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alth] 올바른 골프 스윙과 척추 건강 비결

    입력 : 2011.07.01 10:3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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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는 안전한 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대개의 스포츠가 큰 부상과 작은 상처를 동반하지만 골프는 그중 안전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이같은 인식에 필자도 동감하지만 외래를 보다보면 골프치고 허리 아프다는 아마추어, 연습생 및 프로골퍼를 흔히 볼 수 있다.

    골프는 요통을 동반하는 운동이다. 그렇다면 골프가 허리에 좋지 않은 운동일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골프 스윙 시 드라이버의 경우 어깨 회전각이 약 90도, 이것도 프로의 경우가 그렇고 아마추어의 경우는 어깨 회전이 채 60도가 되지 않는다. 스윙 시 약 20개의 척추가 회전 운동에 관여한다면 척추당 회전각은 약 4.5도가 되고 이것이 척추에 무리를 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오히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대개의 아마추어는 스윙할 때 어깨를 회전하는 것이 아니라 척추를 틀어서 스윙한다. 척추를 측만(척추가 옆으로 활처럼 굽은 상태)시켜 스윙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골프 교습가 데이비드 레드베터는 이를 리버스 백스윙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의 교습책에 큰 가위표를 해놓았다. 이 스윙에 대해 레드베터는 “정확한 스윙이 되지 않아 비거리가 짧아지고 일관성이 없다”고 평했다. 필자가 봐도 허리 건강에 대단히 좋지 않은 스윙이다. 왜냐 하면 백스윙 때 척추를 측만시키면 척추와 척추 사이에 있는 추간판, 흔히 디스크라고 하는 연골체가 한쪽으로 압박을 받는데 이러한 현상 때문에 쉽게 변성이 와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서있을 때 추간판의 압력을 100이라고 한다면 누워있을 때는 약 50, 척추를 앞으로 구부렸을 때는 약 270까지 올라간다. 옆으로 측만을 이룰 때 압력은 150에서 200 정도에 달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더구나 골프를 즐기는 이들의 연령이 50세를 넘을 경우 척추에 약간의 퇴행성 변화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골프에서 최선의 스윙은 어깨를 회전시켜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프로의 스윙이 부상을 막는 가장 좋은 스윙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새벽 라운드 시 충분한 준비운동은 필수 그렇다고 허리에 뼈나 추간판(디스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근육이나 인대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근육이나 인대로 인해 통증이 오는 경우가 훨씬 많다.

    프로선수들이야 체계적인 몸만들기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논외로 하자. 그렇다면 아마추어들이 허리통증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겨울철 스포츠 중 가장 부상이 심한 스키를 살펴보자.

    한겨울 오후 4시경 모 스키장 사우나에 들르면 늘 스키어들로 북적인다. 이중엔 나이 지긋한 스키 마니아들이 많다. 이들은 스키를 탄 후 습관적으로 사우나에 들러 근육의 피로를 푼다. 물론 스키를 타기 전에도 사전 준비운동이 철저하다. 충분한 준비 운동으로 근육이 풀렸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는 넘어질 경우 어깨 관절이나 근육, 허리, 목, 인대 등에 오는 무리의 정도가 다르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라운딩 전 준비운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특히(새벽 운동을 권하진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새벽 라운딩이라면 적당한 스트레칭과 회전 운동 등으로 관절에 열을 낸 후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척추질환의 빈도가 높아지는 건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통계에 의하면 허리에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환갑이 지나 MRI를 해보면 검사자의 50%가 디스크, 추간판 질환 등이 발견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고령에 골프 등의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척추에 더 좋을까. 필자가 30년 간 의사 생활을 하면서 느낀 바로는 오히려 그렇지 않다는 것에 무게를 두고 싶다. 나이 들어 디스크나 척추 협착증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살펴보면 규칙적으로 매일 움직이는 이들이 결과가 좋았다.

    한 환자는 60대 중반에 나사못을 10개가량 고정해 협착증 수술을 했는데 매일 집 앞 길을 빗자루로 청소한다. 서서 하는 비질이 허리에 나쁘지 않고 오히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긍정적이고 좋은 영항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골프는 몸 상태에 따라 얼마든지 조절이 가능하고 수술 후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이는 척추 수술을 받은 환자가 라운드 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필자의 환자 중 골프 마니아 한 분을 소개한다. 이 분은 50대에 협착증으로 허리 수술을 두 번 받았다. 이후에도 허리가 아파 트리돌이란 비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했지만 골프를 끊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진통제로 인해 약물 의존성이 생긴 것을 알게 됐다. 약물 중독 혹은 알코올 중독 전공의에게 의뢰해보기도 하고 환자 스스로 입원 치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도 골프는 끊지 않았다. 두 번의 수술과 진통제 중독 중에도 골프장을 찾던 환자는 어느 날 약을 끊었다며 병원을 찾았다. 꼭 골프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필자가 골프와 관련해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다.

    [배상욱 / 을지병원 정형외과 교수│사진 = 매경DB]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호(2011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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