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걷기 프로젝트] 바람 한 줌에 상쾌함이 솔솔, 남양주 다산길

    입력 : 2011.05.13 17:02:12

  • 길 위엔 이야기가 지천이다. 하지만 산 넘고 물 건너 도착한 그곳은 쉽게 속살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저 왔다가는 뜨내기에겐 아무 것도 내줄 게 없다는 듯 서너 시간 땀을 내고 먼 산으로 시선을 돌려야 살짝 어깨춤을 들썩인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길은 거짓과 허풍이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땀을 낸다.

    새소리 은은한 물길, 철길로 이어지고
    연꽃호수 앞 황포돛대
    연꽃호수 앞 황포돛대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다산 정약용 생가. 깔끔하게 단장된 다산유적지와 실학박물관을 둘러본 후 주변 맛집에서 나들이를 마감하던 관광객의 발걸음이 최근 달라지고 있다. 트레킹에 적합한 신을 신고 울긋불긋한 방한복으로 무장한 이들이 다산유적지에서 출발해 팔당역, 능내역, 운길산역을 아우르는 13개 코스의 다산길을 걷는다. 또 하나의 올레길이 생겼거니 싶지만 서울 지척에 펼쳐진 산과 물의 조화는 차도남, 차도녀에게 따뜻함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총 면적의 70%가 산림인 남양주는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남한강을 섞어 비로소 한강을 빚어낸다. 덕분에 강을 끼고 도는 길은 사계절 산빛과 물빛이 다채롭다. 겨울에 걷기엔 강바람과 산바람이 버겁기도 하지만 산길 옆을 흐르는 강은 트레킹의 천국이라는 스위스의 그것에 비해 조금도 모자람이 없다.

    13개 코스의 총 연장 길이는 179.8km. 그 중 3코스인 ‘새소리명당길’(7.5㎞)로 걸음을 옮겼다. 마재마을, 폐철도, 조안리, 운길산역에 이르는 길은 서너 시간 코스다. 우선 다산유적지에서 마재마을로 가는 길은 두 갈래다. 넓은 연꽃밭이 펼쳐진 다산산책길이 여름철 백미라면 가을과 겨울엔 다산유적지로 들어오는 도로를 거슬러 올라가는 게 낫다. 낙엽 쌓인 길가에 운치 있는 카페가 자리해 영화 속 한 장면이 부럽지 않다.

    마재마을의 마재성지
    마재마을의 마재성지
    조안면(鳥安面)은 한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새가 편히 쉬었다 가는 곳이다. 예부터 명당 중 명당이라 손꼽혀 여러 번 매스컴을 타기도 했다. 새소리명당길에 들어서면 이러한 역사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하늘로 뻗은 앙상한 겨울가지 곳곳에 겨울새 무리가 둥지를 틀고 울어댄다. 마재마을의 마재성지는 정약용 형제가 천주교를 접한 곳이다. 모진 박해 속에서 가솔과 함께 지낸 곳이기도 하다. 천주교 성지로 지정됐지만 규모는 작다. 성지 너머 연꽃호수로 연결된 길엔 다양한 디자인의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연구소와 기업체, 가정집이 자리했는데 대문 디자인 하나도 쉽게 결정하지 못한 듯 오래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연꽃호수 앞에 머문 황포돛대는 겨울바람에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다. 흔들거리며 지나는 이들에게 이곳을 거쳐야 철길에 이른다고 속삭인다. 실제로 황포돛대 앞에서 시선을 위로 하면 지금은 열차가 지나지 않는 폐철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한강을 품에 안은 철길은 가는 길 곳곳에 데크로 마무리한 쉼터를 마련했다. 벤치에 앉아 한강을 바라보면 멀리 보이는 팔당댐이 웅장하다.

    겨울에 걷는 폐철도는 1월 중순이 가장 재미있다. 기온이 뚝 떨어져 꽁꽁 언 한강변이 즉석 썰매장으로 변하기도 한다. 특히 철길 옆 카페 ‘봉주르’ 앞 강변에 얼음을 지치는 이가 많다.

    짧은 여행, 긴 여운
    사진설명
    도심 안과 밖에 여러 개의 걷는 길이 새롭게 태어났지만 철길을 걷는 건 짧은 여행을 떠오르게 한다. 잠시 철로에 앉아 숨을 고르면 목덜미에 흐른 땀이 길의 의미를 새롭게 한다. 폐철도에서 농로로 접어들면 소박한 시골 풍경이 정겹다. 조안리 입구에 들어서면 다시 철길이 나온다. 새소리명당길의 마지막 코스인 운길산역으로 가려면 왼쪽을, 다시 다산유적지로 돌아오려면 오른쪽으로 돌아서 나오면 된다. 이쯤 되면 길 곳곳의 이정표와 표지판 등이 눈에 들어온다. 상세한 안내도의 마을 유래를 더듬게 되고 바람을 피해 들른 카페에 앉아 두런두런 묻고 답하는 무의식적인 행위가 의식적으로 행해진다. 길이 살짝 어깨를 드러내는 순간, 찬바람 맞아 빠알개진 얼굴에 슬쩍 미소가 번진다. 따뜻한 차 한 모금 마시고 나면 겨울 트레킹의 여유가 묻어난다. 굳이 추운 겨울에 걷게 되는 이유다. ■ 캐논 파워샷 SX30 IS
    사진설명
    35배줌 카메라를 탑재해 최대 840mm까지 초망원 촬영이 가능하다. 와이드 화각을 28mm에서 24mm로 진화시켜 콤팩트 카메라 하나로 광각에서 초망원까지 폭넓을 화각을 커버할 수 있다. IS 기능을 강화해 셔트 스피드 환산 시 약 4.5스톱의 손떨림 보정 효과를 느낄 수 있다. 2.7인치로 대형화된 ‘퓨어컬러 LCD V’로 어떤 각도에서도 촬영이 자유롭다. 스테레오 음성 지원 HD 동영상(1280×720화소) 촬영이 가능하다. [안재형 기자 ssalo@mk.co.kr / 카메라 협찬 = 캐논 파워샷 SX30 IS]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호(2011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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