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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뉴칼레도니아, 여기서 천국이 시작된다
입력 : 2011.11.04 16: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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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데팡 우피만의 정경
2억2000만 년 전 공룡 흔적이 곳곳에블루리버파크의 멋진 정경.
헌데 이곳은 특별하다. 9000㏊에 달하는 드넓은 이 지역의 시간은 2억2000만 년 전 쥐라기에 딱 멈춰져 있다. 공룡이 헤엄치고 익룡이 날아다닌다는 그 쥐라기다.
우선 흙. 다량의 철분이 섞여 검붉은 색을 띤다. 쉽게 말해 산성이다. 잠깐 달려왔는데 차바퀴도 온통 붉은 색이다. 자석을 대면 붙을 정도로 철분이 많다. 충실한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이 흙이 고스란히 백악기 쥐라기 시대의 것이란다. 놀랍다. 지금 기자가 떡하니 밟고 선 이 흙을 2억만 년 전엔 브라키오사우루스가 그 긴 머리를 흔들어대며 밟고 다녔다고 생각하니 묘하다.
주변 역시 그 시대 그 시절 그대로다. 2억만년 전 지구에 처음 출현한 그 귀한 고생대의 식물 아로카리아 소나무는 대한민국의 산마다 널려 있는 소나무처럼 흔하다. 뾰족한 잎이 넓게 진화한 카오리 나무는 어떤가.
우거진 수풀을 따라 한참 파고드니 그 유명한 수령 4500년짜리 카오리 나무가 보인다. 그 웅장함이란…. 높이 40m. 가지가 뻗은 길이만 35m가 넘는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살처럼 덕지덕지 붙어버린 저 비대한 허리를 보라. 성인 20여 명이 감싸 안을 정도라고 안내판에 착실히 적혀 있다.
2억만년 전 백악기 숲을 누빈 지 1시간쯤 지났을까. 어디선가 ‘컹컹’ 소리가 들린다. 그녀석이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개 소리를 낸다는 뉴칼레도니아만의 새, 카구. 카구는 지구상에 딱 400마리만 남은 희귀 새다. 이 녀석도 그걸 아는 걸까. 도도하기 짝이 없다. 새 주제에 개 소리를 내는 것도 별난데 일부다처제까지 고집한다. 알도 1년에 딱 하나만 낳는다. 새 팔자 상팔자다.
‘물속에 잠긴 숲’이라는 의미의 ‘포레 누아예’도 이곳 명소다. 1959년 근처 야테 호수에 댐이 생기면서 물이 들어차 나무들이 잠겼고 그게 고스란히 남아 고사목 호수가 된 것이다. 마치 한국의 주산지 같은 분위기다. 이 원시림에 식당이 있을 리 있는가. 식사는 숲 속 은밀한 곳에 만들어진 정원 같은 곳에서 진행된다. 생각해 보시라. 타임머신을 타고 2억만년 전 과거로 돌아가 공룡들 사이에서 먹는 바비큐라니. 충실한 가이드 프랑수아는 이곳에선 요리사로 돌변한다. 직접 구워주는 사슴 스테이크와 소시지는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 도대체 맛이 어떠냐고? 묻지 마시라. 초식 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조차 본분(?)을 잊고 팍팍 먹어댈 맛이다.
망망대해 한 복판에 떠 있는 천국의 섬쪽빛 하늘로 이어지는 뉴칼레도니아 바다.
지척엔 카누메라 해변이다. 원주민들조차 신성하게 여긴다는 카누메라 암벽과 비쭉비쭉 솟은 소나무 원시림에 둘러싸여 은밀하고 내밀한 분위기다. 이 물을 그냥 둘 순 없다. 뉴칼레도니아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 천연 풀장 ‘오로(oro)’로 향한다. 일데팡의 명품 호텔 르메리디앙의 산책로를 따라 이어진 바닷가를 20여 분 쯤 걸었을까. 40도가 넘는 뙤약볕을 견딘 보람이 있다.
둘레를 암벽이 에워싸 파도마저 잠잠해진 그 중심에 고요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바다라니. 그 속은 또 어떤가. 영혼까지 씻겨나갈 듯 한없이 투명한 블루 아래에 정말이지 강호동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유유자적 놀고 있다. 더 마음에 드는 건 시그널 제로 지대라는 것. 휴대폰까지 터지지 않으니 이곳이야말로 천국이다. 오죽하면 천국 뉴칼레도니아의 ‘푸른 심장’이라는 별칭이 붙었을까. 그 위에 은은하게 비친 옥빛 하늘이란. 그 하늘과 바다를 동시에 품으러 나는야 다이빙한다. 풍덩. 다음날은 향한 곳은 ‘노캉위’. 노캉위는 일데팡에서도 모터보트를 타고 30분 이상 더 나가야 닿는 천혜의 공간이다. 넓이라 해봐야 초등학교 운동장 정도인 모래섬. 망망대해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 크기라 해봐야 초등학교 운동장 반만 한 그 섬이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고스란히 놓여 있는 것도 놀랍지만, 아파트 5층만 한 인근 섬까지 폭 30㎝ 정도의 가느다란 모랫길로 연결돼 있는 것도 절경이다.
거기에 또 하나 놀라운 사실. 60억 명이 넘는 전 세계 인구 중에서 이곳을 거쳐 간 사람은 정말이지 극소수라는 것. 식사 코스도 인근 무인도다. 아찔한 바다를 곁에 두고 바닷가재 속을 쏙쏙 발라먹는 맛, 끝내준다.
아직 놀라긴 이르다. 이곳 또 하나의 명물 섬, ‘메트르’도 포인트다. 메트르 섬은 섬 전체가 수상 방갈로로 둘러싸인 놀라운 섬. 코랄팜 아일랜드라 불리는 이 방갈로는 두 달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방갈로 옆으로 난 계단의 끝은 땅바닥이 아니라 바다다. 상상해 보시라.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방갈로에서 달콤한 숙면을 취한 뒤 바로 계단을 내려가 물에 풍덩 빠지는 그곳을. 누군가 나에게 천국을 묻는다? 그렇다면 나의 대답은 이럴 것이다. 호주 바로 옆, 남반구 서경 164~167도, 남위 20~22도 사이. 대한민국에서 9시간30분 떨어진, 바로 뉴칼레도니아라고.
■ 뉴칼레도니아 100배 즐기기 가는 길 에어칼린(www.aircalin.co.kr)이 주 2회(월ㆍ토요일) 인천~누메아 간 직항 편을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약 9시간30분. 30일 무비자 입국. 시차는 한국보다 2시간 빠르다. 일데팡 섬까지는 비행기로 20분 거리다. 프랑스령이라 언어는 프랑스어. 알아야 할 것들 날씨는 늘 봄 같다. 연평균 20~28도. 화폐는 퍼시픽프랑(XPF). 누메아 공항에서 바꾸면 된다. 유로와 고정 환율이 적용되니 한국에선 유로로 바꿔가는 게 낫다. 꼭 가져가야 할 것은 모기약과 자외선 차단제다. 경고한다. 바르고 또 바르시라.
블루리버파크 투어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 입장료는 성인 기준 400XFP(약 5000원)다. 미리 가이드 투어를 예약하면 된다. 야외에서 구워먹는 청정 사슴 스테이크가 일품. 문의 뉴칼레도니아 관광청 02-732-4150 [누메아ㆍ일데팡(뉴칼레도니아) = 신익수 / 매일경제 여행전문 기자 soo@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3호(2011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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