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634m 최고 타워… 무너진 자존심을 세웠다

    입력 : 2012.07.06 17: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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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이 634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타워, 인간이 만든 구조물로는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의 부르즈 할리파(828m)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건물. 지난 5월 22일 개장한 도쿄 스카이트리가 그 높이만으로도 일본의 새로운 상징으로 각광 받고 있다.

    일본인들은 1958년 완공된 도쿄타워가 제2차 세계대전 패망 이후 새롭게 부활한 일본을 상징했다면 도쿄 스카이트리는 지난해 발생한 3·11 대지진으로 무너진 일본을 다시 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랑할 정도다. 기자는 한국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개장 이튿날인 5월 23일 가장 높은 전망대인 450m의 제2전망대까지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사실 개장 전부터 일본 언론에서는 연일 스카이트리를 소개하며 떠들썩했지만 출발부터 다소 모양새를 구긴 일이 적지 않았다. 개장 첫날에는 잔뜩 낀 구름과 비 때문에 밖을 전혀 볼 수 없었다. 스카이트리 운영사인 도부철도의 네쯔요시 즈미 사장이 개막식에서 “나무(트리)는 물이 있어야 잘 자란다. 앞으로 번성하라고 첫날 비가 오는 것”이라고 농담을 했지만 개장일 날씨가 실망을 준 것은 틀림없었다. 이날 저녁에는 강풍 때문에 1전망대와 2전망대를 연결하는 엘리베이터가 멈춰서는 사고도 있었다.

    하지만 이튿날 찾아간 스카이트리는 위용이나 운영 등에서 세계에 뽐내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우선 높이가 634m로 결정된 것부터 일본의 ‘세계 최고’를 향한 의지가 엿보였다. 2008년 7월 공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스카이트리의 높이는 610.6m였다. 하지만 건설 도중 미국 시카고의 새로운 타워인 ‘시카고 스피아’의 높이가 609.6m로 결정되자 마음이 바뀌었다. 시카고 쪽이 맨 꼭대기 송전탑의 높이를 2m만 높여도 일본의 목표는 허사가 되는 것이었다.

    재설계에 들어간 일본은 도쿄를 둘러싼 수도권의 옛 이름인 ‘무사시(むさし)노 쿠니’에서 ‘무사시’의 음과 비슷한 634m로 높이를 바꾸었다. 이렇게 해서 서울의 63빌딩(264m)이나 프랑스 에펠탑(301m)의 2배가 넘는 초고층 건축물이 완성됐지만 사실 스카이트리의 본래 기능은 방송 송출이다. 지난해 7월부터 일본 지상파가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하면서 전국에 방송 신호를 보내야 하는데 333m 높이의 기존 도쿄타워는 이미 도쿄의 빌딩 숲에 파묻혀버려 제 기능을 상실했던 것. 스카이트리는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내년 1월부터 수행해 나갈 예정이다.

    5월 23일 오전, 역사적인 기념물이 새로 탄생했으니 관람객이 엄청나게 몰려들거라 생각하며 서둘러 도쿄 스카이트리로 향했다. 그러나 예상 밖의 차분한 주변. 교통체증이란 찾아볼 수가 없었고 350m 높이의 1전망대로 오르는 초고속 엘리베이터 앞에는 먼저 올라가려는 아우성도 전혀 없이 질서정연하게 줄을 선 관람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스카이트리 측이 혼잡을 미리 예상하고 7월까지 입장권을 시간대별로 인터넷으로만 판매했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면 무리 없이 관람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혼잡을 피해 대중교통을 이용해 달라는 요청에 도쿄시민들은 충실히 따라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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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에서 바라본 스카이트리의 모습은 약간 휘어진 모습의 비대칭이다. 사무라이 칼을 본떴다는 설명이다. 외관만 보면 툭하면 오는 일본의 강한 지진에 견딜 수 있을지 의심이 들기는 한다. 하지만 스카이트리는 일본이 갖고 있는 최고의 건축기술이 총동원됐다고 한다. 스카이트리는 중앙에 철근 콘크리트로 만든 중심 기둥을 배치하고 외부를 다시 철구조물이 타원형으로 감싸는 형태다. 지진이 왔을 경우에는 중심 기둥과 외부 철골이 서로 반대로 움직여서 진동을 약 50% 감소시킨다고 한다.

    건설 도중 맞은 동일본대지진(당시 도쿄는 5도 이상 진도)에도 스카이트리는 구조물 자체는 물론 최상부에서 일하던 근로자도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

    1전망대까지 오르는 데는 50초면 충분했다. 탁 트인 평야지대인 도쿄의 멋진 전망을 뒤로 하고 우선 예약해둔 레스토랑으로 먼저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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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전망대는 3분의 1정도의 공간에 ‘스카이레스토랑 634’라는 이름의 식당이 자리잡고 있다. 일본 내 인공 구조물로는 가장 높은 위치의 식당이라고 한다. 프랑스와 일식을 합친 퓨전요리는 도쿄시내 유명 프랑스 음식점에서 근무하며 미슐랭 별을 2번이나 받았다는 셰프가 담당한다. 메뉴는 코스요리 2가지뿐으로 가장 저렴한 요리 1인분이 4200엔이다. 편안히 앉아 식사와 함께 구경을 하는 경치 값이 상당히 포함된 듯하다. 그것도 레스토랑이 위치한 방향은 도쿄 시내의 마천루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쪽이다. 이날은 구름이 약간 낀 관계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후지산도 볼 수 있는 방향이다. 좋은 경치를 감상하려면 비싼 식사를 하든지 추가요금을 내고 2전망대까지 올라가라는 철저한 상업주의다. 식사를 마친 후 본격적인 전망대 탐험. 동쪽으로는 도쿄의 위성도시인 치바, 남쪽에는 도쿄만과 요코하마, 북쪽에는 드넓은 간토평야가 펼쳐진다. 한쪽에는 투명 유리로 만들어진 바닥을 배치해 놨다. 350m 아래를 수직으로 내려다보는 아찔함을 경험할 수 있다. 2전망대에 올라가려면 1전망대에서 1000엔짜리 입장권을 다시 끊어야 한다. 표를 구입하는데 20분 정도 줄을 서야 했다. 엘리베이터는 천장 부분이 유리로 만들어져 있어 급상승하는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다. 이날 들어간 비용은 1인당 7700엔(약 11만5500원). 1전망대 2500엔, 2전망대 1000엔 등 입장료가 3500엔이고 레스토랑은 가장 싼 코스요리가 4200엔이었다. 입장료만 해도 5만원이 넘는다. 도쿄 내의 다른 고층 전망대인 도쿄타워가 250m까지 올라가는데 1420엔(2만1300원), 유명한 주상복합 건물인 롯폰기힐스의 238m 전망대가 1800엔(2만7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이다.

    관람을 마치고 1층으로 내려오면 음식점, 잡화점, 의류점 등 312개 점포가 입주한 쇼핑센터인 ‘소라마치’가 기다리고 있다. 스카이트리 반대편 쪽으로는 수족관도 만들어져 있다.

    [임상균 매일경제 도쿄특파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2호(2012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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