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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EAN]오바마 재선 후 동남아부터 순방 시진핑과 주도권 다툼…“차이니즈 아세안 용납 못해”
입력 : 2012.12.07 16: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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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해안이 인도양과 맞닿은 미얀마는 중국이 인도양으로 나아가는 관문과 같은 존재다. 미얀마 서부항구를 이용하면 미국이 장악하다시피 한 말라카해협을 거치지 않고도 중국까지 석유를 비롯한 물자를 실어 나를 수 있다. 중국이 미얀마 서부에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해온 이유다.
하지만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이 개혁개방을 선택하면서 중국의 구상이 흔들리고 있다. 정치범을 석방하고 민주적 보궐선거를 치르고 외국인 투자법을 개정하는 등 친서방 행보를 이어간 것. 특히 지난해 중국 자본으로 추진하던 수력발전소 건설 중단은 미얀마가 중국과 거리두기에 나선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미국도 미얀마에 선물 보따리를 안겨줬다. 코카콜라와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잇달아 미얀마에 진출했고, 세계은행은 미얀마에 사무소를 열어 경제개발자금을 지원했다.
‘믿었던 동생’들의 이탈 움직임은 라오스에서도 감지된다. 중국은 지난 2009년 라오스에서 개최된 SEA게임(동남아시아 게임)을 앞두고 스타디움 건설을 무상 지원해주는 대가로 5만명 규모의 차이나타운 부지 확보를 보장받았다. 하지만 SEA 게임이 끝나고 아직까지도 라오스 정부는 중국에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라오스 내 여론 악화 때문이다. 안유석 비엔티엔 무역관장은 “라오스인들이 차이나타운 논란으로 ‘중국의 경제적 지원이 공짜가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미국이 중국에 날릴 ‘카운터펀치’는 남중국해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는 지난달 20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억제할 구속력 있는 남중국해 행동수칙(Code of Conduct) 제정을 촉구했다. 베트남, 필리핀 등 중국과 남중국해 도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 편을 든 셈. 그동안 당사국간 양자해결 원칙을 고수한 중국이 미국 개입에 불쾌감을 나타낸 건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새로 총서기에 선출된 시진핑이 영유권 문제에 강경론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오바마의 아시아 외교와 충돌이 불가피하다.
아직은 서막에 불과하다. 몇년 뒤에는 미국과 중국이 해상에서 일촉즉발 대치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미국은 남중국해 문제로 중국과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베트남, 필리핀에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필리핀의 경우 과거 미군기지가 주둔했던 수빅만, 베트남의 경우 동부 해안에 있는 캄란만이 유력한 후보지다. 미 해군이 두 기지를 확보하면 남중국해에서 사실상 중국을 봉쇄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미국은 동남아에서 실시하는 연례 합동군사훈련 ‘코브라’에 내년 미얀마를 초청키로 해 중국의 화를 돋우고 있다.
[박만원 매일경제 국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7호(2012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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