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이진우 특파원의 ‘워싱턴 워치’…미국 대학서 한국 유학생이 줄고 있다는데

    입력 : 2012.12.07 1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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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생 아이가 있는 경우에는 어떻게든 해외 근무를 피하려고 합니다. 심지어 미국 근무도 요새는 마다하는 직원들이 많습니다.” -미국 지사에서 근무 중인 대기업 간부 많은 한국인들에게 ‘외국 생활’은 일종의 로망이었다. 특히 미국이 그랬다. 세계 유일한 초강대국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풍요로운 나라. 게다가 교육부문의 경쟁력도 세계 최고인 나라. 그런 나라에서 가족들과 함께 몇 년이나마 산다는 것은 일종의 특권으로 여겨져 왔다. 적어도 지금까진 그래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고정관념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얼마 전 미국 국제교육연구소(IIE)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 가을부터 올 가을까지 1년간 미국 대학교에 등록한 한국 학생은 모두 7만229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전 7만3351명보다 1.4% 감소했다. 지난 수십 년간의 증가 일로에서 벗어나 미국대학의 한국 유학생 수가 약간이나마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미국 대학의 교육 경쟁력은 세계 최고다.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국 유학생 감소 원인은 미국이 아닌 한국 쪽에서 찾는 게 합당해 보인다. 여러 가지 이유를 추정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대학생 연령층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 한국의 대학생 정원이 크게 늘어나 대학입학이 쉬워졌다는 점,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한국인의 소득 증가세가 주춤해졌다는 점 등이 영향을 줬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미국 유학’의 리스크(Risk) 때문이라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모 대기업 임원은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미국 지사 근무는 누구나 희망하는 ‘꽃보직’이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경우 과거에는 ‘한국의 입시경쟁에서 벗어나 미국서 대학을 보내면 된다’는 심리적 안전판이 있었다”며 “최근에는 함부로 미국 근무를 했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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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기도 어려울 뿐더러 자칫 외국 생활 적응에 실패하기라도 하면 ‘자식농사를 아예 망쳐버릴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입경쟁이 워낙 지독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2~3년을 보내고 귀국하면 학업 수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고, 그렇다고 미국의 유명 대학에 도전하자니 확률이 높지 않은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도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미국 대학에서 힘들게 졸업장을 따더라도 좋은 직장 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미국 유학을 망설이게 한다는 분석이다.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미국 근무를 시작했다가 자녀 교육 때문에 ‘기러기 가족’이 될 가능성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어머니가 자녀 관리인으로 남고, 아버지만 홀로 귀국해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미국 공관에 근무하는 한 외교관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미국경제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국과의 경제적 격차가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미국 대학을 졸업해도 좋은 직장 얻기가 예전만큼 쉽지 않아진 것이 한국인 유학생 감소의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미국으로의 유학 열풍이 다소라도 주춤해졌다는 소식은 서비스수지 적자 해소 차원에서는 분명 ‘희소식’이다. 지난해 유학연수 수지 적자는 44억1400만달러로 전체 서비스 수지 적자(43억7740만달러)를 앞질렀다. 그러나 정반대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한 전직 장관은 “한국 경제가 압축성장할 수 있었던 주요한 배경 중 하나는 미국 등지에서 유학한 국제적인 인재가 풍부했다는 점”이라며 “교육은 단순 소비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인 만큼 유학생 감소 소식을 마냥 반길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진우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7호(2012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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