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걷기 프로젝트] 꽃창포, 도봉산 그리고 책 읽는 언덕길…서울 창포원

    입력 : 2011.06.17 15:25:00

  • 사진설명
    5월이다. 가정의 달이다. 모임이나 행사가 많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 시간 내 걷기가, 일부러 걸음내기가 쉽지 않다. 건강하자고 시작한 걷긴데 스트레스가 돼서야. 너무 장소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 집에서 가까운 공원도 좋다. 5~6월에는 서울창포원이 좋겠다. 슬슬 붓꽃이 꽃망울을 연다. 먼발치 도봉산과 수락산을 보며 걷는 즐거움인들, 책 읽는 언덕에서 누리는 마음의 걷기인들, 5월에는 가벼이 내는 걸음도 푸르고 경쾌하다. 창포원 걷기의 세 가지 즐거움
    사진설명
    서울에도 큰 공원이 제법 늘었다. 서울숲, 월드컵공원, 선유도공원 등은 마니아층도 많다. 시간이 지나니 녹지의 초록도 짙고 풍요롭다. 말 그대로 도시의 숲이다. 청계천이나 양재천, 홍재천 같은 하천도 있다. 지구별 한강시민공원이야 물길 따라 걷는 즐거움이다. 이처럼 공원에만 가도 조금은 다른 세상이다. 너른 대지에 잘 가꿔진 산책로다. 공원 조경도 길의 지루함을 덜어준다. 걷기의 가장 든든한 벗으로 손색없다. 다만 좀 오랜 친구다. 긴 세월 만나다 보니 조금은 무료하다. 오랜만에 맘먹고 시작하는 걷기인데 새로운 길이었으면 싶다. 연애하듯 걷고 싶다. 걷기 좋은 여행지를 찾아 조금 먼 걸음을 내는 것도 그런 까닭일 테지. 지난 2009년 서울에 관심을 끄는 공원들이 몇 생겼다. 먼저 북서울 꿈의 숲이다. 옛 드림랜드 자리에 들어선 공원이다. 갤러리와 전망대, 호수와 전통 한옥 등 볼거리가 많다. 옛 테마파크를 활용해 산책로도 다채롭다. 주변의 산세도 잘 살렸다. 서서울호수공원도 있다. 옛 정수장 자리를 재활용했다. 선유도공원의 새로운 버전을 떠올려도 좋겠다. 큰 호수를 중심으로 옛 정수장 시설 사이를 지난다. 이채롭다. 이들 공원은 걷기에 좋다. 가족끼리 나들이 삼아 다녀오기에도 무난하다. 두 해쯤 지났으니 녹지도 삭막하지 않다. 무엇보다 새로운 벗이다. 아직은 생경한 모습이 많다. 아는 사람도 적은 편이다. 기회가 되면 자세히 소개하기로 하자. 이번 달에 걷기 좋은 공원은 서울 창포원이다. 앞서 두 공원과 마찬가지로 두 해 전에 조성했다. 하지만 5~6월에 가장 아름답다. 이름처럼 창포 때문이다. 꽃창포가 피기 때문이다. 이제 곧 꽃창포 길을 걸을 수 있는 시절이다. 슬며시 걸음을 내 볼 수밖에.

    서울 창포원은 도봉산 가는 길목이다. 1만5000평의 공원이다. 원래 서울식물생태원이 있었다. 이를 활용해 지난 2009년 6월 서울창포원으로 만들었다. 꽃창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느티나무와 소나무, 낙우송 등의 큰 나무도 자라고 뱃버들, 조파나무, 사철나무 같은 관목도 있다. 맥문동이나 구절초 등도 곱다. 습지를 따라서 물억새가 하늘댄다. 그 가운데 두드러지는 것은 역시 창포다.

    사진설명
    정확히 말하면 꽃창포다. 우리가 익히 아는 창포와 붓꽃이라 불리는 꽃창포는 다른 종류다. 서울창포원에는 13종의 자생붓꽃과 117종의 독일 아이리스가 꽃을 피운다. 꽃들이야 자신의 존재를 분명히 하고 싶겠다만 걷는 이들에게는 어느 녀석인들 좋은 길동무다. 붓꽃은 이름처럼 꽃봉오리가 붓을 닮았다. 꽃잎의 끝자락은 막 떨어진 먹물인양 생겼다. 보랏빛이거나 노랑 빛이거나. 서울창포원이 걷기 좋은 공원인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는 도봉산과 수락산이다.

    서울창포원은 약 1만6000평의 붓꽃원 외에 약용식물원, 습지원 등 12개 테마로 나눠져 있다. 길은 둘레를 따라 거닐기도 하고 습지 사이로 난 길 위를 걷기도 한다. 물억새 사이로 난 길이기도 하고 소나무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이기도 하다. 창포원으로 들어서면 먼저 남쪽으로 걸음이 옮겨간다. 5000여 평 부지에 30만 본의 붓꽃이다. 연못과 수로를 따라서 꽃망울이 피어오를 때는 뉘인들 그냥 지나칠까. 습지원도 있다. 나무 바닥을 지나고 연못 위에 습지 식물들이 잔뜩 있다. 쉬어갈 수 있도록 물가에 테이블도 마련해 뒀다. 그 사이를 걷다 뒤를 돌아보면 또는 약용식물원 쪽으로 걸음을 옮기다 북서쪽 하늘을 바라보면 탄성이 인다.

    시야를 가득 채운 채 넘실대는 산의 능선이다. 도봉산이다. 공원 너머 북서쪽을 굽이치며 지난다. 동쪽으로는 수락산이다. 도봉산에만 정신이 팔렸다가는 또 쉬이 놓칠 산세다. 좌도봉, 우수락의 산세를 맛보며 걷는다. 발끝에 붓꽃의 여린 몸짓이 자꾸만 아른거려도 멀리 도봉산과 수락산의 ‘눈맛’인들 어찌 마다할까. 본래 서울은 사방 어디에서나 산이다. 산을 보며 걷는 것이 서울 걷기의 참맛이다. 도시가 발전하면서 높은 빌딩들과 눈을 맞추게 됐다만 본래 서울 길 걷기의 즐거움은 산인 것이다. 조선 시대 최고의 건축인 경복궁조차도 그 너머에 북악산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음에야. 마치 옛 서울의 거리를 걷듯 창포원의 정원을 걷는 것이다. 창포원을 걷는 두 번째 즐거움이다.마지막 즐거움은 쉼에 있다. 걷기 코스의 쉼터에 있다. 창포원으로 들어와 곧장 직진한다. 목교가 나온다. 나무다리 위에서 발아래 흐르는 물길에 눈을 맞춘다. 그 음영이 곱다. 그 왼쪽의 숲이 ‘책 읽는 언덕’이다. 언덕이라기보다 낮은 둔덕이다. 그 숲에 놓은 쉼터다. 습지원과 붓꽃원 사이를 지나온 물길은 크게 반원을 그리고는 책 읽는 언덕 앞에 이른다. 그리고 다시 목교 아래를 지난다. 그 수변의 풍경을 품으며 책장을 넘긴다. 발을 딛고 나가는 것이 육체의 걷기라면 글을 읽어나가는 것은 마음의 걷기다. 창포원에서는 몸도 걷고 마음도 걷는다. 공원 남쪽의 늘푸름원이나 숲속쉼터는 몸과 마음의 걷기 어느 쪽이라도 좋다. 매해 5~6월말에는 붓꽃축제도 열린다. 한주 전이나 후에 찾는 게 낫다. 그래야 조금은 한적하게 걸으며 창포원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How to get there?
    지하철
    1,7호선 도봉산역 2번 출구 지하도 건너편.
    마을버스 도봉09 도봉산역 하차.
    공원 개방시간 오전7시~오후8시.
    문의 02-954-0031
    홈페이지 parks.seoul.go.kr ■ 삼성카메라 ST710
    사진설명
    삼성전자가 스마트 터치 UI를 적용해 사용이 편리한 듀얼 뷰 콤팩트 카메라를 출시했다. 귀엽고 깜찍한 스타일의 세계 최소형 3배 줌 카메라다. 메인 LCD와 전면 LCD화면을 통해 모델의 다양한 촬영 포즈를 미리 보여 주고 사용자가 그 모습대로 구도를 맞춰 똑같이 촬영할 수 있는 ‘포즈 가이드 샷(Pose Guide Shot)’ 기능을 별도의 앱으로 새롭게 추가했다. 이 기능으로 초보 사용자도 손쉽게 좋은 구도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게 됐다. 1610만 고화소 CCD에 광각 26mm의 광학 5배 줌 슈나이더 렌즈로 고감도의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다. ※ 카메라 협찬 = 삼성 ST710

    [박상준 / 여행작가 seepark1@naver.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호(2011년 05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