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포와 함께하는 스타트업 생존방정식] 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 “탄소중립부터 RE100까지 그리드위즈 솔루션이 첫걸음“

    입력 : 2025.02.26 17:26:37

  • 붉은 벽돌이 멋들어진 서판교의 아담한 사옥에 둥지를 튼 ‘그리드위즈’는 에너지 데이터 기반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전력수요관리(DR·Demand Response), 이모빌리티(EM· E-Mobility), 에너지저장시스템(ESS), 태양광(PV) 등 4개 분야의 사업을 전개 중인데, 특히 전력수요를 관리하는 DR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쉽게 말해 전력 수요자인 기업(고객)의 전력 감축을 유도하고 그 이행에 따라 받은 정산금(보상)을 고객에게 지급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가 매출로 이어진다. 전력을 아껴 판매하는 시장에서 중간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는 “기름과 가스에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확신에 창업을 하게 됐다”며 “탄소중립과 RE100에 이르기 위한 첫 걸음은 그리드위즈와 함께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
    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
    He is

    1970년생. 부산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위즈네트 부사장, 일진전기 전략기획실을 거쳐 미국의 Wiznet Technology 대표를 역임했다. 2013년 그리드위즈를 창업했다.

    트럼프 2기? 큰 영향 없을 것

    Q 기후테크에 대한 관심은 여전한데,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전기차 의무화 정책 철회, 해상 풍력발전 프로젝트 중단, 화석연료 인프라 승인 가속화 등의 정책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A 다들 그쪽으로 관심이 많더군요. 미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늘 트럼프에 묻히는 것 같아요. 저희 입장에선 트럼프 2기가 호재도, 악재도 아닙니다. 미국 같으면 연방정부가 주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데, 시장 구조에 의해 움직이는 영역에는 큰 영향이 없거든요. 저희가 진행하는 분야는 상당 부분 시장 구조에 의해 움직이고 있어요.

    Q 그리드위즈는 분산 자원을 연결하는 에너지 플랫폼 솔루션 기업으로 알려졌습니다.

    A 모든 에너지 데이터를 모아 누구나 깨끗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에너지 데이터 테크기업이에요. 미국에서 여러 에너지 테크기업들과 미팅하며 클린에너지 전환과 전기차 확대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란걸 알게 됐어요. 특히 토니 세바 스탠포드 대학 교수의 강의를 들으면서 오일 앤 가스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그리드위즈를 창업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죠. 창업 당시엔 생소한 분야였는데, 지금은 공감대가 일고 있습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솔루션을 제공하는 겁니까.

    A 과거엔 대형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에너지가 단방향으로 공급되던 시스템이었는데, 지금은 무수히 많은 소형 클린 발전소가 전국에 설치되면서 에너지를 바로 사용하거나 혹은 공급하는 양방향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어요. 시스템이 바뀐다는 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리드위즈가 에너지와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모아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거죠. 에너지 데이터는 전기를 만드는 공급자(한국전력거래소)가 공급과 수요를 맞출 때도 쓰이고 사용자가 전기사용량을 줄이는 데도 쓰입니다. 이러한 밸런싱을 맞추는데 들어가는 비용에서 저희 수익이 발생합니다.

    Q 전기를 공급하는 방법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솔루션이다?

    A 예를 들어 날씨가 좋아 태양광 발전이 많을 때 사용하는 사람이 많으면 밸런싱이 맞춰지는 거죠. 그런데 반대로 태양광 발전은 많은데 사용하는 이가 없으면 비용이 들더라도 전기를 소모해야 합니다. 보통 주말에 공장이 쉴 때 이런 상황이 발생합니다. 반대로 전기 사용량이 많을 때 누군가 전기 사용을 줄이거나 안 한다면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집니다. 이런 비즈니스를 전력수요관리 서비스라 하는데, 그리드위즈는 이러한 에너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AI기법 등으로 가공해 수익을 창출합니다.

    RE100에 가장 근접한 기업이 그리드위즈
    사진설명

    Q 에너지 데이터가 많을수록 수익이 높아질 것 같은데요.

    A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 시점이 10년 전인지 20년 전인지에 따라 다르죠. 1년치 전력 사용량을 분석하느냐 10년치를 분석하느냐는 전혀 다르거든요. 전기차 솔루션을 지원하는데 1년 동안 출시된 전기차의 특성을 지원하느냐 10년 전부터 이 길을 운행하는 모든 전기차에 대해 지원하느냐에 따라 호환성이 달라집니다. 저희는 창업(2013년) 이후 꾸준히 관련 데이터를 모으고 있어요. 고객사의 공장을 예로 들면 약 1분에 한 번씩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그런 데이터가 10년 넘게 축적돼 있는 거죠.

    Q 에너지 관리 분야에서 한국의 수준은 어느 정도입니까.

    A 아주 초보적인 단계에요. 물론 공장 내에서의 에너지 절감은 각 기업의 노력으로 상당 부분 진척됐는데, 에너지 서비스 관점에서 최적화는 아직 시작도 못했습니다. 에너지 최적화란 건 탄소중립이 포함되는 건데, 2050년 까지 탄소중립을 해야 하는 상황에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대부분 공장이 고효율 기자재로 이미 상당 부분 교체 완료했고, 전등도 LED로 바꿨거든요.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라인을 끌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라인을 돌리면서도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 뭐냐. 그걸 찾는 게 어려운 문제죠. 저희가 제안하는 에너지 서비스로 전력 사용 패턴을 바꾼다면 공장에 최적화된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비용 절감은 물론이고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으로 가는 첫걸음도 내디딜 수 있어요. 한 발자국 떼는 과정이 RE1 정도라고 볼 수 있는데, 지금은 그 수준의 회사도 손에 꼽을 정도거든요.

    Q 고객 입장에선 그리드위즈의 솔루션으로 공장을 운영하면 탄소중립에 이르는 셈이네요.

    A 탄소중립, RE100으로 갈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줍니다. 기본적으로 수요관리 플랫폼이 있고 여기에 ESS, 태양광 발전소, 전기차 충전까지 연계해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하나의 솔루션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거죠. 고객 입장에선 현재 공장의 상태를 실시간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지금 전기를 쓰는 것과 1시간 후에 쓰는 것, 아침에 쓰는 것과 점심, 저녁에 쓰는 게 비용과 효율 측면에서 전혀 다르거든요. 결국 탄소중립 비율이 달라지는 겁니다.

    Q 경쟁사가 있을 것 같은데요.

    A 아직은 국내에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은 그리드위즈밖에 없습니다.

    최대한 원자력으로 버티며 재생에너지 비중 높여야

    Q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국내 수준도 궁금해지는데요.

    A 중국은 이미 35%를 달성했어요. 일본도 마찬가지고 심지어 베트남은 유럽보다 앞서가고 있습니다. 미국의 기후 관련 정책이 주목받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비중도 엄청 높은 수준이에요. 우리만 약 10% 전후죠. 늦어도 한참 늦었습니다.

    Q 비중을 높이려면 어떤 점이 선행돼야 합니까.

    A 개인적인 의견인데, 한순간에 재생에너지 수준을 높일 순 없습니다. 가능하면 현재 운영 중인 에너지자원, 원자력도 무탄소에 포함되니 이런 자원들로 시간 벌기를 해야 합니다. 물론 그런 와중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대한 높이는 작업도 병행해야죠.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해야 합니다.

    Q 현재 그리드위즈는 DR, EM, ESS, PV 등 4개 분야의 사업을 진행 중인데, 각각 현황은 어떻습니까.

    A 그리드위즈는 분산자원(수요자원, 에너지저장장치, 신재생에너지발전소, 전기차)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전체 운영 중인 분산자원은 3GW에 이르고 있어요. 일반적인 원자력 발전소가 1GW 수준이니 3기에 해당하는 규모죠. DR분야의 사업비중이 약 80%로 가장 높은데, 공장 등 산업시설은 물론 백화점, 병원, 일반 가정과 전기차까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 모든 곳이 사업 대상입니다. 전체 전력망에서 에너지가 부족한 경우엔 사용량을 줄이고, 에너지가 지나치게 많은 경우엔 사용량을 늘려서 안정적 전력망 공급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클린에너지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ESS의 중요도도 높아지고 있어요. 날씨나 시간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에너지를 미리 저장해 두었다가 사용하는 것이죠. EM은 전기차 부분인데, 전기차 충전을 제어, 통제할 수 있는 통신 모뎀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 롬복섬에서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도 시작했는데요. 자전거의 배터리를 한 곳에 모아두고 이 배터리를 이용해 전력 서비스를 하는 겁니다.

    Q 지난해 실적은 어떻습니까.

    A 매출은 국내 산업이나 시장, 특히 전기차 쪽에서 좀 덜 나왔어요.(인터뷰 이후 공시된 지난해 매출액은 1247억원,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47억원, 30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지난해 수주된 물량들이 올해로 넘어온 이월효과가 꽤 됩니다. 전기차 충전기 제도가 바뀌면서 수주했던 스마트 충전기 물량이 꽤 많이 넘어 왔거든요. 올해는 국내 사업 안정화와 함께 해외사업 확장도 본격화 할 계획입니다. 15% 성장이 목표죠.

    Q 해외사업 확장이라면.

    A 생산 기지가 될 수도 있고 M&A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은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에요. 전기차 충전과 ESS가 중심인데 미국의 여러 주 중 시장 상황과 제도, 전력 시장 상황이 좋은 텍사스나 캘리포니아를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동남아 시장은 일단 법인을 설립한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진출할 계획입니다.

    Q 지난해 6월에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는데요. 상장 전과 후, 어떤 점이 달라졌습니까.

    A 아무래도 고객들이 회사를 바라보는 신뢰도가 높아진 것 같아요. 또 하나는 임직원들이 느끼는 자부심이 높아졌습니다. 주가 면에선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인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충분히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스타트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하신다면.

    A 예전에는 할 말이 많았는데, 해보니까 만만치 않아요.(웃음) 제 생각에 가장 중요한 건 신념이에요. 계속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의외로 에너지가 많이 드는 부분인데, 정말 좋아한다면 확고해야 합니다. 솔루션이나 아이템, 펀딩은 그 다음이에요. 펀딩 받으면 다들 피벗한다던데, 본래 생각했던 신념이 흔들릴 수도 있는 겁니다.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신념이 하나, 또 하나는 절대 만만하게 봐선 안된다는 거예요. 평균 10번의 허들이 존재하는 것 같은데, 신념이 있어야 돌파할 수 있습니다.

    [안재형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4호 (2025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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