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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이진우 특파원의 ‘워싱턴 워치’…오바마의 도전, TPP
입력 : 2013.02.04 13:5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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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오바마 2기 행정부는 한국에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기자가 보기에 특히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오바마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환태평양 전략적 경제동반자 협정(TPP·Trans-Pacific Partnership)’이다.
2015년까지 회원국 사이의 관세를 100% 철폐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고 있다. 성사만 된다면 세계 최대 시장이 탄생하게 된다. 최근 워싱턴 정가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회의석상에서 기회 있을 때마다 ‘수출 증대’를 외치고 있다. 이런 그에게 TPP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일 수밖에 없다.
TPP의 또 다른 함의는 G2(세계 2대 주요국가)로 성장한 중국이 쏙 빠져 있다는 점이다. TPP는 중국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킴으로써 동남아 진출을 견제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당사자인 중국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가지 의아스러운 점은 TPP에 대한 ‘온도차’가 심하다는 점이다. 얼마 전 다녀온 멕시코에서 만난 재계 관계자들은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는 반응 일색이었다. 다른 참가국들도 엇비슷한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워싱턴 분위기는 전혀 딴판이다. TPP와 관련해 ‘2013년에는 뭔가 일을 낼 것’이란 관측이 쌓이고 있다. 그만큼 오바마 행정부의 추진 의지가 강력하다.
사실 한국 입장에서 TPP는 ‘뜨거운 감자’와 같다. 한국은 TPP 협상 참가국 대부분과 이미 FTA를 체결하고 있거나 추진 중이다. 굳이 TPP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 괜스레 경쟁상대인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만 키워주기 십상이다. 게다가 한국이 TPP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TPP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 온 중국이 토라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2기 행정부는 한국에 TPP 참여를 강력히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오바마 대통령의 TPP 도전이 결실을 맺는다면 그것은 세계 경제의 판도를 바꿔놓을 정도의 ‘대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은 새롭게 그려진 경제지도 위에서 국익을 건 ‘줄타기’를 해야 할 것이다.
[이진우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9호(2013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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