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alth] 흩날리는 저 꽃가루는 알레르기 원인

    입력 : 2011.06.17 15: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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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철에는 꽃가루가 대기 중에 비산되며 여러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킨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꽃가루뿐만 아니라 매년 3월 말부터 5월까지 중국에서 황사가 날아와 호흡기 알레르기질환을 유발시켜 많은 국민들이 해마다 고생하고 있다.

    꽃가루병은 산업혁명 초기인 1819년 영국에서 처음 보고됐으며 그 당시에는 매우 보기 힘든 질환이었다. 또한 한의학에 꽃가루병을 시사하는 문헌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는 동양에서도 매우 드문 질환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산업혁명 이후 꽃가루병의 발병률이 급속도로 증가해 현재는 가장 흔한 질환의 하나로 대두됐으나 아직까지 어떠한 이유로 발생이 증가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최근 200년 동안 인간의 유전정보에 변화가 있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리고 대기 중 꽃가루의 양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어 아마도 환경의 변화, 대기오염 등이 그 원인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디젤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에 의해 꽃가루에 대한 알레르기 면역반응이 잘 유발되며 실내의 담배 연기, 집먼지진드기, 고양이털 등 실내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면역반응을 잘 일으킬 수 있도록 작용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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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나무·자작나무·참나무가 근원 꽃가루병의 증상은 특징적으로 계절적 변동이 명확해 진단을 내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집먼지진드기, 애완동물의 털 등 실내 물질이 원인인 경우에는 1년 내내 증상을 호소한다. 하지만 꽃가루가 원인인 경우에는 매년 꽃가루 시즌에만 알레르기 비결막염 증상이 관찰된다. 꽃가루병은 기본적으로 알레르기 비결막염의 형태로 나타난다. 코 증상으로는 콧물, 재채기, 코막힘증, 가려움증을 호소한다. 눈 증상으로는 가려움증, 눈물, 이물감을 주로 호소한다. 심한 경우에는 두통과 가벼운 발열감을 호소해 환절기 감기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환자는 기관지천식발작이 유발돼 호흡곤란, 기침, 숨을 쉴 때 쌕쌕거리기도 한다.

    꽃가루는 크기가 30~50μm(마이크로미터) 내외로 눈에 보이지 않으며 꽃가루병을 유발하는 꽃가루는 기본적으로 바람에 의해서 전파되는 풍매화다. 충매화인 경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꽃가루병의 원인은 나라에 따라 차이가 있다. 기본적으로 대기 중에 많은 양의 꽃가루가 날리고 꽃가루 자체가 어느 정도 알레르기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야 알레르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소나무의 꽃가루는 우리나라 대기 중에 가장 많이 관찰되지만 알레르기 면역반응을 잘 일으키지 않아 문제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봄철과 가을철에 두 번 꽃가루 시즌이 있다. 봄철에는 나무 꽃가루가, 가을철에는 잡초 꽃가루가 문제를 일으킨다. 버드나무, 수양버들에서 날리는 솜털 달린 씨는 일반인 사이에서 꽃가루병의 주요 원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꽃가루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봄철에는 주로 오리나무, 자작나무, 참나무 등이 꽃가루병을 일으킨다.

    알레르기 환자의 경우 원인이 되는 물질을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다. 그러나 꽃가루나 황사같이 대기 중에 날아다니는 물질에 대한 효과적인 예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다만 꽃가루는 낮에 대기 중에 떠다니면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나 밤에는 지표면에 가라앉는다. 따라서 꽃가루 시즌 중에는 불필요한 외출을 피하고 집안 창문을 닫아 에어컨으로 실내공기를 조절하는 것이 환자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자동차 운전 중에는 반드시 창문을 닫고 오토바이를 운행할 경우에는 보안경을 착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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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어찌 집에만 있을 수 있을까. 조심한다 하더라도 피하기 어려운 게 또한 꽃가루다. 결국 꽃가루 시즌 동안 약물치료를 받거나 면역치료로 병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약물치료는 주로 항히스타민제나 국소 스테로이드 제제, 크로몰린 안약 등을 사용하며 꽃가루 시즌이 종료되면 이를 중단한다. 면역치료는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시행할 수 있으나 초기치료와 유지치료로 구분된다. 초기치료는 약 석 달 정도 소요되는데 최종 유지용량의 1/1000부터 시작해 매주 피하주사용량을 증량해 최종유지용량에 도달하는 과정을 말한다. 최종 유지용량에 도달한 후에는 점차적으로 주사 간격을 늘려 보통 한 달에 한 번씩 접종하게 된다. 유지치료는 대개 3~5년간 시행하며 면역치료를 통해서 알레르기 면역반응을 현저하게 억제할 수 있다. 일부 환자의 경우는 완치되기도 한다. 꽃가루병은 증상과 더불어 알레르기 피부시험과 피·혈청검사로 진단내릴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 검사를 통해 원인이 되는 꽃가루를 찾고 이를 바탕으로 면역치료 대상이 되는지 판정할 수 있다. 또 적절한 면역치료제를 처방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까지 면역치료 시약을 생산하지 않아 전량 외국에 주문해 공급받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국한된 일부 알레르기 원인물질의 경우 면역치료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결론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꽃가루병으로 일상생활에 많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발병률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꽃가루병을 인식하지 못해 감기로 오인하고 있다. 다행히 꽃가루병은 비교적 쉽게 진단할 수 있고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병은 예방이 최선이다.

    [박중원 / 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parkjw@yuhs.ac]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호(2011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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