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가 반긴 ‘모디노믹스(인도 총리)’ 인도 고질병까지 고칠까

    입력 : 2014.09.12 14: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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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디노믹스’ 열풍을 일으키며 10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경제개혁 방안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7월 10일 모디 정부의 향방을 알 수 있는 예산안이 처음 베일을 벗었다. 공개된 예산안은 고성장 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00년대 초반 매년 8% 안팎이던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2년 이후 5%대로 급락했다. 1990년대 이후 정보기술(IT) 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았지만 국민 다수를 위한 일자리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자본의 유입마저 줄자 성장세가 꺾였다. 모디 총리는 구자라트 주총리 시절 타타그룹과 제너럴모터스(GM) 등 대기업 공장을 유치해 일자리를 만들고 주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렸다. 구자라트 주 모델을 인도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게 모디 정부의 정책이다. 외국인 투자 유치와 함께, 도로나 댐 같은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늘리는 것이 모디노믹스의 또 다른 축이다.

    인도 정부는 인구 200만명 이상인 도시에 메트로를 건설하고, 100억달러 규모의 아메다바드-뭄바이 고속철도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12억달러의 예산을 배정해 최첨단 ICT 기술이 도입되는 스마트시티도 100개나 건설한다. 고속도로와 도시화 관련 전략을 수립하는 별도의 관리청도 신설한다. 또 모디 총리의 핵심 선거공약인 갠지스 강 수질개선 프로젝트에도 3억3300만달러가 투입된다. 방위산업과 보험업은 투자의 문이 조금 더 개방돼 외국인 투자한도를 기존 26%에서 49%로 확대했다.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지분율은 아니지만 인도는 올해 국방예산이 38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무기수입국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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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프라 개발 박차, 한국 기업들도 관심 나렌드라 모디가 이끄는 인도 정부가 도로·가스 등 인프라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한국 업체들의 인도 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도로와 주택, 수처리, 방위산업, 제조시설 등 관련 예산이 증액되고 제도가 완화되면 한국 기업들의 인도 진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현재 인도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우리나라 기업 400여 개가 진출해 있다.

    일본과 중국의 수많은 기업들도 인도 시장에 터를 잡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국의 지난해 대(對)인도 수출액은 한국의 4배나 많은 484억달러나 됐고, 전략적 차원에서 인도와의 협력 강화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인도 진출을 고려하는 기업은 신정부의 정책을 감안해 2년간은 유망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해 시장을 다진 뒤 고성장 궤도에 오르는 3년째부터 본격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 조세 관련 소급입법은 없다고 천명했다. 앞서 영국 통신회사 보다폰이 2007년 인도 통신회사 지분을 인수한 것과 관련해 2012년 인도의회가 소급과세를 허용하는 법률을 만들어 논란이 있었다.

    모디 정부는 세입의 12%가 투입되는 보조금 낭비와 비효율적인 조세 제도로 시장 왜곡이 일어나 물가를 높이는 악순환을 고쳐가겠다는 방침을 표명해 재정건전성을 회복해 이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도 보여줬다.

    인도 정부는 올해 재정적자 한도를 GDP 대비 4.1%까지 낮추고 2016년까지 3%로 줄일 계획이다. 투자회사 LIC노무라뮤추얼펀드의 아누토시 보즈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예산안이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고 있고 입법 행정개혁에 초점을 둔 것이어서 적절하다”며 “계획대로 실행되면 재정 적자를 줄이고 경제 회복에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제시됐다. 회계컨설팅회사 KPMG인도의 공동대표이자 방위산업부문을 책임진 앰버 두베이는 방산분야 외국인 직접투자 제한 기준이 기존 26%에서 49%로 오른 것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투자 폭은 늘었어도 경영 관여는 안 된다는 틀에는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연간 400억달러에 이르는 식품·연료·비료 부문 정부 보조금에 대한 개혁 방안이 포함되지 않아 반쪽짜리라는 지적도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번 예산안에서 어떻게 재정 적자를 메울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해외 투자자들은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모디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올 상반기(1∼6월) 인도 기업들이 외국에서 끌어들인 자금은 155억달러로, 반기 기준으로 지난해 201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인도 국영기업들은 외자유치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기업 인수·합병(M&A)에 활용할 계획이다.

    모디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앞두고 외연 확대에 나서겠다는 계산이다. 아툴 소드히 아시아태평양대출시장협회(APLMA) 회장은 올해 인도 기업 외화차입금이 지난해보다 40% 늘어난 350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드히 회장은 “모디 정부가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는 한편 재정건전화에도 나섰다는 점은 기업들에게 희소식”이라고 설명했다.

    (왼쪽)지난 8월 9일 인도 뉴델리에서 진행된 인도국민당(BJP) 국민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연설하고 있다.(오른쪽)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모디 인도 총리
    (왼쪽)지난 8월 9일 인도 뉴델리에서 진행된 인도국민당(BJP) 국민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연설하고 있다.(오른쪽)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모디 인도 총리
    노동시장 개선은 과제 모디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혁에 걸림돌이 하나 있다. 바로 노동시장 발전이 느리다는 점이다. 전통 농업 국가였던 인도는 정보화 사회의 문턱까지 다다랐다. 인도에서 정보통신(IT), 보건·의료, 서비스 부문은 연간 10~15%의 눈부신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농업 부문의 성장률은 5%에 그치고 있다. 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18%로 줄었다. 향후 6년간 인도의 IT와 보건·의료 분야에서만 최소 600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를 채울 만한 숙련공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최근 지적했다. 12억 인구를 거느린 인도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인구 대국이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인구의 56%가 농업에 종사한다. 포천은 인도의 교육 인프라 부족, 높은 문맹률과 빈곤율, 뿌리 깊은 남녀차별이 숙련공 생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 여성들의 취업률은 29%에 불과하다. 이는 선진국보다 낮은 것은 물론 브릭스 5개국 가운데 꼴찌다.

    또한 포천은 인도 정부가 교육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 인프라를 개선하고 농촌 지역 중심으로 여성 숙련공 육성 프로그램도 도입해야 한다는 게 포천의 조언이다. 인터넷 등 IT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절실하다.

    최근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의 인터넷 보급률은 세계 122위다. 인도인 100명 가운데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1.1명밖에 안된다는 뜻이다. 인터넷 발달은 소외계층의 교육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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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 부실도 심각한 상태 국유은행의 부실도 심각하다. 2010년 이후 GDP 성장률이 크게 하락하면서 물가상승, 내수부진, 경상적자 등의 경기침체로 인도 국유은행 산업이 부실에 노출됐다. 특히 국유은행의 자산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 국유은행이 은행업계 전체 자산의 4분의 3을 차지할 만큼 규모가 크다. 인도 중앙은행에 따르면 은행산업의 부실자산 비율이 2011년 3월 2.3%에서 2013년 9월 말 4.2%까지 상승했다. 또 2013년 기준 은행 산업의 부실자산 중 국유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대비 10%포인트 상승한 85%이며 같은 기간 민간은행의 비중은 14%에서 8%로 하락했다.

    이 같은 국유은행의 증가하는 부실을 막고자 인도 신정부는 이들의 체질개선을 위해 민영화 등 개혁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인도 금융당국은 국유은행의 부실 원인을 비효율적 지배 구조, 부실한 여신관리 및 정보시스템 등으로 파악하고 개선 조치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국유은행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정부지분을 50% 미만으로 축소하는 등 지배구조 변화를 통해 운영의 독립성 및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국유은행이 바젤Ⅲ의 자기자본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본 확충이 절실하지만 투자자들의 부정적인 인식 등으로 자본조달에 어려움이 상충하고 있다. 인도 은행이 바젤Ⅲ의 자기자본 기준을 맞추기 위해 약 5조루피 정도가 추가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향후 국유은행은 민영화 등을 통해 운영·관리·보상체계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등 체질개선에 성공해야 자본 확충도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역내 패권국가 꿈꾸는 모디 - 힌두 민족주의 우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역내 패권 국가 부상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인도 정부는 아시아에서 잠재적 라이벌인 중국을 겨냥해 미국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또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남아시아에서 확대되는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려고 애쓰고 있다. 모디 총리는 오는 9월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다. 최근까지 미국과 인도와의 관계는 순탄치 않았다. 모디 총리는 구자라트 주총리로 있을 때인 2005년 미국 입국 비자가 거절됐다. 2002년 구자라트 주에서 일어난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의 유혈충돌 때 모디 총리가 힌두교도 편에 서서 사태를 방관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해에는 미국 주재 인도 여성 외교관이 가사 도우미를 학대했다는 이유로 체포되면서 양국이 갈등을 보였다. 또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모디 총리의 소속 정당인 인도국민당(BJP)을 감시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와 인도 외교부가 주인도 미국 대사관의 고위 외교관을 불러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5월 인도 총선 윤곽이 드러나자 모디 총리에게 전화해 초청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한다는 데 있어서 인도와 같은 목표를 지니고 있다. 또 미국은 수출 시장 확대를 위해 인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현재 연간 1000억달러 규모인 양국 교역량을 5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디 총리의 이번 방문이 양국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모디 총리는 지난 8월 3일 네팔을 방문한 자리에서 “인도는 고속도로 등이 필요한 네팔에 모든 것을 지원해줄 것”이라며 10억달러의 차관 지원 계획을 밝혔다. 인도가 제공할 차관은 네팔의 수력발전소와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사용될 예정이다. 인도 정부가 주변국과 상호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남아시아에서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인도의 전임 정부가 경기 침체 등으로 주변국에 소홀했던 사이 중국이 남아시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항만에 투자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모디 총리는 자신의 취임식에 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SAARC) 7개 회원국 정상을 모두 초청해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새로 취임한 총리의 첫 해외 방문국도 주요 선진국 일본과 미국이 아닌, 인접 국가인 부탄이었다.

    모디 정부의 불안요인은 외부보다는 내부에 있다. 모디가 내세운 힌두민족주의 는 결국 인도 내 다양한 민족·종교·언어집단의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 모디는 총선 때 잠무카슈미르 무슬림들의 자치를 인정한 헌법 조항을 폐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무슬림들을 자극했다. 취임 뒤 모디가 정부기관의 공문서는 물론이고 각료들의 트위터 글까지 힌디어로 작성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자 타밀족 지역인 타밀나두주가 즉시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총선에서 단독 과반의석 확보에 성공한 모디의 BJP는 앞으로 더욱 강력하게 힌두민족주의 정책들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8호(2014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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