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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로 충전하는 男子들
입력 : 2011.09.28 16: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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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음 없이 TV 속 드라마에 폭 빠진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드라마를 말하고 캐릭터에 빠지고 극중 소품에 눈이 가는 남성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 ‘남자가 무슨 드라마냐, 드라마는 여자들이 좋아하는 장르’라는 선입견은 이미 옛말이다. 자기 관리에 철저한 현대 남성들은 드라마를 통해 트렌드를 읽고 패션, 기기 및 각종 최신 아이템 등을 접한다. 드라마 속 유행어 및 스토리, 캐릭터 등은 활력소이자 일상 대화의 주요 소재가 된다. 지친 하루의 일과를 마감하는 휴식이자 취미생활이 되기도 한다.
현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로망을 드라마를 통해 접하는 쾌감, 남자들이 즐길 수 있는 드라마의 장르는 그만큼 다양해졌다. '아이리스', '시티헌터' 등 스케일이 큰 액션물에서부터 '시크릿 가든', '최고의 사랑', '베토벤 바이러스' 등 로맨틱 코미디까지. 이처럼 드라마에 빠져드는 남성 시청자가 증가함에 따라 드라마 시청 주요 타깃 층에서 남성들의 존재감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는 상태다.
진화하는 남자, 드라마에 미치다여성들 뿐만 아니라 많은 남성들에게도 사랑받았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
1994년 영국의 작가이자 문화비평가인 마크 심슨(Mark Simpson)은 한 일간지를 통해 ‘메트로섹슈얼(metrosexual)’이라는 용어를 처음 선보였다. 남성성에 여성성이 가미된 새로운 트렌드로 단순히 패션에서만이 아니라 직장이나 생활공간에서 양성 성향을 갖춘 남자를 뜻한다. 그의 시각은 정확했다. 현대 도시의 전문직 종사자 중에 사회적 관계보다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을 우선시하는 성향이 강한 이들이 많다. 이들은 쇼핑을 즐기고 옷을 사는 데 아낌없이 투자하며 머리 손질·피부 관리·몸매 관리 등 인생에서 재미를 추구하며 빠르게 증가했다.
기존의 성적인 고정관념을 깨고 개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 풍토가 보편화됐다. 최근 국내에서는 기존의 ‘남성다움(육식성)’을 강하게 어필하지 않으면서도 주로 자신의 취미활동에 적극적이나 이성과의 연애에는 소극적인 동성애자와는 차별된 남성인 ‘초식남’이라는 개념이 등장했을 정도다.
‘남자이기 때문에’ 혹은 ‘여자이기 때문에’라는 낡은 가치관은 사라졌다. 스포츠, 술자리, 여행 등을 즐기는 여성들이 증가한 만큼 TV쇼, 드라마, 뷰티 등을 즐기는 남성들도 늘어났다. 남성들 역시 드라마를 보며 웃고 때론 울기도 하고 자신들의 감정 표출에 자유를 찾았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직접 돼 보기도 하고 상상도 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드라마의 질과 다양성이 굉장히 달라졌다. ‘뭉클한 가족 이야기’, ‘신데렐라 이야기’를 주요 소재로 하는 기존 드라마 성향에서 탈피해 액션, 스릴러, 로맨틱 코미디 등 장르와 캐릭터에 변화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남성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현실적인 캐릭터와 함께 간접 체험을 할 수 있는 판타지적인 스토리는 더 많아졌다”며 “여자를 위해 만들어진 ‘백마탄 왕자’ 혹은 야망, 성공으로 가득 찬 ‘외도남’ 등 남성들에게 거부감만을 주었던 캐릭터를 뛰어넘었다. 여성 캐릭터 역시 남성들이 충분히 빠져들 수 있는 다양한 매력을 지닌 타입이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드라마 속 남성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여행지, 음식, 소품 등의 정보가 증가했으며 여성들의 감성이 아닌 남성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들도 늘어났다. 더 이상 남성 시청자들을 무시해서는 성공적인 드라마를 만들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현정 / 스타투데이 기자 kiki2022@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1호(2011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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