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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빅아일랜드의 위용, 상상을 뒤엎는 하와이
입력 : 2011.09.28 16: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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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빅아일랜드 해안가. 화산에 그을린 블랙 비치가 늘어서 있다. 2. 하늘에서 본 블랙 비치. 푸른 바다와 아찔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3.블랙 비치의 블랙 샌드.
마름모꼴을 한 다이아몬드 헤드 언덕부터 알라와이 운하까지 4.23km. 그 해안선을 따라 와이키키는 구간마다 다른 빛으로 빛난다.
하와이의 하루해는 짧다. 1분 1초가 아깝다. 촘촘하게 계획을 잡아도 눈 깜짝할 새 지난다. 첫 방문지로 찍은 곳은 다이아몬드 헤드. 이곳은 와이키키 해안 전체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최고의 포인트다. 이어진 포인트는 마카푸. 화산 용암에 까맣게 그을린 바위틈으로 하얀 포말이 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다. 이쯤 되면 슬슬 동한다. 저 바다 속은 어떨까.
그때 필요한 게 아틀란티스 잠수함(제주 관광 잠수함을 생각하단 큰코 다친다). 이거 장난 아니다. 투어용으로 나온 전 세계 잠수함 중 최대 규모다. 무려 48인승이다. 일단 크루즈를 타고 하와이 해안가 깊숙한 곳으로 향한 뒤 잠수함으로 갈아탄다.
첫 코스는 수심 60피트까지 내려가는 드롭존이다. 에메랄드빛 하와이 바다 속살에 적응하는 구간이다. 두 번째는 수심 75~85피트의 피라미드존. 여기를 거치면 고대 용암으로 덮인 산호초 지역 팔리 오 포노다. 100피트 인근엔 이곳의 명물인 아틀란티스 인조 산호 구조물이 보인다. 이어지는 잠수함 선장의 안내 멘트 “이곳은 수심 120피트 모래바닥입니다.”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쿵 소리를 내며 육중한 잠수함의 아랫배가 바닥에 닿는 소리가 들린다. 잠깐이지만 하와이 심해, 바다 속에 닿은 느낌은 묘하다. 미드 퍼시픽 항공기 잔해를 지나 1996년 1월 침몰한 세인트 페드로호를 통과하면 서서히 수면위로 올라간다. 와이키키 속살, 한마디로 끝내준다.
상식을 뒤엎는 빅아일랜드하늘에서 본 푸우 오오(Puu Oo) 분화구
본격적인 화산 투어는 트레킹이다. 이거 놀랍다. 용암이 굳은 화산의 분화구 위를 직접 두 발로 밟고 걷는 투어다. 국립공원에서 차로 20여 분쯤 달리면 금방 킬라우에아 이키 분화구다. 빅아일랜드에서 유일하게 분화구 속을 걷는 이색 코스다. 1959년 1000번이 넘는 진통 끝에 울컥 피를 토했고 그 용암이 식고 굳어 천연의 트레킹 코스가 만들어졌다 한다.
분화구 길이는 대략 4마일(6.4km). 걷기라면 질색하는 기자도 기꺼이 따라 나섰다. 폭 1m나 될까. 흙길을 따라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마치 밀림 속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이다. 좁은 숲길을 따라 고사리과 고비과 다년초 풀들이 바짝 웅크린 채 자란다. 갈지(之)자 코스를 따라 20여 분을 걸었을까. 마침내 덩그런 분지가 그 위용을 드러낸다. 지구상에 이런 곳이 있을까. 한눈에 보기에도 달 표면을 쏙 빼닮은 이곳. 검게 그을린 채 쩍쩍 갈라지고 어긋난 땅이라니. 발걸음을 따라 바삭바삭 경쾌한 소리가 난다. 잘게 흩어진 연탄재 위를 밟는 기분이다. 쩍쩍 갈라진 땅의 틈으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에선 진한 화약 냄새가 진동한다. 이 발 아래, 46억살 먹은 지구가 묵묵히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스키, 블랙 비치 이런 것도 있어?4㎞ 거리의 분화구를 걷는 화산 트레킹 코스
일단 체중부터 잰다. 다음은 간단한 안전 비디오 교육. 비디오 상영이 끝나자 라이프재킷이 하나씩 지급된다. 5명이 한 번에 타게 된 기자의 헬기엔 묘하게 4번 자리가 없다. 숫자에 얽힌 나쁜 암시 때문이리라. 시동이 걸리자 헬기가 가볍게 요동친다. 힐로공항을 훌쩍 날아오른 헬기는 이내 3000피트 상공까지 올라간다. 10분쯤 흘렀을까. 멀리 수증기 더미가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도수가 맞지 않는 돋보기안경을 쓴 듯 뿌연 시계가 이어지더니 마침내 붉은빛 분화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첫 코스는 악명 높은 푸우 오오(Puu Oo). 빅아일랜드 분화구 중에서도 가장 포악하다는 놈이다. 이름처럼 연방 ‘푸우~’ 숨을 몰아쉬는 그놈, 먹성도 좋다. 1983년부터 쉼 없이 용암을 쏟아낸 것도 모자라 마구잡이로 빅아일랜드 땅을 포식하고 있다. 2007년엔 건물 189채를 꿀꺽 삼켰고 고속도로 14㎞ 구간도 지도에서 말끔히 지워냈다. 공포의 분화구를 스쳐간 뒤 향한 곳은 하와이의 설산 두 고봉. 놀랍게도 눈(雪), 정말 있다. 드문드문 스키어들도 눈에 띈다.
놀랄 일은 또 있다. 은빛 백사장만 익숙한 한국인들에겐 입 쩍 벌어질 만한 블랙 샌드(Black sand Beach). 자라는 땅 빅아일랜드의 해안가 대부분은 블랙 비치다. 그것도 제대로 새까맣게 그을려 있다.
어떤가. 이래도 딴 생각 하시겠는가. 혹 후회하실 'Luxmen' 독자들을 위해 감히 ‘기사 리콜’을 선언한다. 빅아일랜드 방문 뒤 후회가 된다면 언제든 전화 주시라.
■ 빅아일랜드 100배 즐기기 빅아일랜드의 기후는 다양하다. 지구상 13개 기후대 중 11개 기후대가 걸친다.
중심지 힐로는 비가 많고 코나는 사막이다. 천문대가 있는 마우나 케아 산은 해발 4200m나 된다. 세계 천문학자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다.
가장 알뜰하게 하와이를 다녀오는 항공편은 새롭게 직항을 개설한 하와이안항공. 인천에서 하와이까지 가는 비행기 삯에 인근 섬을 둘러보는 비용이 모두 포함된다. 보너스로 인근 섬 로컬 비행기 왕복티켓이 주어지는 셈이다. 인천~호놀룰루 노선은 월·수·금·일 주 4회 운항한다. 일반석 110만~180만원.
문의 02-775-5552 [호놀룰루 빅아일랜드(하와이) = 신익수 / 매일경제 여행전문 기자 soo@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1호(2011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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