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 미야지마 히데아키 와세다대학 고등연구소 소장…1弗 105엔 가면 일본에 오히려 마이너스

    입력 : 2014.02.04 14: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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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노믹스 덕분에 일본 제조업이 부활의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직 주력 성장산업이 보이질 않는다. 이제부터가 관건이다.” 일본기업의 재무와 지배구조 등을 포함해 일본 산업에 정통한 와세다대학 고등연구소의 미야지마 히데아키 소장이 내린 일본기업에 대한 진단이다. 올해 일본경제는 아베노믹스가 본격적인 효과를 보며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일본 내수시장은 공급과잉 상태이고, 차기 주력 먹거리도 찾지 못한 상황이다.

    미야지마 소장은 “달러당 엔화값이 105엔 이상으로 떨어지면 오히려 일본경제에 마이너스”라고 단언했다.

    다음은 미야지아 소장과의 일문일답.

    지난해 일본경제는 선진국 중 가장 두드러진 회복세를 보였다.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본격화한 것인가.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 올해 중반까지는 봐야한다. 지금까지 긍정적인 모습은 물가상승이 서서히 나타나고, 엔약세에 힘입어 수출산업의 실적이 좋아진 것이다. 또 주가상승 덕분에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소비가 회복되면서 경제 전반의 분위기가 밝아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 서민들까지는 아직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도 신중하다. 실제로 경기회복으로 넘어서려면 극복해야할 장애물이 많다. 올 4월 소비세인상 이후 경기회복세가 유지될지, 실적개선이 이뤄진 기업들이 임금인상을 실시해 민간소득 증대로 연결될지가 과제이다. 이를 넘어선다면 본격적인 경기회복으로 볼 수 있다.

    아베노믹스의 목표 중 하나가 일본기업들의 경쟁력 회복이다. 그런 면에서 올해 일본기업들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데.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의 효과가 올해는 점차 가시화할 전망이다. 기업들도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일본에서 회사법이 개정돼 사외이사도입이 확산된다. 전체적으로 기업시스템과 조직에서 개혁이 진행될 전망이다.

    일본기업들은 엔약세의 호기를 이용해 구조조정에서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거 일본기업의 전통적 특징인 수직적 통합체계에서도 벗어나는 움직임이 보이는 것 같다. 파나소닉을 포함해 샤프 등 가전업체들은 지난해 수익악화가 두드러졌다. 이후 인력감축, 조직개편 등 구조조정을 통한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 파나소닉처럼 과감한 인원삭감도 진행되고 있고, 덕분에 주가도 전체적으로 상승기조이다.

    하지만 구조조정만으로 부활을 예상하기는 성급하다. 문제는 주력사업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수익성을 갖추는 것이다. 비용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으로는 충분치 않다. 하지만 주요 대기업들이 주력사업이 무엇인지 아직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

    그래도 엔약세에 내수경기회복 등 일본 기업들이 호전될 수 있는 분위기는 조성되고 있는 것 아닌가. 업종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부품이나 재료업체들은 리먼사태 이후 디플레와 엔고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자동차 또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제조업체들은 이번에 확실한 기회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종합전기업체의 경우 내수시장에 비해 업체수가 과도하게 많다. 공급과잉상태이다. 엔약세가 진행되고, 한국 중국 등 아시아지역 임금수준이 높아져서 일본기업 중 부분적으로 생산시설을 일본으로 유턴해올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

    그동안 엔고를 피해 일본 제조업이 해외로 나가며 국내에서는 산업공동화 현상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아직 얼마나 국내로 회귀할 지는 미지수이지만 중핵사업이 돌아온다면 일본 경제 전체적으로도 바람직한 일이다.

    한국의 제조업도 중국의 부상 뿐 아니라 임금 등 제조비용 증가로 인해 경쟁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한·일 간 경제협력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지 않나.

    일본은 기술과 부품에서, 한국은 조립능력에서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지리적인 이점도 크다. 부산과 후쿠오카 간에는 이미 다양한 기업 간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플랜트 분야에서 한국의 저렴한 제조능력과 일본의 네트워크가 결합해 잘 진행돼 왔다.

    하지만 협력분야를 더욱 넓힐 필요가 있다. 통신산업의 경우 세계적으로 표준경쟁이 치열하다. 이 무대에서 문화적 동질감과 기술력을 갖춘 한일 양국의 협력을 통해 힘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또 정치적 대립에도 불구하고 양국 젊은 층 사이에서는 상대국 문화에 대한 친밀감이 높다. 이를 활용해 콘텐츠산업에서도 좋은 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올해 일본경제는 소비세 인상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염려도 있는데.

    소비세 인상에 대비해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선취수요가 발생했다. 올 4월 인상 후에는 이로 인한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1997년 소비세를 3%에서 5%로 올렸을 때도 아시아 금융위기까지 겹쳐 경기급락의 원인이 됐다. 이를 염려해 지난해에는 소비세 인상을 보류해야 한다는 논의도 제기됐지만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소비세 인상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일본은행이 적절히 대응할 준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소비세 인상 이후 양적완화가 실제 경제성장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관건이다. 소비회복이 투자증대와 함께 공동보조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또 주가상승으로 인해 지탱되고 있는 자산효과를 유지하려면 임금인상이 이뤄져 민간소득 증대로 연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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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엔화약세는 지속되는가. 환율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분명한 것은 달러당 엔화가치가 105엔 밑으로 떨어지면 일본에도 오히려 부정적 요인이 커진다는 것이다.

    발전을 위한 에너지수입이 더욱 늘어나면서 무역적자를 심화시킬 것이고, 수입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도 예상할 수 있다. 이런 물가상승은 수요증가로 인한 자연스런 상승이 아니라 비용증가를 반영한 ‘나쁜’ 물가상승이다. 현재의 일본경제에서 엔화가치는 95엔부터 105엔 사이가 가장 적당한 수준이다.

    [임상균 매일경제 도쿄특파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0호(2014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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