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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걷기 프로젝트] 서울을 품에 안은 정기(精氣), 남산성곽길
입력 : 2011.07.01 10: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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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훌쩍 떠나 산과 바다를 만나는 게 진정 일상탈출이란 생각 때문인지 턱 밑 남산은 늘 괄시(?)받았다.
서울 사는 이들에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오를 수 있는 산이자 공원인 탓에 벚꽃 만발한 4월에도 여의도나 석촌호수에 밀렸다. 하지만 올레길과 둘레길이 친근해질 무렵 남산성곽길은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점심시간이면 하나둘 성곽길을 따라 산책하는 직장인들이 늘었고 도시락 들고 나선 이들도 간간이 볼 수 있다.
남산성곽길은 중구 장충동 장충체육관 뒤편에서 시작된다. 지하철 3호선 동국대입구역 6번 출구가 가깝다. 숭례문에서 장충체육관에 이르는 길이 1구간, 장충체육관에서 혜화문에 이르는 길이 2구간인데, 이번에 선택한 길은 장충체육관에서 명동에 이르는 길이다. 지하철역만 놓고 보면 동국대입구역에서 명동역에 이르는 이 길은 느릿한 걸음으로 3~4시간이면 충분하다.우선 성곽길 초입은 신라호텔의 야외조각공원에 닿아있다.
장충체육관 뒷길을 오르다보면 신라호텔 뒷마당으로 통하는 나무계단이 보이는데 길에 들어서면 갖가지 나무와 꽃을 짊어진 작은 오솔길이 정겹다. 성곽길이 정비될 즈음 호텔 측이 뒷마당을 개방하며 운치를 더했다. 슬금슬금 거슬러 오르다 뒤를 돌아보면 탁 트인 시야가 훤하다. 그 안에 펼쳐진 북악산과 인왕산, 낙산, 그 뒤로 북한산의 풍경은 눈이 시릴 만큼 아름답다.
야외조각공원을 나와 데크가 놓인 길에 들어서면 갖가지 꽃들로 눈이 시리다. 언덕을 넘으면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 이르는데, 고개 들어 먼 산을 바라보면 한남동 건너 한남대교가 가로지른 한강이 웅장하다. 도심 속 공원이 펼쳐낸 버라이어티는 앞쪽 물가와 뒤편 산세, 너른 콘크리트 위로 우뚝 솟은 빌딩이 어우러져 새롭다.
늘 봐오던 풍경이 드러낸 속살은 제주 올레, 지리산 둘레길의 감흥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1 서울 N타워 방향의 산책길. / 2 서울 N타워 주변의 자물쇠 트리. 해외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 3 신라호텔 야외조각 공원.
양 갈래 길에서 오른쪽은 뜀박질이 수월한 길이요, 왼쪽은 오르막이 얕은 길이다. 오른쪽으로 들어서면 남산골한옥마을로 내려올 수 있어 전통정원과 한옥의 풍류를 즐길 수 있다. 매일경제신문 방향으로 나서면 충무로역과 연결된다.
오르막으로 걸음을 옮겨 20여 분 쯤 걷다보면 전망대 데크가 짧은 휴식을 안겨준다.
조용한 산새 소리 그윽한 주변은 43.5ha의 남산 소나무숲이다. 약 662m의 소나무탐방로는 공원관리사업소(02-3783-5954)에 견학을 신청해야 들어설 수 있다. 4~6월, 9~10월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서 3시 사이에 개방한다.
짧은 휴식을 뒤로하고 다시금 오르막에 들어서면 저 앞에 N서울타워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이 남산의 정상이다.
탑골공원의 정자를 본뜬 팔각정과 타워가 있고, 한국의 경위도 원점이 있는 곳이다. N서울타워는 높이 236.7m의 방송국 종합송신탑으로 1972년에 완공됐다.
4 잠두봉 포토 아일랜드.
걷기 프로젝트 마무리 전 팁 하나! 공원 서단부에는 계단으로 이어진 세 개의 광장이 산허리를 타고 펼쳐진다. 맨 아래에 있는 광장은 녹지대를 포함해 약 2500평 규모의 어린이 놀이터, 그 위에는 약 6000평 규모의 백범광장(白凡廣場), 그 북동쪽에는 1969년 8월에 건립한 백범 김구(金九) 동상이 있다. 맨 위 광장에는 남산 분수대를 중심으로 북서쪽에 서울시 교육위원회 과학교육원, 그 맞은편에 안중근의사 기념관이 있다. 좀 더 시간을 내 둘러보면 가족 나들이로 안성맞춤인 산책 코스다.
[안재형 기자 ssalo@mk.co.kr│사진 =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호(2011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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