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웰빙 바람이 불면서 채식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채식주의 혹은 육식주의라는 흑백논리로 구분하는 주장은 어리석은 짓이다. 반드시 채식주의자만 건강하고 육식을 하는 사람은 건강하지 않은 것은 또 아니기 때문이다. 항생제나 호르몬제 등으로 키운 닭이나 소, 돼지 못지않게 농약, 화학비료로 재배하는 채소는 건강에 아무 의미가 없다.
채식주의자 중에는 창세기를 인용하면서 채식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조물주가 인간에게 준 치아 32개 중 곡식을 씹도록 한 어금니 20개, 채소를 씹는 앞니 8개와 함께 육류를 씹을 수 있는 송곳니 4개가 있기에 고루고루 균형 잡힌 식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체에 필요한 3대 영양소 비율을 보면 탄수화물 60%, 단백질 25%, 지방 15%씩이다. 칼로리적 영양학으로 보나, 생화학적 영양학으로 보나 단백질은 인체의 세포조직을 구성하고 혈액과 엔자임(효소)과 호르몬 등의 원료가 된다. 그러므로 합리적인 육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신진대사의 마지막 산물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당연히 채소나 곡물류를 섭취했을 때 독소가 적게 나온다. 고기를 먹은 후의 방귀는 독한 썩은 냄새가 나지만 보리밥을 먹은 후의 방귀는 구수한 냄새가 난다고들 하지 않는가? 물론 신체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꼭 자연식품과 유기농 식품만을 섭취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해독과 조율을 염두에 두고 자기에게 맞는 맞춤식단을 만드는 것이 좋다.
과거에는 영양이라고 하면 질보다 양이 우선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현대에는 균형을 어떻게 취할 것인가가 더 중요시되고 있다. 영양의 균형이라고 하는 것은 기초식품인 단백질·지방·탄수화물·비타민·미네랄·물을 알맞게 섭취하는 것이다. 영양의 균형을 생각하지 않는 채식주의자는 빈혈이 오기 쉽고, 육식주의자는 고지혈증이 오기 쉽다. 그러므로 질병예방과 활력 있는 삶을 위해 전문가의 조언과 건강기능식품으로 도움을 받는 것도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 채식주의자는 자기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들로서 음식뿐 아니라 규칙적인 생활습관, 운동에도 관심이 많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아니면 약으로 고치기 어려운 난치성 고질병에 걸린 환자들이 많다. 그들은 약보다 음식으로 치료한다는 신념을 가진 자들이다. 이것이 임상영양학의 기초가 됐다.
균형 잡힌 식단이 최선의 방법
채소는 미네랄과 비타민을 다량 보급한다. 따라서 혈액을 알칼리성으로 만든다. 몸에 좋다는 과일·채소류는 거의 알칼리 식품이다. 그러나 항산화력이 높고 몸에 좋다는 레드와인과 요즘 한창 바람 부는 베리(berry)류는 산성식품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산-알칼리가 균형을 이루는 다이어트(Acid-Alkaline Diet)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피를 약 알칼리로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알칼리 채소를 풍부히 섭취해도 인체를 산성화시키는 요인들인 스트레스, 부정적인 생각, 공포 등을 가지면 인체가 산성화된다. 때문에 가장 훌륭한 식사는 육식이냐, 채식이냐가 아니라 균형 잡힌 식단을 짜고 운동을 하며 건전한 생활습관을 가지는 것이다. 곧 당신의 부엌이 당신의 약국이다.
산-알칼리 다이어트, 4가지 법칙1. 제1법칙 식사는 절대 산성화 음식을 단독으로 섭취하지 말고 항상 알칼리성 음식이 함유한 음식을 섭취할 것 (예:불고기+상추쌈+마늘+된장)
2. 제2법칙 매 식사 때마다 알칼리 음식의 양이 산성화된 음식의 양보다 월등히 많을 것(비율 3:1)
3. 제3법칙 산성화된 체내의 환경이나 개별적 대사작용이 적정치 못할 때 알칼리성 음식을 훨씬 더 많이 섭취할 것(비율 5:1)
4. 제4법칙 알칼리 채소나 땅에서 나는 곡식으로 단독 식이요법은 가능하지만 기간을 제한시킬 것(1주~2주)
[이성재 /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통합의학센터 교수 lee3676@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