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용승 특파원의 월스트리트 인사이트]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핵심 키워드는 ‘디지털 전환’
입력 : 2020.04.28 10:47:02
-
지난 4월 2일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의 ‘2020년 글로벌 경제 전망’ 세미나.
뉴욕 외신 프레스센터가 마련한 이 세미나는 전화 회의로 진행됐다. 회의에 참가 신청을 했더니 접속 전화번호와 함께 비밀번호를 부여받았고, 회의 당일 접속하니 발표 내용을 듣고 질문 사항이 있으면 어떻게 하라는 안내 메시지를 받았다.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은 국가인 미국에서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잇따른 ‘셧다운’ 조치가 취해지면서 나타난 변화상이다. 미국에서 최대 ‘핫스팟(집중발병지역)’인 뉴욕주는 음식, 약국, 보건의료, 운송 등 필수사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장에 대한 100% 재택근무 행정명령이 내려져 그동안의 대면 회의가 이처럼 전화 회의 또는 원격 화상 회의로 속속 대체되고 있다. 특히 ‘팬데믹(세계적유행)’ 공포에 최대한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려는 소위 ‘비대면’ 선호 심리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코로나19가 미국 일상생활을 크게 바꿔놓았다. 우선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됐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환자들만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종의 관습이었지만 이제는 바이러스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스스로 마스크를 쓰고, 손 세정제를 사용하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음식이나 생필품 등을 사기 위해 마트 등을 방문할 경우, 앞뒤 손님과 6피트(약 1.8m) 거리 유지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이 됐다.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나는 것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악수 대신 팔꿈치 인사가 일상화됐고, 키스 인사도 경계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주목되는 것은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점차 경제활동도 재개되겠지만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대미문의 충격으로 개인의 생활은 물론 모든 경제 주체들의 행동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기간 동안 나타난 일상생활의 변화가 앞으로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수전 애시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람들은 그동안의 습관을 바꾸게 됐다”며 “이러한 변화된 습관 중 일부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도 ‘코로나19가 지나간 뒤 무엇이 변할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 산업을 재편하고 정부의 역할을 다시 규정하며 인간의 상호작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속속 나오고 있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전망’에 있어 공통점은 ‘디지털 경제’의 가속화다.
WP는 ‘구경제’에서 ‘신경제’로 전환이 급속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온라인’으로 경제활동을 하려는 움직임이 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실상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불어 닥치기 이전에도 ‘구경제’의 소매업체들은 이미 설 땅을 잃고 있었다. WP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역에 걸쳐 소매업체들이 9300개 매장 폐쇄 선언을 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디지털 경제’로의 이행이 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은 온라인 쇼핑의 성장세 등에 주목하며 ‘구멍가게’ 규모 소매상의 종말을 재촉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디지털 경제’ 가속화는 근본적으로 경제 체제가 바뀐다는 의미가 있다.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거점인 뉴욕주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다.
이러한 디지털 경제 이행 강화는 이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구매 수요가 급증하자 이에 대처하기 위해 직원을 추가 고용하고 있다. 아울러 원격근무에 필요한 인프라스트럭처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디지털 경제’ 시대의 수혜자로 꼽힌다. 반면 ‘구경제’ 종사자들은 실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미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온라인 생필품 주문이 크게 늘어나자 직원 7만5000여 명을 추가 채용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은 “사실상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미국 9·11 사태 이후 사람들이 비행기 여행을 자제하고, 은행도 한 건물에 사람들을 집중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라고 분석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준비해야할 때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장용승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6호 (2020년 5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