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홍석의 클릭 차이나]⑫ 중국도시화 정책이 성장 기폭제

    입력 : 2013.02.04 13:55:50

  • 사진설명
    중국 공산당 18차 당대회에서 ‘넘버 2’로 당선된 리커창은 지난해 11월 28일 세계은행 김용 총재와의 만남에서 향후 수십 년간 중국 경제성장 최대의 잠재력이 도시화에 있음을 강조했다. 흥미 있는 것은 리커창이 1990년대 초 베이징대학 경제학원 재직 박사과정을 다닐 때 작성한 박사논문 제목이 ‘우리나라 경제의 3차원(元) 구조를 논함’인데 주로 도시화 문제를 다루었다는 점이다. 1994년에 완성된 이 논문은 그 당시 중국 경제학계의 최고상인 ‘쑨예팡(孫冶方) 상’을 받은 적이 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도시화 개념의 핵심은 구체적으로 기존의 농촌인구가 도시지역으로 이주, 2·3차 산업이 도시로 집중, 농업 노동력이 비농업 노동력으로 전환 등 3개 분야에서 진행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영어 ‘Urbanization’이나 일본어 ‘都市化’ 한국어 ‘도시화’는 모두 동일한 의미다. 중국에서는 그와 비슷한 개념으로 ‘성시화(城市化)’ 혹은 ‘성진화(城鎭化)’라는 단어를 함께 사용하고 있는데 후자는 중국학자들이 1990년대 초에 만들어 낸 새로운 단어로서 한국어나 영어에도 모두 대응하는 단어가 없다. 어떤 사람들은 중국의 ‘성진화’가 도시뿐만 아니라 규모가 더 작은 ‘진(鎭)’으로의 인구 이동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경제 국가에서의 도시화와는 달리 중국만의 특수한 실험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들은 도시화의 구체적 내용을 무시한 개념 혼란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실제로 2·3차 산업의 발전은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성공하기 쉬운데 정부가 억지로 인구 밀도가 도시보다 더 작은 지역을 육성하려 한다면 경제법칙에 어긋나 실패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 실제로 구체 내용과 목적을 따지고 보면 중국에서 ‘성시화’나 ‘성진화’나 모두 별 차이가 없다.

    중국에서 ‘성(城)’은 인구 밀도가 높고 2·3차 산업과 공공시설이 발달한 도시(즉 城市)를 가리키는데 규모에 따라 베이징과 같은 직할시(즉 省級市성급시), 선전과 같은 副省級市(부성급시), 그 보다 규모가 작은 地級市(지급시)와 제일 작은 도시 형태인 縣級市(현급시)가 있다. 중국 행정관리 체제상 ‘진(鎭)’은 ‘향(鄕)’과 함께 가장 말단의 지방정부가 관할하는 행정지역으로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현(縣) (혹은 현급시) 정부의 관할을 받고 있다.

    정부 통계 기준에 따르면 1년에 6개월 이상 거주하는 인구(이른바 상주인구)가 2000~2만명이고 그중 비농업 호구를 가진 인구가 50% 이상인 행정지역에 ‘진’을 설립한 반면 동일한 인구 규모에 농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행정지역은 향(鄕)이라고 부르고 있다. 따라서 향(鄕)이 산하에 전부 농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인 촌을 관할하고 있는 것과 약간 달리 ‘진’은 산하에 ‘촌’ 외에도 주로 비농업 호구를 가진 주민들이 거주하는 도심지역인 社區(사구)(혹은 街道·가도)를 관할하면서 약간의 도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중국정부가 공식적으로 ‘성진화’ 인구로 산정하는 기준은 각급 도시와 鎭이라는 행정 지역 내에서도 단지 도심지역인 사구(혹은 街道)·가도지역 범위 내에 매년 6개월 이상 거주하고 있는 지 여부다. 따라서 베이징시라고 해도 도시 중심부인 社區(혹은 街道) 지역에서 약간 떨어진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주로 당지 농민이나 외지인)은 ‘城鎭化’ 인구에서 제외돼 있다. 그런데 실제로 거주하는 지역이 社區(혹은 街道)지역이라고 해도 공공시설 등 인프라 건설정도가 지방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고 행정관리 체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중국정부에서 발표한 ‘성진화’ 통계수치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대표적으로 ‘세계공장’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광둥성의 둥관(東莞)시는 성에서 직접 관할하는 지급시인데 산하에 현(혹은 縣級市)이 없고 직접 4개의 가도(街道)와 28개의 ‘진’을 관할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후가진의 경우 126㎢의 지역 내에 현지인 9.7만명(2011년 기준)과 외지인 30여만명이 살고 있는데 한국의 웬만한 중등도시를 초과하는 규모인데도 여전히 ‘진’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데 厚街鎭(후가진)의 경우에는 2006년까지만 해도 행정지역상 ‘성진화’ 인구 통계기준에 속하는 사구가 단 한 개뿐이고 그 외에 모두 23개의 촌으로 구성돼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23개의 村도 이미 전통적인 농촌지역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현대화된 곳이었다.

    이곳에서 외자기업을 포함한 각종 기업에서 일하는 외지인들은 물론이고 현지 호구를 가진 주민들 가운데서도 실제로 농업에 종사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촌이라고 규정된 농촌지역 범위 내에도 49층짜리 최고급 국제호텔을 포함해 고급 백화점, 은행지점 건물과 수많은 고층 아파트들이 있다.

    이러한 곳에 거주하면서 2·3차 산업에 종사한다면 국제적인 기준으로 보아 도시주민이라고 해야 마땅할 것이다. 1인당 GDP가 8000달러 이상이고 수출액도 50억달러를 초과해 국제 전시회까지 열리는 이곳이 단지 행정관리상 대부분 촌이라는 농민거주 지역에 속해 있다고 해서 도시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데 2006년까지만 해도 부가진에 거주하는 대부분 주민들은 성진화 인구 통계에서 제외돼 있었다.

    그러다가 2007년 둥관시 정부에서 행정지역 개편을 통해 기존의 村을 모두 社區로 바꾸면서 인구 통계상 부가진의 전체 인구가 하루아침에 도시주민으로 된 것이다. 이처럼 행정지역 개편에 따른 성진화 인구의 통계상 변화는 중국 도시화의 실제 과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정부는 ‘성진화’ 비중이 이미 2001년의 37.66%에서 2011년의 51.27%로 상승했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중국의 특수한 ‘호구제도’ 때문에 현재 51.27% 내에 들어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3분의 1 이상이 현지인들과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는 외지인들이라는 점이다.이 점을 고려한다면 중국에서 도시화의 잠재력은 정부의 공식 통계수치보다도 훨씬 더 큰 셈이다.

    [한홍석 LG경제연구소 (중국)소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9호(2013년 02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