날은 아내가 흥분해서 자신의 애무가 먹히는 것 같은데 어떤 날은 좀처럼 흥분하는 것 같지 않아 힘만 쓰다가 페니스는 의기소침해진다.
왜 아내에게 정확하게 물어보지 않는가. 지금 애무하는 음핵 주위가 정확한 자극 포인트인지, 지난번 오르가슴 때 좋았던 곳과 같은 부위인지. 오늘은 다른지. 얼마나 지속할지, 강도는 어느 정도로 유지할지 말이다.
남녀 사이에 가장 어려운 장벽은 성행위에 대해 남자가 여자에게 일일이 캐묻는 것이 자존심상하고 거북스러워 도저히 못하는 것이다. 남자는 원래 잘해야 한다고 알고 있기에. 여자 또한 그가 진정 자기를 사랑하는 남자라면 무얼 어떻게 하고 자기를 어떻게 만족시킬지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근사한 섹스를 방해하고 대화가 안 되는 주원인이 된다. 모든 여자가 다르기에 남자가 여자의 욕구를 진정 이해하려면 문제를 놓고 솔직하게 대화하는 것이 편하다. 이는 만족스러운 섹스와 성공적 성경험의 축적을 영위하게 할 수 있게 하는 기본공식이다.
[김경희 / 미즈러브 여성비뇨기과 원장 www.mizlove.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3호(2011년 10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