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문병국 고려아연 노조위원장 “MBK와 영풍이 소중한 일터 위기에 빠트려“

    입력 : 2025.01.16 17:31:51

  •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MBK와 영풍 측의 공개매수를 시작으로 무려 4개월 넘게 분쟁이 지속된 가운데, 이번 임시주총에서 분쟁이 종식될 지 아니면 또 다른 국면이 전개될 지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임시주총의 표대결과는 별개로 산업과 고용, 일자리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6일 매경럭스멘에서 고려아연 노동조합 문병국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려의 배경에 대해 들어봤다.

    문병국 고려아연 노조위원장 <고려아연 노조 제공>
    문병국 고려아연 노조위원장 <고려아연 노조 제공>

    Q 고려아연 노조에선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A 최근 정치적인 문제와 경제 상황이 안 좋은데 이런 문제로 발언하게 되서 마음이 매우 무겁다. 안정적이던 세계 1위 회사가 사모펀드에 공격 받은 지 5개월이 지났다. 가뜩이나 나라의 정치, 경제상황이 불안한데 이런 위기에 회사가 예상치 못한 곳에 힘을 쏟고 있으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노조 입장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세 가지다. 첫째 고용안정, 둘째 지속가능한 경영, 셋째 매각 문제다. 회사가 안정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해야 고용도 안정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Q 일자리 뿐 아니라 지속가능경영이나 매각 문제까지 노조가 나서는 이유는 무엇인가?

    A 먼저 고용문제부터 말씀드리겠다. MBK가 그간 우리나라에서 인수한 기업들을 보면 어김없이 노조와 부딪혔다. 수많은 사례들이 있다. 홈플러스, ING, 씨엔엠 케이블 방송 등. MBK 측은 이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 그런 일 없었다”로만 대응한다. 심지어 국회의원 질의에도 그 순을 모면하려고 잡아떼는 걸 봤다. 언론기사만 검색 해봐도 수많은 사례들이 나온다. 이게 모두 가짜뉴스란 말인가? 심지어 씨엔엠 케이블방송 강제 해고 문제는 기독교, 불교, 카톨릭 등 우리나라 5대 종단에서 해결하란 성명을 냈을 정도다. 홈플러스 노조는 9년째 싸우고 있다. 이런 사례들이 있기 때문에 MBK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사모펀드가 회사 인수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거다. 그것이 출자자에 대한 의무다. 결국 인력과 비용을 줄여 재무제표 잘 만들어야 할 거 아닌가. 그 과정에 노조와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지속가능한 경영에 대해서도 얘기하겠다. 누가 경영자가 될 것 인가는 노조에겐 매우 중요하다. MBK와 영풍이 내세운 명분은 <주주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이다. 영풍은 매년 적자를 보는 망해가는 회사다. 중대재해법으로 전·현직 경영진이 다 구속되었고 폐수 방류하다 최근 두 달간 조업정지를 받았다. 고려아연은 99분기 흑자 세계 1위 회사다. 같은 제련업을 하는데 왜 이런 실적 차이가 나는 지 살펴봐야 한다.

    과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상법 개정 토론회에서 회사 순자산비율이 0.3배 안되면 경영권 내놔야 한다고 했다. 1000원짜리 회사가 300원도 평가 받지 못하면 능력자에게 회사 넘기라는 얘기다. 영풍이 0.18이다. 즉 1000원짜리 회사가 180원밖에 안된단 얘기다. 주주가치 제고나 지배구조 개선은 고려아연에 할 얘기가 아니라 영풍 자신에게 해야 한다.

    셋째, MBK가 국감에서 매각하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 추후엔 가능하다는 말인가? 중국에는 안 팔고 일본엔 팔 수 있단 얘긴가? 이런 말장난에 신뢰가 떨어지는 것이다. 사모펀드가 국가 기간산업을 경영하는 사례가 세계적으로 있는가? 제가 알기론 없다.

    Q 임직원들의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다는 설문조사도 나왔다는데.

    A MBK와 영풍 측의 적대적 인수합병(M&A)시도로 2000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이들의 시도가 성공하면 고려아연은 인력 감축과 구조조정 등으로 노사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른 노사 대립 격화는 명약관화다. MBK와 영풍 측은 고려아연에 대한 비전을 정확히 내놓은 적이 없다. 임직원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철학과 방침을 보이지도 않는다.

    최근 고려아연 자체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불안과 스트레스가 높아졌다”고 응답한 분들이 무려 76.0%(768명)에 달한다. 임직원들의 정신적인 고통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MBK와 영풍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에 성공할 경우 근로조건 악화와 인력 감축, 구조조정에 따른 노사대립 악화가 우려된다는 의견이 매우 많았다. 이에 노조도 강한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다.

    Q 구체적으로 MBK의 어떤 점들이 근로자들을 불안하게 한다는 건가?

    A 고려아연은 50년간 근로자들의 피땀과 헌신으로 이룬 회사다. 이런 회사를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매수하려 한다. 현재상황은 단순히 회사 간의 분쟁이 아니라고 본다. 일자리와 고용불안에 내몰린 절박한 노동자들의 생존권이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전혀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회사에 대한 비전도 근로자 및 직원들에 대한 철학도 없다.

    MBK가 내세우는 지배구조 개선, 주주환원 제고는 국가기간산업을 팔아 자신들의 돈벌이를 정당화하려는 구실로 판단된다. 인력 감축, 투자축소 후 회사의 단기적 가치만 높여 중국 등 외국자본에 매각 수순을 밟을 게 뻔하다. 자신들이 투자한 금액을 몇 배로 끌어올리기 위해 회사와 핵심기술, 그리고 근로자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0여 고려아연 근로자들이 안정적인 삶의 터전과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적대적 M&A를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이유다.

    Q 영풍의 경우 동업 관계에 있었다. 지금에 와서 강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영풍은 고려아연을 경영할 만한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영풍의 경영실적은 말 그대로 처참한 수준이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이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각종 환경오염과 중대재해로 임직원들이 구속되고 고려아연이 주는 배당금으로 버티고 있는 회사다.

    Q 현재 울산(온산)제련소에 있는 근로자들의 분위기는 어떤가?

    A 많은 직원이 불안감을 느끼며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넉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 고려아연의 경영권에 대한 기사가 나오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생산성과 집중력도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런 불안정한 상황이 안전문제로 이어질까 우리 노동조합도 크게 걱정을 하고 있다.

    Q 고려아연은 오랜 기간 노사가 파업 없이 무분규라는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A 왜 우리라고 경영진과 갈등이나 이견이 없겠나.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오랜 기간 파업 없이 무분규로 노사협상을 타결해 올 수 있었던 건 일단 서로의 얘기를 들어보자는 태도를 가졌기 때문이다. 회사가 성과를 내고, 이를 서로 공유해야 한다는 큰 전제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MBK와 영풍 측은 경영권 확보만을 외치면서 구체적인 비전과 계획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있다. 노조에 진솔한 대화를 요청하거나 설명을 한 적도 없다. 회사의 중요한 구성원이자 파트너로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Q 고려아연 근로자와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분들께 당부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A 국민 여러분과 주주, 투자자와 당국자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를 드린다. MBK와 영풍 측은 환경과 안전에 대한 투자는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고려아연이라는 기업을 단순한 지분대결로 바라봐서는 곤란하다. 고려아연은 소속 근로자들의 삶의 터전이자 지역사회 중요한 일원이다. 이런 사회적 의미에 대해선 전혀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 노동조합과 근로자들은 MBK와 영풍 측과 함께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김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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