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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조직 혁신 ‘경량문명’이 요구하는 새로운 리더십
입력 : 2025.12.19 15: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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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필사의 시대, 경량문명이 온다대마필사(大馬必死)의 시대, 기업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마인드 마이너 송길영 작가가 ‘경량문명의 탄생’에서 던진 화두다. 공학도 출신으로 데이터와 인문학을 융합해 시대 변화를 예측해온 그는 <시대예보> 시리즈를 통해 한국 사회의 변곡점을 정확히 짚어왔다. 2023년 <핵개인의 시대>로 개인의 각성을, 2024년 <호명사회>로 관계의 변화를 예고한 그가 이번엔 조직과 협업의 근본적 변화를 제시한다. 송 작가는 개인은 증강되고, 조직은 가벼워져야 한다고 말한다. 가볍다는 것은 빠른 의사결정을 뜻한다. 그는 인원이 적은 조직이라도 “의사결정이 느리고 완고하면 무거운 기업이 된다”라며 “단계가 줄고 사람의 개입이 최소화된 상태에서 빠르게 순환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경량문명이란, AI를 동료로 삼아 작은 단위가 빠르게 결합·해체하며 일하는 시대. 다시 말해 ‘속도와 유연성’으로 무게를 이기는 문명을 뜻한다. 이는 20세기 성공을 정의했던 규모의 경제에 대한 반기(反旗)를 드는 것이다. 송 작가는 “플랫폼의 운영자는 커졌지만, 참여자는 오히려 작아지고 있다”라며, 거대함이 오히려 약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경량문명은 기존 시스템의 비효율과 AI라는 도구의 출현으로 발생한 필연적인 패러다임 전환이란 것이다.
이미 기업 현장에서도 변화가 시작됐다. 챗GPT, 미드저니 같은 프로슈머(prosumer) 도구의 등장으로 개인이 기업과 경쟁하는 시대가 열렸다. 이들은 더 이상 조직에 종속되지 않으며,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프로젝트 단위의 협력 파트너를 자유롭게 선택한다.
무게를 버리고 속도를 택하라 - 새로운 리더십의 조건송 작가는 기업의 리더들이 변화를 인식하고, 인공지능을 업무에 적용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사 측면에서도 이전에는 신입 교육 과정이 있었으나, 이제는 충분히 숙련된 전문가를 바로 실무에 투입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리더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함을 의미한다. 더 이상 리더는 구성원의 업무 진행 상황을 감독하는 사람이 아니다. 리더의 새로운 역할은 관리와 통제가 아닌, 핵개인들이 최고의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그들의 협력을 촉진하는 데 있다.
협업·협력의 자세도 달라진다. 그가 제시하는 새로운 협업의 원칙은 세 가지다.
‘우리는 지금 만납니다. 준비된 사람만 함께한다.’ 모든 준비가 완료된 전문가만이 프로젝트에 합류한다. 핵심 업무를 위한 직무 교육이나 적응 기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잠시 만납니다. 전력을 다할 뿐이다.’ 프로젝트기간 동안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전력투구한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미련 없이 헤어진다. 완전한 몰입과 깔끔한 분리다.
‘우리는 다시 만납니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 미래의 협업 가능성은 조직 내 직급이 아닌, 오직 평판과 성과에 의해 결정된다. 동료들에게 좋지 않은 평가를 받으면 다음 프로젝트에서 배제당한다.
이어서 근본적인 조직재편을 위해 리더를 위한 4가지 지침을 제안했다.
첫 번째는 ‘바뀐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가장 큰 장애물은 기술이나 자본이 아닌,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리더 자신의 완고한 사고방식이다.
변화를 수용했다면, 다음 단계는 직접 AI를 경험하는 것이다. 목표는 AI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AI가 어떻게 작동하고 자신의 업무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실질적인 감각을 얻는 것이다. 리더가 직접 자신의 업무 흐름에 AI를 사용함으로써, 그 메커니즘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조직 내에서 어떤 업무를 자동화하고, 어떤 영역에서 인간의 역량을 강화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속도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빠른 친구가 이겨요. 언제나 그렇듯, 경량 문명은 속도의 문제입니다.” AI가 특정 분야의 세분화되고 반복적인 작업을 압도적인 효율로 처리하게 되면서, 인간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역량은 달라졌다. 작가는 이를 “전체를 위해서 바라보는 능력” 혹은 “조감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표현한다. 이제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단순히 성과를 관리하는 것을 넘어, 구성원들이 이러한 조감 능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에이전시의 몰락, 중간 단계 기업의 선택송 작가는 경량문명 시대에 중간 단계 기업들의 위기를 경고한다. “양극화되는 겁니다. 거대 플랫폼은 글로벌 서비스를 하며 더욱 커집니다. 그런데 그 플랫폼 위에서 개인이 증강되면, 중간 단계의 기업들이 힘들어지는 거예요.” 그는 이를 ‘에이전트의 등장, 에이전시의 몰락’으로 표현한다. “지금까지 우리를 도와주던 대행업들(여행사, 부동산 중개, 보험판매 같은)이 AI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이 등장하면서 중간 단계가 사라지고, 빠른 변화가 산업 전반에 파급되고 있어요.” 송 작가는 현재 기업들은 여유가 없다고 말한다. 생존을 위해 효율화를 선택하고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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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3호 (2025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