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홍석의 클릭! 차이나]⑤ “대학 가야 산다” 중국판 수능 가오카오

    입력 : 2012.07.06 16:5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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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매년 11월에 수능시험을 실시하는 것처럼 중국에서도 매년 6월 초에 전국 대학입학 통일시험인 ‘가오카오(高考)’를 실시한다. 지난해 영국 BBC의 한 방송기사에서는 ‘한국 수능은 인생결정, 사생결단 시험’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는데 이 표현은 중국 ‘가오카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올해 ‘가오카오’가 실시되는 6월 7, 8, 9일은 중국 고등학교 졸업생들의 ‘운명의 날’이다. 인구가 많고 전국 각지의 상황이 다르다 보니 중국에서 실시하는 ‘가오카오’와 한국 수능 사이에 다른 점도 적지 않다. 우선 중국 대륙의 31개 성(省)급(4개 직할시, 22개 성, 5개 민족 자치구) 정부 교육부문에서 각각 자주적으로 대학입시 문제를 출시하기 때문에 중국에는 ‘베이징 장원(壯元, 즉 수석)’이나 ‘상하이 장원’은 있어도 전국 ‘장원’은 없다. 중국에서도 본인의 ‘가오카오’ 성적과 지원에 따라 입학하는 학교가 결정되는데 대학 입학이 인생 진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은 한국과 마찬가지다. 2010년 말 기준으로 중국에는 모두 1112개의 4년제 대학과 1246개의 3년제 전문대가 있다. 그 중 교육부에서 직접 관리하고 입학생 쿼터를 통일적으로 지역별로 배정하는 중점대학이 73개, 중앙정부의 기타 부서에서 관리하고 역시 전국을 대상으로 신입생을 모집하는 대학이 38개(3년제 전문대 3개 별도)다. 그 외 각 지방정부(주로 省급)에서 주로 지방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설립하고 관리하는 일반대학이 633개, 전문대가 940개인데 이러한 지방대학들은 대부분 그 지역 내 고등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대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개혁개방 후 중국에서도 민영대학이 나타나면서 현재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도 대다수 대학들은 이른바 ‘국립대학’이다.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대학 졸업생은 본인의 취향과는 무관하게 정부가 직장을 배정해 주었으나 그 이후부터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직업을 찾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중점대학과 일반대학 사이에는 입학생의 선발 기준이나 교수 및 교육의 질, 학교시설이 크게 다르고 졸업생들의 취직률이나 대우 면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보다 좋은 대학으로 가기 위해 중국의 고등학교 졸업생들도 1년에 한 번씩 다가오는 ‘가오카오’에 인생의 희망을 걸고 있다.

    중국에서는 수도 베이징이나 상하이를 중심으로 주요 대도시에 교육자원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도시와 농촌, 경제가 발달한 지역과 낙후한 지역 간에 교육기회의 불균등 문제가 심각하다. 비록 중점대학의 입학생 쿼터를 지역별로 배정하는 제도는 지역 간에 대학교육 기회의 형평성을 유지하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을 다소 반영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지역주민들의 이익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지방정부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특히 입학정원이 제한되어 있는 중점대학, 중점 전공의 경우 경제가 발달하지 못한 지역이나 농촌 출신 학생들은 입학생 쿼터 배정에서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필자가 1979년 모집정원이 82명인 북경대 경제학과에 입학할 때 같은 고향인 지린성에서 온 학생은 불과 4명밖에 되지 않은 반면 베이징 고등학교 출신 학생은 무려 30여 명이나 됐고 칭하이, 신장 등 지역에서 온 학생은 한명도 보지 못했다. 상하이에 위치한 명문대인 푸단대학의 경우에도 비록 전국 각 지방에 입학생 쿼터를 배분하고 있지만 역시 상하이 고등학교 출신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 고등학교 의무교육제를 실시한 도시 지역(특히 베이징 등 주요 대도시)에서는 현재 본지 호적을 가진 고등학교 졸업생들 거의 대부분이 전문대를 포함해 대학에 진입할 수 있지만 대다수 지방도시와 농촌지역에서는 여전히 중학교 의무교육 수준에 머물러 있고 심지어 생활 환경이 열악해 소학교도 졸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생활수준이 높은 연해지역의 도시 자녀들에 비해 서부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빈곤지역의 자녀들은 대학교육을 받을 기회가 훨씬 적다.

    2011년 통계에 의하면 중국은 전국 고등학교 졸업생이 약 795만명인 데 반해 대학과 전문대 모집정원이 662만명이나 되어 중국도 통계상 대학 진학비율이 83%에 육박하고 있는 국가임을 알 수 있다. 이는 1980년대 이후 정부의 방침에 따라 대학수가 크게 증가하고 각 대학에서 입학정원을 대규모로 늘린 반면 ‘한 자녀 정책’의 영향으로 도시의 고등학교 학생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베이징 등 대도시와는 달리 빈곤지역에서는 고등학교 교사와 교육의 질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졸업생들의 대학 진학률이 매우 낮은 편이다. 고등학교 의무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해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은 처음부터 아예 대학 진학의 꿈을 접고 일찍이 가사를 돕거나 일터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990년대 이래 중국에서 대학 정원이 급속히 확대된 것은 인재 육성의 의미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고용 시장에도 심각한 과제를 안겨 주었다. 최근 수년간 중국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되면서 대학생들의 취업난이 심화됐다. 그러다 보니 대학생들의 초임이 일반 편의점 직원보다 낮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편 주택가격 등 도시에서의 거주비용이 대폭 상승하는 바람에 지방 출신 대학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도시에서 인생의 꿈을 펼쳐 보려는 젊은이들이 보편적으로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데 이는 정부의 중대한 해결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직면한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는 도시 노동시장에 진출한 농민공 자녀들의 교육환경 개선이다. 2011년 기준으로 중국에서는 1.5억명을 초과하는 농민공들이 도시에 진출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결혼한 농민공들의 자녀들은 부모와 함께 도시에서 생활하는 경우나 농촌에 남아 노인들과 함께 있는 경우 모두가 열악한 교육환경에 직면해 있다.

    부모들과 함께 도시에 온 농민공의 자녀들은 비싼 도시 생활비 때문에 일반적으로 열악한 거주 환경에서 자라면서 어릴 때부터 부모가 일하는 일터에서 놀거나 심지어 부모들의 일을 도와주는 등 정상적인 교육을 받기가 매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최근 일부 도시 지방정부에서 농민공들의 자녀에게도 동일한 학교 교육 조건을 허락하는 등 일부 변화가 있지만 많은 경우에는 학교에서 외지 호적 학생들에게 별도로 거액의 ‘위탁교육비(借讀費)’를 요구하거나 상급학교 진학률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입학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농촌에 남아 부모들과 떨어져 있는 자녀들은 부모들의 사랑을 받을 수 없고 세대 차이와 건강 등의 원인 때문에 노인들의 교육 방식에 문제가 있는가 하면 농촌 인구 감소로 많은 농촌 학교가 통폐합되면서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통학하거나 어린 나이에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멀리 떨어져 있는 중심학교로 통학하려면 안전한 수송차량이 필수적인데 경비 부족으로 낡은 승합차에 정원의 수배에 달하는 학생들을 태우고 가다가 한꺼번에 수십 명의 인명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 정부가 국무원 문건으로 특별히 학생 수송차량의 안전 기준을 정하고 불법 학생 수송차량에 대해 엄격한 단속을 펼치고 있는 것도 역시 중국의 특수한 교육 환경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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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홍석 LG경제연구소 (중국)소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2호(2012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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