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ravel] 악마의 목구멍…브라질 이과수 폭포

    입력 : 2011.06.09 16:17:10

  • 브라질 사이드의 이과수 폭포
    브라질 사이드의 이과수 폭포
    질끈 눈을 감았다. 아마 공포 때문이었을 것이다. 눈을 감아도 잔상은 떠나질 않는다. 콰콰콰. 쉬지 않고 이어지는 굉음. ‘폭포’라고 하기보다는 공포스러운 악마가 입을 쩌억 벌린 채 ‘파아~’ 거친 숨소리를 토해내며 폭 2㎞가 넘는 이과수강을 통째 삼켜대고 있다. 그 양은 초당 6만여 톤. 상상이 가는가. 물을 가득 실은 1톤 트럭 6만여 대가 일제히 그 목구멍 속으로 빨려드는 장면이. 맞다. 그 이름만으로 소름이 돋는 바로 그 이과수(Iguazu Falls) 폭포다. 단언컨대 실망은 없다. “설마 그 정도 일까”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을 위해 ‘기사 리콜’까지 선언한다. 실망스럽다면 직접 전화 주시길. ‘세계 빅3’(이과수·빅토리아·나이아가라) 중 으뜸으로 꼽히는 게 바로 그 이과수니까. 275개 폭포 줄기의 합주 원주민(파라과이 과리니 인디오) 말로 이과수는 ‘큰물(Big Water)’이다. 무려 세 나라(아르헨티나·브라질·파라과이)의 국경을 걸친다. 폭포 전체의 폭만 4㎞ 남짓. 이 장대한 줄기를 따라 275개 폭포가 합쳐져 장엄한 화음을 만들어낸다. 숫자를 세기조차 힘든 이 폭포 줄기들의 평균 낙차는 64m. 수직으로 100m를 떨어지는 괴물도 있다. 쏟아내는 물의 양도 상상 초월이다. 우기(11~3월)에는 초당 1만3000여 톤의 물이 쏟아진다. 단 1초만 이 물을 받아도 올림픽 규격 수영장 7개를 채운다.

    미국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부인 엘리너 루스벨트는 이과수를 본 뒤 넋을 잃고 이런 말을 했다 한다. “가엾은(poor) 나이아가라”라고. 가엾은 정도가 아니다. 불쌍할 정도다.

    투어 일정은 이틀로 잡았다. 첫날 브라질 사이드에서 전경을 둘러본 뒤 다음날 아르헨티나로 넘어가 이과수의 핵 ‘악마의 목구멍’을 보는 코스다. 275개 폭포 중 270개가 아르헨티나에 속하지만 폭포 전체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곳은 브라질 쪽이다. 출발지는 포스두 이과수시. 시내에서 차로 20분 정도를 달리니 이내 이과수 국립공원이다. 입구에선 놀랍게도 비옷을 팔고 있다. 폭포를 보는 데 비옷을 준비하라고? 이거 우습게보다간 큰 코 다친다. 꼭 준비하시라.

    입구에서부터 ‘고오오’ 묵직한 첼로의 저음이 귓전을 때린다.

    이과수의 숨소리다. 계곡과 숲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5분쯤 걸었을까. 서서히 이과수가 속살을 드러낸다. 275개 폭포는 차례차례 그 위용을 드러낸다. 첫 눈에 박히는 건 영화 <미션> 촬영지로 유명한 ‘삼총사 폭포’. 영화 속 가브리엘 신부(제러미 아이언스)가 맨손으로 기어오른 바로 그 절벽이다. 잠깐이지만 그가 연주한 오보에 소리가 흘러간 듯하다. 브라질 사이드의 하이라이트는 전망대다. 수십 개 폭포가 겹쳐 있는 그 절벽 바로 아래턱까지 이어져 있는 200여 미터의 철판 데크를 밟고 둘러보는 길이다. 걸음을 뗄 때 마다 미세하게 출렁이는 데크를 따라 현기증은 심해진다. 비옷으로 머리까지 덮었지만 이내 속옷까지 축축해진다. 이과수가 뿜어내는 거대한 포말. 난간을 꽉 잡아도 괴물처럼 굉음을 내며 물기둥을 내리꽂는 절경에 몸이 확 딸려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이과수 폭포의 지존 ‘악마의 목구멍’
    악마의 목구멍이 코앞이다. 관람객이 많아 제대로 보려면 자리를 잘 잡아야 한다.
    악마의 목구멍이 코앞이다. 관람객이 많아 제대로 보려면 자리를 잘 잡아야 한다.
    둘째 날 코스는 아르헨티나 사이드다. 같은 폭포를 그것도 다른 각도에서 보는 게 의미가 있을까. 푸념하지 마시길. 이건, 이과수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브라질 쪽 이과수를 275개 폭포의 합주라 한다면 아르헨티나 이과수는 리더가 펼치는 독주의 향연이다. 그 리더가 275개 폭포무리의 수장인 ‘악마의 목구멍(Garganta do Diabo)’이다. 사실 첫날 브라질 쪽에서부터 도는 것도 이 악마 때문이다. 놈을 먼저 보면 나머지 274개 폭포가 모두 시시해져 버린다는 것. 아르헨티나 쪽은 북부 푸에르토이과수시가 거점이다. 아르헨티나로는 차로 국경을 넘는다. 절차는 까다롭다. 평소에도 1시간 이상 엄격한 검문검색 뒤에야 문이 열린다. 국경 경비대를 통과한 뒤 아르헨티나 이과수 국립공원까지는 20여 분. 악마의 목구멍까지는 앙증맞은 기차가 안내를 한다.

    기차역은 두 곳이다. 첫 번째 역은 Cataratas 역. 영화 <미션> 촬영지를 구석구석 볼 수 있다. 두 번째 정거장이 바로 ‘악마의 목구멍’ 역이다. 기차에서 내리면 간신히 사람 2명이 지날 수 있을 정도의 좁은 데크를 따라 15분 정도 이동한다. 놈을 찾는 건 식은 죽 먹기다. “와아~” 앞서가던 관광객들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지는 바로 그 곳이다. 이건 장관이다. 100명 이상이 몰려 넋을 잃은 채 입만 벌리고 서 있다. 낙차는 20층 고층 아파트 높이인 82m. 길이만 700m, 폭 150m에 달하는 목구멍처럼 U자형으로 굽어져 있다. 누구나 질끈 눈을 감을 수밖에 없다. 입을 쩍 벌린 채 ‘파아’ 거친 숨소리를 내며 폭 2㎞짜리 이과수강을 벌컥벌컥 삼켜대는 놈. 순식간에 영혼까지 쑥 빨려들 것 같은 공포스런 광경이다.

    넋을 잃고 있는 기자에게 가이드의 짤막한 경고가 이어진다. “이곳에서 30분 이상 이 악마와 눈을 마주치지 말라”는 것. 1분엔 근심을 가져가고, 10분엔 생의 시름을 삼켜버리는 이 순둥이 폭포가 30분 눈을 맞추면 악마로 돌변해 영혼을 가져간다는 살벌한 의미다. 끔찍한 통계도 소개한다. 이곳은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와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보다 자살이 잦은 곳으로 꼽힌다는 것. 아쉽더라도 딱 10분만 즐기시길.

    눈으로 본 뒤엔 직접 속살을 보는 보트 투어에 나섰다. 이름하여 ‘마쿠코 사파리’. 20분 정도 이어지는 오프로드 질주에 이어 모터보트를 타고 이과수강을 거슬러 오르는 프로그램이다. 이거 놀랍다. 선착장에서 중무장은 필수. 카메라를 포함해 심지어 소지품까지 모두 빼 두고 비닐 우의로 꽁꽁 감싼 채 출발해야 한다. 그냥 여유롭게 폭포를 관조하는 낭만 보트 여행도 아니다. 시속 35노트(약 시속 60㎞)로 질주하던 보트는 폭포수 앞에 잠깐 멈추는 가 싶더니 그대로 폭포 아래로 쑥 들어가 버린다. 이른바 ‘이과수폭포 샤워’. 곱게 드라이를 한 머리와 속옷이 다 젖어도 이 순간만큼은 행복하다.

    ■ 이과수 여행 100배 즐기기 볼 것 없다. 180만원에 남미를 왕복하는 ‘카타르항공’이 최선이다. 주 7회 운항하는 인천~상파울루 노선은 도하를 경유해 약 24시간(도하 체류시간 제외) 정도 걸린다. 미국을 경유하는 타 항공사 비행기와 견줘도 차이가 없다. 이코노미클래스 왕복 최저 가격은 180만원대. 최저 250만원대를 훌쩍 넘는 대한항공보다 훨씬 저렴하다.
    02 - 3708 - 8548 ※ 취재 협조=카타르항공

    [이과수(브라질) = 신익수 / 매일경제 여행전문 기자 soo@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호(2011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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