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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석의 클릭 차이나]⑦ 지방정부 베이징 사무국은 ‘관시부’(關 系 部)
입력 : 2012.09.07 17: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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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홍콩 반환15주년을 맞이해 홍콩을 방문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시(자치주·맹) 급 지방정부의 베이징 주재 사무국은 원래부터 폐쇄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예를 들면 옌벤 조선족 자치주나 허베이성 탕산(唐山)시 등 시(자치주·맹)급 지방정부의 베이징 주재 사무국은 여전히 대다수가 가동 중이다. 지방정부 외에도 지방에 본부를 두고 있는 상당수의 대형 국유기업들이 베이징에 자체의 주재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다.
지방정부나 대형 국유기업이 외지에 대표기구인 주재 사무국을 설치하는 현상은 베이징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 최대 도시인 상하이와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인 선전에도 역시 수많은 타 지역 지방정부나 대형 국유기업의 주재 사무국이 있다. 각 성급 지방정부 소재지에는 또 산하 현급 지방정부에서 파견한 주재 사무소들이 있다. 그러다 보니 중국에는 타 지역에 설치돼 자기 지방과 관련된 사무를 처리하는 이러한 지방정부 대표기구들의 규모가 거대하고 이들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도 천문학적이다.
외국정부가 중국 수도 베이징에 대사관을 설립하거나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비즈니스를 추진하기 위해 베이징에 중국지역 본부 혹은 연락 사무소를 설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중국의 수많은 지방정부와 국유기업들마저 베이징(혹은 다른 중심도시)에 지방 이익의 대표기관인 주재 사무국을 파견해 운영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 보기가 힘든 현상이다. 비록 중국이 국토가 방대한 나라이기는 하지만 교통과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 시대에 지방정부(혹은 대형 국유기업)들이 거액의 비용을 들이면서 베이징 및 주요 도시에 주재 사무국까지 운영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사실은 바로 여기에 현재 중국 사회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열쇠가 있다. 원래 1978년 개혁개방이 실시되기 전까지 중국에는 신쟝이나 티베트과 같은 일부 소수민족 지역을 제외하고 지금처럼 지방정부가 수도 베이징이나 다른 중요 도시에 주재 사무국을 파견해 운영하는 경우가 전혀 없었다. 계획경제 시대에 각종 경제활동이 모두 중앙정부의 엄격한 지령성 계획에 따라 실시되다 보니 지방정부의 역할이 제한돼 있었고 타 지역에 상주기구까지 설치해 할 수 있는 일들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개혁이후 지방정부의 주요 역할이 지역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으로 정착되고 경제적 권한이 크게 늘어나면서 1980년대 초부터 이러한 기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중국 특유의 호구제도 하에서 계획경제체제가 붕괴된 후 지방정부가 지역주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준(準)국가’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른바 ‘제후경제(諸侯經濟)’라는 용어가 나오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처음에는 지방정부에서 파견한 베이징 주재 사무국은 규모도 작고 역할도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당수가 대형 호텔시설을 갖춘 고층건물을 보유하기까지 이르러 이미 대다수 외국 대사관을 초과한다.
※ 24호에서 계속... [한홍석 LG경제연구소 (중국)소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4호(2012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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