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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x] Morning Sex
입력 : 2011.05.13 17: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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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아침에만 하려고 해요. 아침마다 발딱 서는 남편을 둔 걸 감사하라면서요. 정작 내가 원할 때는 먼저 잠들어 버리고 한참 곤하게 잠들어 제대로 깨지도 못한 상태에서 마치 자신의 정력을 확인이라도 시켜주겠다는 듯이 매일 아침마다 들이대는 남편의 페니스에 흥분이 될 리 없잖아요. 그러다보니 충분히 젖지도 않고 아프기만 하지요.”
이 여성은 도대체 남편의 아침 발기 사실만으로 감지덕지 감사하며 고통을 참아내야 하는 건지 반문했다.
모닝커피 대신 모닝섹스? 또 다른 여성들도 아침 눈 뜨자마자 덤벼드는 남편의 입 냄새와 기름이 좌르르 흐르는 얼굴이 싫고, 저녁 어스름한 불빛 아래서는 그래도 제법 괜찮아 보인다고 착각했던 자신의 쌩얼과 복부의 늘어진 살들이 아침 햇살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상황에서는 성적 몰입이 안 된다고 호소했다. 얼굴의 잡티 하나, 늘어난 뱃살 주름 하나하나가 다 선명하게 확인되는 환한 아침에 위축돼 나누는 섹스는 마치 아담과 이브가 나누는 그것처럼 환상적이었던 영화 <루시아>의 모닝섹스 같을 리 절대 없다는 것이다. 섹스란 것이 항상 획일화된 틀 안에서 생각할 수 없듯이 모닝섹스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모닝섹스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심지어 혐오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닝커피 대신 모닝섹스!’라는 구호를 앞세우며 남성의 발기가 왕성한 아침에 성관계를 하는 게 좋다는 성전문가들의 의견이나 갖가지 모닝섹스의 장점들을 열거하는 모닝섹스 예찬론자들의 생각은 어쩌면 지극히 남성 중심적인 착각일 수 있다. 실제 모 잡지의 한 리서치에서 ‘나는 모닝섹스가 좋다’는 항목에 여성 73%가 No, 남성 64%가 Yes로 답변해 남녀의 모닝섹스에 대한 시각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기도 했다.
여성들이 모닝섹스를 싫어하는 이유를 의학적·생리적으로 설명하려면 ‘멜라토닌’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노화를 방지하는 신비의 명약으로 알려져 한때 인기를 끌었던 멜라토닌은 수면 호르몬으로 원래 조종사들이 시차 적응을 위해 복용하던 것이었다. 약도 유행이 있는지라 요즈음에는 조금 시들한 듯해도 여전히 멜라토닌을 먹고 있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간뇌에 돌출해 있는 송과선이라는 내분비선에서 분비돼 밤낮의 길이나 계절에 따른 일조 시간의 변화를 감지하고 생식활동의 생체리듬에 관여하는 게 주요 효능이다.
한편 연애를 한다든지 하는 우리의 행동에는 의욕이 필요한데 그 ‘하고자 하는 욕구’를 자극하는 신경전달물질의 하나가 LHRH(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이 분비되면 성적 욕구가 높아지고 여러 호르몬이 밸런스를 맞춰 작용함으로써 연애가 발생되고 유지된다. 그런데 각성제도 자꾸 사용하다 보면 효과가 떨어지듯 연애에서도 이 호르몬에 대한 반응이 둔해지게 되어 있다. 연애가 시들해지거나 같은 사람과의 섹스가 시간이 지나면서 질리는 것은 이러한 화학반응의 영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LHRH의 분비를 억제하는 호르몬이 또한 멜라토닌이라는 것이다.
멜라토닌의 농도가 높을 때는 생식세포의 발달을 억제하고 성적 욕구가 저하된다. 멜라토닌은 오후 10시부터 분비가 시작되어 새벽에 가장 농도가 높은 반면 LHRH는 밤에 많이 분비된다. 일상의 일들을 끝내고 잠자리에 들기 전이 가장 용이한 시간이어서도 그렇겠지만 저녁에 기분이 들뜨고 섹스를 나누는 것은 이 LHRH의 효과가 크다 하겠다. 반면 새벽에 치근거리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은 멜라토닌의 영향이라 할 것이다.
남성이 빠른 섹스를 원하는 상태영화 ‘루시아’의 한 장면
휴일 아침 늦잠을 자고 나른한 상태에서 섹스 후 조금 더 잘 수도 있다는 편안함에 나누는 여유롭고 감미로운 모닝섹스, 전날 밤 격정적 섹스를 나누고 아침에 이어지는 사랑의 재확인으로 전날 섹스의 연장선상에서 행하는 가벼운 모닝섹스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이 시간대에 자신의 페니스를 가장 단단히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충만해 어쩌다 한두 번이 아니라 매번 새벽이나 아침 섹스만 원한다면 그땐 반드시 파트너의 동의를 먼저 살펴야 한다.
로맨틱한 밤의 섹스는 무시되고, 멜라토닌의 영향으로 완전히 성적 에너지가 다운되어 있는 상태의 새벽 섹스만 고집하는 당신에게 당신의 아내는 오늘도 분노하고 있을지 모른다.
[김경희 / 미즈러브 여성비뇨기과 원장 www.mizlove.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호(2011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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