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x] 수중 섹스… 영원한 사랑의 판타지

    입력 : 2011.07.01 10: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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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결혼기념일을 맞아 남국 휴양지의 럭셔리 풀빌라에서 수영장 섹스를 즐기고 돌아온 뒤 질염으로 고생한 환자(여)의 이야기를 한 모임에서 했다. 반응은 뜨겁고도 즉각적이었다. 자신도 한번쯤 해보고 싶었던 섹스인데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추후 메일도 있었다. 수중 섹스야말로 남성의 로망이지만 여성에게 이런 고충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는 점잖은 코멘트도 있었다. 전체적인 반응들을 종합해 보면 수중 섹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대단하다는 것. 한마디로 수중 섹스는 나만의 판타지가 아니라는 점에 안심들 하시기 바란다. 남자에 대한 궁금증과 부부관계에 대한 질문을 속 시원히 나눌 수 있어서 비뇨기과가 편하다는 그녀는 결혼기념일을 맞아 휴양지 풀빌라의 해질녘 수영장에서 결혼기념일 이벤트로 ‘컬러 오프 나이트’를 시도했단다. 이 이벤트가 생각보다 판타스틱했다며 만면에 희색이 돌았다. 문제는 이벤트 이후 외음부가 화끈거려 걸어 다니지 못할 정도의 질염과 요도염으로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는 것이다. 달콤한, 기억에 평생 남을 수중 섹스의 대가는 혹독했던 셈이다.

    ‘컬러 오브 나이트’ 이벤트란 수영장의 섹스 이벤트다. ‘컬러 오브 나이트’는 브루스 윌리스와 제인 마치의 섹스 신이 인상적이었던 영화로 색다른 섹스에 대한 영화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다.

    색다른 섹스의 고전영화 ‘컬러 오브 나이트’
    영화 ‘컬러 오브 나이트’의 한 장면.
    영화 ‘컬러 오브 나이트’의 한 장면.
    정신과 의사인 빌 카파(브루스 윌리스)가 심리치료를 하던 중 치료받던 환자가 창문으로 뛰어내려 사망한다. 그 충격에 마음의 안정을 찾고자 LA의 정신과 의사 무어 박사를 찾는다. 그런데 카파가 도착하자마자 친구인 무어는 끔찍하게 피살되고 경찰들에게 그의 심리치료 그룹을 인수해 치료하며 환자들 중 범인을 색출할 것을 요구받는다. 하지만 여기서 미지의 여인 로즈(제인 마치)를 만나게 되고 그녀가 이끄는 성적 쾌락으로 유혹에 정신을 못 차린다. 동시에 살인범은 카파의 환자들을 하나씩 살해하면서 그를 옥죄어 오는 전형적 섹스 스릴러물이다. 1992년 ‘연인’의 히로인 제인 마치의 청순한 섹시함이 지나치게 노출돼 오히려 퇴색됐다. 또 제인 마치와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아 역효과를 초래했던 브루스 윌리스의 미스 캐스팅에 대한 아쉬움을 단 한 번에 상쇄시키는 장면이 그 유명한 수영장 신이었다. 그간 수영장이나 욕조에서 즐기는 섹스신은 영화에서 자주 연출됐지만 카파와 로즈의 섹스 신은 실제라고 믿을 만큼 사실적이고 인상적이었기에 필자의 환자는 수영장 섹스 이벤트를 ‘컬러 오브 나이트’라 명명했다. 물론 나 또한 암호처럼 한마디에 척 알아들었다.

    의학적 정보를 주고자 하는 칼럼이다 보니 물속에서의 애무와 섹스는 에로틱한 자극임에 틀림없다. 욕조나 수영장 물속에서 삽입과 피스톤 운동을 오래하다 보면 질과 페니스 사이의 마찰로 한꺼번에 많은 양의 공기가 질 내로 유입된다. 특히 수영장에서 나누는 섹스라면 수영장 물속에 섞여있는 소독액 같은 것이 질 내로 들어가 질 내부가 뻣뻣하게 건조해지면서 마찰력이 커져 통증과 염증의 위험은 증가하게 된다. 사실 개인 수영장을 집안에 두고 사는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드문 상황에서 여행지의 풀빌라 라는 절호의 기회를 성적 모험심이 충만한 그녀가 놓칠 리 없었겠지만 가급적 물속에서는 진한 애무는 즐기시되 삽입섹스는 물 밖에서 나누시는 것이 안전하다는 의사로서의 조언을 했는데 향후에도 잘 들으실지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병원 신세를 졌음에도 그녀는 수영장 섹스 예찬과 독특한 느낌을 잊을 수 없어 질염의 위험이 있더라도 한 번 더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중력을 느낄 수 있는 욕조에서 하는 섹스는 참된 의미에서 수중 섹스라고 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 느낌이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다르다면서.

    물속에서의 섹스에 특별히 심취하는 사람들이 있다. 알부토필리아(albutophilie)는 물과 같은 것에 이끌리는 취향으로 젖은 성기를 좋아한다. 대부분 욕조에서의 섹스를 즐긴다. 보다 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은 발을 사용할 수 없는 수영장 안에서의 섹스를 더 좋아한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물속에서의 섹스만 전문으로 촬영하는 사람도 있다. 마크 야센책(Mark Yasenchak)이라는 미국의 사진작가이자 포르노 감독은 아예 집안에 거대한 수영장을 만들어 놓고 수중 섹스 포르노만 만들어 낸다. 그의 철학에 따르면 물속 섹스야 말로 마법적이고 초자연적이라는 이미지를 준다는 것이다.

    사실 촬영하는 과정은 에로틱하지 않을 것이다. 산소마스크 없이 촬영하다 보면 촬영을 비효율적으로 반복해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 남성 배우의 페니스를 물속에서 반복해 다시 발기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몸은 떠오를 것이고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닌 촬영을 위한 깊은 수심에서 다시 시작되는 섹스에 배우들도 지칠 것이다. 쪼글쪼글 불은 피부는 여배우로서는 피하고 싶은 일이 아닐까 싶다.

    민물보다 더 자극적인 바닷물 속 섹스 경험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민물 속에서 섹스를 하는 것보다 바닷물 속 섹스가 더 자극적이고 느낌이 좋다고 한다.

    바닷물이 민물보다 더 미끈거려 상대의 몸을 손으로 더듬으면 촉감이 좋고, 또 바다가 주는 묘한 신비감과 막연한 공포감 등이 성관계를 할 때 자극적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킨 스쿠버를 하면서 섹스를 즐기는 남성 이바노프가 화제에 오른 적이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수중 깊은 곳에서 이루어지는 스킨 스쿠버 섹스는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아 체중의 압박이 없기 때문에 몸의 움직임이 자유로워 정상위, 입위, 좌위, 후배위 할 것 없이 다양한 체위가 가능하다고. 또한 부력 때문에 오럴섹스도 색다른 느낌이라는 주장이다. 스킨 스쿠버 자격증을 가지고 있음에도 물속 호흡곤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격증을 따고는 한 번도 입수를 하지 않은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존경스러운 분이라 하겠다.

    스쿠버를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산소통을 메고 움직이려면 기본적으로 스쿠버 라이선스와 탁월한 수영 실력이 필수적이다. 같은 깊이의 수심이라도 물속에서는 시시각각 압력이 다르게 느껴진다. 오럴섹스를 하기 위해 산소 호흡기를 떼고 입을 벌릴 때 입안과 물속의 기압 차이를 견딜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스쿠버 기량과 체력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이바노프의 말에 의하면 스킨 스쿠버 섹스는 철저히 자유롭다며 새로운 쾌락에 대한 갈망이 있다면 그 욕구를 충족시켜줄 것이라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시도해보시기 바란다. 먼저 스쿠버 실력을 쌓으시고 난 다음에.

    필자에게 베스트 수중 섹스 신을 고르라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컬러 오브 나이트’보다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찌릿했던 영화 ‘루시아’의 수중 섹스 신을 꼽는다. 원제가 ‘Sex and Lucia’로 생애 최고의 섹스에 대해, 그리고 그것이 삶 속에서 얼마나 마술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라는 스페인 영화다. 이 영화를 보고 이렇게 황홀한 섹스 판타지는 현실에서 일어나기는 어려운 탓에 실망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영화 초반, 달빛 아래 두 남녀의 환상적인 수중 섹스 신은 아름다운 두 남녀의 벌거벗은 몸, 잔잔한 바닷물을 가르는 에로틱한 몸짓, 은은한 달빛을 비춘 바닷물, 섹스에 관해 한번쯤은 꿈꿀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판타지를 다 갖추고 있다. 감독은 주인공 로렌조와 엘레나의 단 한 번의 이 환상적인 섹스로 서로를 깊숙이 각인하고 이후 둘의 미래를 예고하는 가장 강력한 모티브로 활용했다. 이런 점을 관객이 충분히 납득할 만큼 이 섹스 신에 공을 들였다고 생각한다. 섹스 신과 성기의 생김새가 마케팅의 초점이 아닌, 섹스를 중심으로 한 가장 그럴듯한 마술적 운명론을 펼치는 훌리오 메뎀 감독의 연출자체가 영화의 강점이다. 이 영화를 보면 평생 경험해 보지 못할 꿈을 꾸게 된다. 더없이 에로틱한 성적 판타지를 꿈꾸며 그것이 현실이 되는 날을 기대해 보고 싶은 것이다.

    지루한 일상과 피곤한 삶 속을 살다보면 부부관계 또한 권태로워지기 마련이다. 연애시절의 설레는 마음과 그때의 열정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면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물속에서의 창의적인 하룻밤을 기획해 보는 것은 어떠신지.

    [김경희 / 미즈러브여성비뇨기과 원장 www.mizlove.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호(2011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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