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민 교수의 중동 오디세이] (14) 중동 분쟁의 씨앗, 석유보다 귀한 물

    입력 : 2015.02.06 16:45:33

  • 사진설명
    “물 파동이 난다면 1970년대 석유파동과 비교할 수도 없을 것이다.” 유네스코 산하 ‘세계수자원평가프로그램(WWAP)’이 2010년 보고서에 언급한 내용이다. 석유와 달리 물은 보완재가 없는 자원이다. 이 때문에 수자원을 둘러싼 전쟁 발발 가능성도 예견되고 있다. 특히 물 부족이 가장 심한 중동에서 분쟁이 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992년 미국 국방부가 작성한 ‘미래 전쟁 시나리오’도 수자원을 둘러싼 중동 내 전쟁 가능성을 지적했다.



    치수가 정권 생존의 열쇠 중동의 물 부족은 우선 기후와 지형에 기인한다. 강우량이 극히 적은 사막기후로 인해 중동 지형의 85%는 풀 한 포기 없는 불모의 땅이다. 현재도 중동의 사막화는 급속히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중동의 고대왕조들도 치수에 정권의 생존을 걸었다. 약 7500년 전, 이란에는 관계수로가 등장했다. 6000여 년 전, 이라크는 세계 최초로 운하를 팠다. 이집트는 5300년 전, 세계 최초의 댐을 건설했다.

    2000년 전부터는 깊은 지하 대수층에서 물을 퍼 올려 사용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물을 운반하기 위한 토목공사도 일찍이 시작됐다. 북부아프리카 카르타고에 2세기 경 건설된 송수교는 그 길이가 141km에 달했다. 하루에 3100만리터의 물을 도시 곳곳에 공급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인구 폭증이다. 이슬람 종교의 낙태불가 원칙과 석유를 바탕으로 한 보건복지의 확대로 현재 이슬람권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증가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0년 사이 중동의 인구는 4100만명에서 4억5000명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물 부족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급속한 도시화도 문제다. 1950년대에는 인구의 30%가 도시에 살았지만 현재는 그 비율이 70%에 이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은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1980년대 초 동아건설이 수주한 리비아의 대수로 공사가 대표적 예다. 리비아 남부의 지하 대수층에서 지중해 연안 주요도시로 총 5000km에 달하는 거대한 송수관을 연결하는 사업이었다.



    1㎥ 물 생산비용 1300원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집계에 따르면 중동 지역의 연간 수자원 총량은 약 3500억㎥다. 이 수량은 1인당 연간 1400㎥에 해당하는 것이다. 전 세계 평균치의 20%에도 못 미친다. 1인당 이용 가능한 물의 양이 500㎥ 이하인 나라도 꽤 많다. 반면 석유자원이 많은 리비아,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은 자국에서 이용가능한 물의 양보다 더 많은 물을 쓰고 있다. 지하수를 대규모로 개발하거나 바닷물을 담수화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걸프 산유국은 필수 용수의 90%가량을 매일 수십 개의 거대한 담수화 시설을 통해 조달한다.

    이 시설들은 역삼투압 방식 등 고난도의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한국의 건설업체들이 중동에서 가장 많이 수주하는 분야가 바로 전력과 담수화를 병합한 시설이다. 걸프 산유국에 담수화시설이 특히 많이 들어서는 이유는 아라비아 반도에 대규모 강이나 호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을 생산하는 데 막대한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등은 생활 및 산업 용수의 90% 이상을 담수화 시설에 의존하고 있다. 막대한 건설 및 운영비용과 전력을 소비하는 담수화 시설을 유지하는데 이들 국가는 매년 수백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1㎥의 물을 생산하는 데 1300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더불어 먹는 물은 대부분 수입되고 있다. 물값이 석유값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사우디에서 1리터의 휘발유는 200원 정도다.



    진행 중인 수자원 분쟁 중동에서 수자원 관련 갈등은 이미 시작됐다. 에티오피아가 나일 강 상류에 댐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강 하류에 위치한 이집트 정부는 폭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아프리카 나일 강의 수자원 재분배 문제를 둘러싸고 상·하류 유역 국가 간의 갈등이 계속 심화되고 있다. 적도 부근에서 발원해 지중해까지 6671㎞를 흐르는 나일 강. 이 강의 상류지역 7개국 르완다, 민주 콩고, 에티오피아, 우간다, 부룬디, 케냐, 그리고 탄자니아는 하류에 위치한 두 나라 수단과 이집트에 불만이 많다.

    상류 7개국은 나일 강에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거나 관개수로 공사 등을 추진하려 해도 현재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1929년 이집트와 영국 그리고 1959년 이집트와 수단이 체결한 두 협정 때문이다.

    두 협정은 나일 강에 댐을 건설할 경우 반드시 가장 하류 국가인 이집트의 승인을 얻도록 하고 하류 두 나라가 나일 강 수자원의 90%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일 강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이집트와 수단은 상류 국가들이 나일 강의 물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수력발전소를 세우면 극심한 물 부족에 처하게 될 것으로 우려하며 현상유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류 7개국은 하류 2개국의 반대 속에 나일 강의 수자원을 평등하게 이용할 권리를 담은 새 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9개 국가 중 이집트가 정치 및 군사적으로 가장 강력한 나라다. 아스완 댐을 건설해 유리하게 나일 강 수자원을 이용하고 있다. 과거에도 이미 여러 차례 수단을 포함한 상류 8개국이 댐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폭격할 수도 있다’는 이집트의 위협에 어느 국가도 댐의 건설을 강행하지 못했다.

    사진설명
    요르단 강이 사라질 수도 중동의 수자원 분쟁은 나일 강 유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요르단 강이 지나는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는 이미 수자원 갈등이 재앙에 가까운 상황으로 발전했다. 예수가 세례를 받은 요르단 강의 일부 구간은 이미 폭이 3m도 안 되는 작은 개천 수준으로 폭이 줄어들었다. 앞으로 없어질 수도 있다.

    강 유역의 국가들이 물을 과도하게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만 해도 13억㎥였던 하천의 수량이 최근에는 1억㎡로 90% 이상 감소했다. 이스라엘, 요르단, 시리아, 그리고 팔레스타인 4개국이 매년 엄청난 양의 강물을 농업용수와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각국이 건설한 파이프라인, 수로, 댐, 그리고 수중보는 강의 수량과 유속을 크게 감소시키고 있다. 요르단 강이 흘러 들어가는 사해(死海)의 수위도 매년 1m씩 낮아지고 있다. 50년 후에는 사해도 사라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 유역에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최상류국 터키의 유프라테스 강 유역 개발로 시리아와 이라크가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가 추진하고 있는 ‘동남부 아나톨리아 프로젝트(GAP)’도 주변국의 반대를 사고 있다. 유프라테스 강 상류에 22개의 댐과 19개의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대규모 사업이다. 아타튀르크 댐 등 상당수의 댐과 발전소가 이미 완공됐다. 하류에 위치한 시리아와 이라크가 현재의 정치적 혼란과 내전을 겪지 않고 있다면 분명 심각한 갈등으로 비화됐을 것이다. 티그리스 강의 경우도 많은 지류가 이란에서 시작돼 이라크로 흘러 들어가고 있어 향후 충돌이 예상된다.



    보이지 않는 물 전쟁 이미 시작 물이 귀한 중동에서는 이를 놓고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전쟁’이 이미 오래전부터 계속돼 왔다. 유목민들이 호전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물이다. 자신의 우물이나 오아시스를 빼앗기게 되면 죽음을 의미한다. 목숨을 걸고 지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 시리아로부터 빼앗은 골란고원을 돌려주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갈릴리 호수로 흘러드는 물이 골란 고원에서 시작된다. 2000년 남부 레바논을 반환하기는 했지만 이 지역의 수자원을 아직 이스라엘이 사용하고 있다. 지하 파이프라인을 통해 지금도 물을 이스라엘 영토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에서 상수도 매설 지도는 핵 시설 다음으로 중요한 국가비밀이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특히 막대한 비용이 드는 담수화 시설을 구축할 수 없는 나라들 사이에서는 더욱 갈등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수자원 부족은 중동 내 마찰과 긴장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인구 증가에 따른 농업·공업·경제 발전을 위해 수자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분쟁 위험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물 부족이 각국의 경제발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후변화와 인구증가로 사막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더욱 그렇다. 또 다른 중동 내 분쟁의 씨앗으로 크고 있는 것이다. ‘제3차 세계대전’이 중동에서 물 전쟁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지적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분쟁의 위험을 가진 수자원. 그러나 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물 흐름을 알면 돈이 보인다’라는 중동의 격언이 있다. 치수와 관련한 프로젝트들이 현재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사업들이 등장할 것이다. 식수 및 용수 생산뿐만 아니라 정수, 송수, 하수처리 등의 사업 기회가 무궁무진하다.

    중동 미니상식 신발은 모욕의 상징 중동에서는 신발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땀이 많이 나는 더운 지역이기 때문에 발은 신체에서 가장 더러운 곳이다. 중동인들은 전통적으로도 최대한 간편하게 맨발에 공기가 잘 통하는 샌들을 신어왔다. 신발은 더 오염된 것이다. 따라서 신발을 벗어던지는 것은 상대방에게 가장 모욕을 주는 행위다. 정권이 무너지면 지도자의 사진을 밟거나 신발을 벗어 손에 들고 때리는 장면이 자주 방송에 나온다. 미국의 점령정책에 실망한 한 이라크 기자가 회견장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진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무슬림들은 하루에 다섯 번 기도할 때마다 발을 빼놓지 않고 씻는다. 신성한 장소에 더러운 발을 들여놓지 않기 위해서다. 따라서 만약 모스크 내부를 방문한다면 신발을 꼭 벗고 들어가야 한다. 타인의 집이나 베두인 텐트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는지 여부를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신발을 벗어 털거나 혹은 흔드는 행위도 좋지 않다. 대화를 나눌 때도 가급적 다리를 꼬고 앉는 것이 좋다. 발바닥 혹은 신발의 밑창을 보이는 것은 상대방의 기분을 망치는 행위다. 회의나 상담 시에는 가급적 깨끗한 구두를 신어야 한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3호(2015년 02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