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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걷기 프로젝트] 꽃창포, 도봉산 그리고 책 읽는 언덕길…서울 창포원
입력 : 2011.06.17 15: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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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창포원은 도봉산 가는 길목이다. 1만5000평의 공원이다. 원래 서울식물생태원이 있었다. 이를 활용해 지난 2009년 6월 서울창포원으로 만들었다. 꽃창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느티나무와 소나무, 낙우송 등의 큰 나무도 자라고 뱃버들, 조파나무, 사철나무 같은 관목도 있다. 맥문동이나 구절초 등도 곱다. 습지를 따라서 물억새가 하늘댄다. 그 가운데 두드러지는 것은 역시 창포다.
서울창포원은 약 1만6000평의 붓꽃원 외에 약용식물원, 습지원 등 12개 테마로 나눠져 있다. 길은 둘레를 따라 거닐기도 하고 습지 사이로 난 길 위를 걷기도 한다. 물억새 사이로 난 길이기도 하고 소나무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이기도 하다. 창포원으로 들어서면 먼저 남쪽으로 걸음이 옮겨간다. 5000여 평 부지에 30만 본의 붓꽃이다. 연못과 수로를 따라서 꽃망울이 피어오를 때는 뉘인들 그냥 지나칠까. 습지원도 있다. 나무 바닥을 지나고 연못 위에 습지 식물들이 잔뜩 있다. 쉬어갈 수 있도록 물가에 테이블도 마련해 뒀다. 그 사이를 걷다 뒤를 돌아보면 또는 약용식물원 쪽으로 걸음을 옮기다 북서쪽 하늘을 바라보면 탄성이 인다.
시야를 가득 채운 채 넘실대는 산의 능선이다. 도봉산이다. 공원 너머 북서쪽을 굽이치며 지난다. 동쪽으로는 수락산이다. 도봉산에만 정신이 팔렸다가는 또 쉬이 놓칠 산세다. 좌도봉, 우수락의 산세를 맛보며 걷는다. 발끝에 붓꽃의 여린 몸짓이 자꾸만 아른거려도 멀리 도봉산과 수락산의 ‘눈맛’인들 어찌 마다할까. 본래 서울은 사방 어디에서나 산이다. 산을 보며 걷는 것이 서울 걷기의 참맛이다. 도시가 발전하면서 높은 빌딩들과 눈을 맞추게 됐다만 본래 서울 길 걷기의 즐거움은 산인 것이다. 조선 시대 최고의 건축인 경복궁조차도 그 너머에 북악산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음에야. 마치 옛 서울의 거리를 걷듯 창포원의 정원을 걷는 것이다. 창포원을 걷는 두 번째 즐거움이다.마지막 즐거움은 쉼에 있다. 걷기 코스의 쉼터에 있다. 창포원으로 들어와 곧장 직진한다. 목교가 나온다. 나무다리 위에서 발아래 흐르는 물길에 눈을 맞춘다. 그 음영이 곱다. 그 왼쪽의 숲이 ‘책 읽는 언덕’이다. 언덕이라기보다 낮은 둔덕이다. 그 숲에 놓은 쉼터다. 습지원과 붓꽃원 사이를 지나온 물길은 크게 반원을 그리고는 책 읽는 언덕 앞에 이른다. 그리고 다시 목교 아래를 지난다. 그 수변의 풍경을 품으며 책장을 넘긴다. 발을 딛고 나가는 것이 육체의 걷기라면 글을 읽어나가는 것은 마음의 걷기다. 창포원에서는 몸도 걷고 마음도 걷는다. 공원 남쪽의 늘푸름원이나 숲속쉼터는 몸과 마음의 걷기 어느 쪽이라도 좋다. 매해 5~6월말에는 붓꽃축제도 열린다. 한주 전이나 후에 찾는 게 낫다. 그래야 조금은 한적하게 걸으며 창포원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How to get there?
지하철 1,7호선 도봉산역 2번 출구 지하도 건너편.
마을버스 도봉09 도봉산역 하차.
공원 개방시간 오전7시~오후8시.
문의 02-954-0031
홈페이지 parks.seoul.go.kr ■ 삼성카메라 ST710
[박상준 / 여행작가 seepark1@naver.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호(2011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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