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걷기 프로젝트] 제주 돌담에 속삭이는 노란 봄빛이여!

    입력 : 2011.05.27 11:00:24

  • 사진설명
    제주 올레가 어느새 20개 코스를 넘었다. 바당과 오름을 넘나들며 저마다 개성 넘치는 표정을 뽐낸다. 어느 하나 진귀하지 않는 것이 없다. 관광한다며 무심코 지났던 땅이라는 사실이 좀체 믿기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우도가 손꼽힌다. 제주에 딸린 62개의 섬 가운데 가장 큰 섬이자 제주의 집약이다. 올레 이전부터 제주의 비경이었다. 걷는 즐거움이 넘친다. 바당을 따라 돌담을 지나고 봉우리에서 너른 풍경을 품는다. 3월부터 시작되는 봄날에는 그 아래 유채꽃이 노랗게 물든다. 호밀밭이 푸르다. 끊어진 연처럼 마음은 저만치 하늘을 난다. 걸음이 쫓는다. 구제역 영향에도 오롯이 선 우도 올레
    우도 언덕에서 풀을 뜯고 있는 황소 / 우도의 등대
    우도 언덕에서 풀을 뜯고 있는 황소 / 우도의 등대
    올레는 큰 길에서 집에 이르는 골목이다. 돌담으로 길을 열어 바람을 눌러 막는 삶의 지혜다. 마중과 배웅의 길목이다. 제주만의 가옥 구조다. 어찌 무심하게 ‘집 앞 길’이라고만 정의할까. 그러므로 길은 엄마의 품인 양 푸근하고 따스하다. 신앙의 간증처럼 치유의 사연이 넘쳐나는 것도 그런 까닭이리라. 그것이 한 사람의 집념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놀랍기 그지 없다. 하지만 지금은 잠시 몸을 움츠렸다. 스물한 번째 올레인 18코스는 개장 날짜까지 정했지만 잠정 연기했다. 구제역 때문이다. 방제를 위함이다. 올레 1, 2, 9코스는 잠정폐쇄했다. 3, 4, 11, 12, 13코스는 우회한다. 길의 첫걸음을 내는 이들에게 1코스의 의미는 남다를 터. 일말의 아쉬움이 인다. 다행히 1-1코스인 우도 올레는 닫히지 않았다. ‘소가 드러누운 모양’을 뜻하는 우도(牛島)의 명칭이 아이러니하다. 우도는 올레1코스의 2/3지점인 성산포항에서 출발한다. 오전 8시부터 한 시간 간격으로 도항선이 우도의 천진항과 하우목동항으로 운항한다. 15분 걸린다. 우도 올레의 출발점은 천진항이지만 어느 쪽에서 출발하든 상관없다. 천진항에서는 자전거나 스쿠터, 바이크들이 대기한다. 우도는 걸어서 돌아볼 수도 있고 다른 탈 것들을 이용할 수도 있다. 우도 올레 종주는 여유 있게 걸어도 5시간이면 족하다.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면 두 발로 딛고 나서는 게 제일이다. 항구 왼편에는 등머을먹보네식당이 있다. 가볍게 요기를 하고 출발해도 좋다. 김치찌개나 성게미역국이 맛있다.

    발이 멈추고 마음은 걷네
    홍조단괴해빈 / 우도 해변의 일몰
    홍조단괴해빈 / 우도 해변의 일몰
    올레길은 바다를 따라 섬의 둘레를 돈다. 항구의 왼쪽은 서빈백사 방면으로 올레 순방향이다. 오른쪽은 우도봉 방면으로 올레 역방향이다. 느긋하게 첫걸음을 내기에는 서빈백사 쪽이 낫다. 가장 먼저 쇠물통언덕을 지난다. 제주의 소는 방목한다. 우도도 마찬가지다. 소들은 풀을 뜯다 목이 마르면 언덕에서 물을 먹는다. 그래서 쇠물통언덕이다. 언덕이라지만 높은 봉을 갖진 않는다. 얕은 경사의 오르막이다. 아니나 다를까. 한가로이 풀을 뜯던 소들이 길을 막는다. 어미와 아들이 나란하다. 송아지가 어미 품으로 숨는다. 어미 소는 코끝으로 제 자식을 밀친다. 슬며시 자리를 피해 천진리 마을로 내려선다. 검은 돌담과 노란 유채꽃이 맞는다. 천진리 유채꽃마을이다. 그 너머는 우도의 푸른 바다다. 비로소 제주의 봄이다. 성산 일대의 유채꽃이 아름답다지만 간혹 목 좋은 곳의 사진 촬영이 유료인 경우가 많다. 우도는 열린 유채꽃 밭이다. 자유로이 누릴 수 있다. 어느 한 지역으로 한정 지을 것도 없다. 천진리 유채꽃마을은 그 시작이다. 우도를 한 바퀴 돌아 우도봉에 이를 때까지 유채는 수시로 들고난다. 돌담과 더불어 우도 길의 동무다. 유채의 빛깔에 정신을 잃을 때쯤 걸음은 홍조단괴해빈에 이른다.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이다. 석회조류의 하나인 홍조류가 단괴를 형성했고, 태풍에 의해 바다로 밀려와 퇴적됐다. 모래밭이 아니다. 홍조류의 분비물과 조가비로 이뤄진 해변이다. 순백의 지천이다. 하얀색은 짙어서 산호 빛이다. 파도가 밀려들고 날 때마다 극명한 색의 대비를 이룬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다. 2004년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그러니 맨발로 걸어볼 일이다. 모래가 아닌 조가비의 해변을 발끝으로 느껴볼 일이다. 엉덩이를 깔고 잠시 쉬어가도 좋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본섬 제주의 풍경을 품고 봄바람에 몸을 맡겨도 좋다. 그리 걷다보면 하우목동항과 산물통을 지나 망루 앞 삼거리에 도착한다. 섬의 북쪽 끝이다. 섬의 한쪽 끝 방향을 확인하고 돌아서면 다시 파평윤씨공원이다. 걸음을 내기에 좋은 또 하나의 길이다. 돌담이 장관이다. 밭과 밭을 가르고 집과 집을 가르는 벽과 담의 검은 선들이다. 그 사이로 걷는다. 그 사이로 들고난다. 유채에서 봄을 알았다면 돌담을 걸을 때 그 유채꽃의 땅이 제주라는 걸 안다. 틈새를 갖는 엉성한 돌담은, 바람의 통로를 연 굳건한 돌담은 그 자체로 제주의 상징이다.

    동쪽에는 비양도도 있다. 하고수동 해수욕장에서 방파제를 따라 이어졌다. 우도의 일출은 비양도가 제일이다. 비양도에서 뜨는 해를 맞고 하우목동항이나 홍조단괴해빈에서 지는 해를 맞는다. 해돋이와 해넘이의 시간에 맞춰 길의 완급을 조절하고 방향을 조정하는 것도 우도 올레 걷기의 지혜다. 그리고 우도 올레의 마지막 종점, 우도봉 앞에 선다. 조곤조곤하던 길이 심하게 요동치며 높아진다. 우도 올레길이 열리기 전의 우도봉은 곧장 전망대로 향했다. 우도 올레는 저수지 옆으로 길을 냈다. 우도를 처음 찾는 이라면 등대 쪽의 장관도 놓칠 수 없다. 우도의 유채꽃밭과 우도의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다. 5월경에 찾는다면 크림손클로버와 양귀비꽃이 피어오른다. 그 화려한 색의 축제인들 어찌 그냥 지나칠까. 우도 올레의 방점과도 같은 풍광이다.

    우도를 걸을 때는 자꾸만 걸음이 멈춘다. 시선을 빼앗는 무수한 풍경들이 발길을 챈다. 마음만 자유롭게 뛰논다. 그래서 도시가 아닌 섬을 걷는 일은, 제주를 걷고 우도를 걷는 일은 ‘놀멍, 쉬멍, 걸으멍’이라 했나. 호밀밭과 보리밭, 땅콩밭을 지날 때도 걸음은 ‘놀멍, 쉬멍, 걸으멍’이어야 할 것이다. 이곳이 황홀한 제주, 3월의 우도 올레를 걷는 법이다.

    ※ 자료 = 제주관광공사 제공

    [글·사진 = 박상준 여행작가 seepark1@naver.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호(2011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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