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4세 여성이 진료실에 찾아왔다. 겨울 동안 무릎이 불편해 운동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체중이 불어나는 것 같아 산행에 나섰는데 그게 탈이었다. 4시간 정도 산을 탄 후 무릎이 붓고 통증이 심하다고 호소한 그 여성은 검사결과 연골판 손상을 동반한 관절염 초기진단을 받았다.
수년 전부터 계절에 관계없이 등산을 즐기는 인구가 증가 추세다. 등산의 좋은 점이야 셀 수 없이 많다. 그 중에서도 자연을 접할 수 있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대표적이다. 최근 등산인구를 살펴보면 40~50%가 50~60대 연령층이고, 대부분 근력과 관절이 약해지면서 등산에 나서는 이들이 많다.
등산은 요부 근력과 대퇴부 근력, 무릎과 발목의 근육 및 뼈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관절염 예방에도 좋은 운동이다. 무릎관절 강화운동과 유산소운동을 하며 체중감량, 근육강화 등의 효과가 진행돼 무릎 통증을 경감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무릎관절이 안 좋은 이들에게 등산은 권장운동이 아니다. 평소 관절염으로 활동량이 거의 없던 이들이 산에 오르면 관절염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평지 걷기 등의 훈련이 충분치 않은 채 사전 준비운동 없이 장시간 경사 걷기가 이어져 관절에 무리가 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영 등의 수중운동과 평지 걷기, 고정식 자전거 타기 등 관절 주위의 근력 강화운동을 우선적으로 시작해 체력이 향상되면 관절 상태에 따라 적절한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초기에는 평탄한 산을 택하고 무리하게 완주하는 것보다 평소의 운동시간과 근력에 맞게 중간에서 되돌아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등산 후 관절염 호전, 엔도르핀 탓일 수도
가끔 퇴행성관절염 환자들 중 등산을 시작한 후 증세가 호전됐다고 하는 말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운동 후 베타 엔도르핀이란 호르몬이 증가하고 숙면으로 통증이 줄어 호전된 것으로 착각하는 것일 수 있다. 관절이 좋지 않은 이가 등산을 해야 한다면 몇 가지 꼭 체크해야 할 점이 있다. 등산 전 알아둬야 할 아홉 가지 건강법을 공개한다.
첫째, 반드시 준비운동을 하자. 관절과 근육을 풀어주는 맨손체조와 스트레칭을 꼭 해야 한다. 등산을 마친 후에도 같은 방법으로 마무리 운동을 해야 한다.
둘째, 발에 맞는 등산화와 두꺼운 양말을 준비하자. 이는 관절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된다.
셋째, 무릎 보호대 착용도 도움이 된다.
넷째, 스틱을 사용해 체중을 분산시켜 관절의 부담을 줄이자.
다섯째, 산행 시 신발 바닥 전체로 지면을 누르면서 걷자. 보폭을 좁게 하고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자.
여섯째, 30분 정도의 보행과 10분 정도의 중간 휴식을 취하자.
일곱째, 급경사의 산행은 피하고 배낭이 무겁지 않게 해 관절의 부담을 줄이자.
여덟째, 특히 여름철 등산 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탈수 현상을 방지하자.
아홉째, 산행 중 혹은 산행 후 통증이 발생하면 꼭 전문의와 상의하도록 하자.
관절염 환자의 산행, 지켜야하는 수칙은 꼭 지켜는 것이 건강의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