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글로벌 공동기획] ⑬ 세계의 건축·건축사…48층 높이에 성당 같은 카리스마

    입력 : 2012.05.04 13: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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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주쿠 한복판에 우뚝 솟아있는 트윈 탑 도쿄도청사. 신주쿠에서 가장 높은 빌딩에서 도쿄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매력적인 건물이다. 맑은 날에는 후지산까지 보이는 시원스러운 전경에, 밤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쿄의 낭만적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도쿄도청사는 일본의 경제가 한창 잘나갈 때인 1980년대 말 당시 마루노우치에 있던 도청사를 신주쿠로 이전하기 위해 건설한 초고층 프로젝트이다. 일본이 버블경기로 치닫던 시점에 건설됐고, 건설 당시에는 일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기에 바벨탑에 빗대어 버블탑이라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높이는 243m로 준공 당시에는 일본 제일의 높이를 자랑했지만 이후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가 등장하면서 뒤로 밀려났다.

    이 건물은 웅장하고 현대적이지만 너무나 거대하고 압도적이어서 비판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기존 청사 건축가에 의해 수행된 신청사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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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십 년의 시차를 두고 동일한 발주처로부터 동일 프로젝트 의뢰를 받는 경험을 가진 건축가는 매우 드물다. 단게 겐조(丹下健三·1913~2005년)는 1957년 마루노우치 지역의 도쿄도청사를 설계했었고, 이로부터 29년 후 신청사를 다시 설계하는 건축가가 됐다.

    청사 건립 후 시간이 흐르며 인구가 증가하고 도쿄시가 부담할 업무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행정업무의 많은 부분이 청사 주변의 여러 건물에 분산돼 수행돼야 하는 상황이 됐다. 23년 후 도쿄시는 신청사 계획을 착수했고 21세기 도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자 했다. 이 계획에 따라 이미 몇몇 초고층 건물이 세워지기 시작한 기존 도심 외곽의 신주쿠 지역이 전문가들에 의해 새로운 청사를 건설할 장소로서 추천됐다.

    공모 당선이 아이디어 구현 기회로 도쿄 신청사의 설계는 제한된 건축가 그룹에 대한 국가 공모를 통해 1986년 단게로 결정된다. 공모의 당선은 단게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용할 수 있는 기회와 1957년 계획에서 실현하지 못한 것들을 구현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시는 신청사가 시의 특성을 표현하는 문화적 상징물이 되도록 해달라고 주문했고, 단게는 이에 더해 도시의 거대화가 가져오는 개인 간 소통부족을 극복할 대안을 찾고자 했다. 결과적으로 커뮤니티 관점의 복합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단게는 6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중앙플라자를 48층 및 37층의 고층빌딩군과 7층의 저층건물 사이에 배치했다. 이를 통해 단게는 건축과 도시계획의 복합을 통해 사람 간 커뮤니케이션 부재를 극복할 방안을 제시했다.

    9명의 경쟁자 중 최종 당선안으로 선정된 단게의 디자인은 2개의 타워를 가진 48층의 초고층건물과 인접해 배치된 37층의 고층건물로 구성됐다. 도로 맞은편으로는 회의장으로 사용되는 7층의 저층건물이 도로를 가로지르는 브리지로 주 고층건물과 연결돼 있다. 고층건물과 저층건물의 사이에는 반구형 플라자가 배치되며 공공행사를 위해 사용된다.

    도쿄 신청사는 단게 겐조 작품의 완결판 단게의 작품활동은 3단계로 구분될 수 있으며, 도쿄도청사는 3개단계의 복합물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작품들은 전 세계 수많은 대도시의 건축 형태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첫 번째 단계는 2차 세계대전 후 유럽과 미국 건축 양식의 노골적인 모방에서 일본의 현대건축을 해방시키려고 시도하는 한편, 일본의 전통 건축양식을 새롭게 변화시켜 적용하려고 노력한 기간이었다. 두 번째 단계는 도쿄 과밀화에 대한 대응으로서 도쿄만 매립지에 도시 개척을 추진했던 1960년대 대규모 개발과 연관돼 있다. 세 번째 단계에 단게는 다가올 정보사회를 위한 건축물의 모델을 만들어내고자 했다.

    일본 전통건축을 담아낸 초고층건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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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8층 높이의 주청사 건물은 상층부에 두 개의 탑을 가진 파사드로 디자인돼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을 연상하게 한다. 단게의 설명에 따르면 과도한 중량감을 완화하기 위해 고층부를 두 개의 탑으로 분할했다. 배치계획은 기하학적 기본요소인 사각형을 복잡하게 변형한 형태로 구성돼 있다. 계단실과 엘리베이터로 구성된 8개의 코어는 타워의 외곽부에 배치돼 있는데 고층부는 밝은 색채를 적용해 쉽게 인지될 수 있도록 계획했다. 타워 상부를 45도 각도로 회전시켜 배치해 견고한 느낌의 2개 타워에 역동성을 부여했다.

    스웨덴과 스페인 화강석으로 마감된 파사드는 일본의 전통방식을 모델로 디자인됐다. 외장재로 화강석을 선택한 것은 청사라는 특성상 내구성과 유지 관리의 용이함 및 안전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외장마감에서 진한 부분은 스웨덴산 화강석인 로얄마코바니, 밝은 부분은 스페인산 화이트펄이다.

    단게는 일본 전통건축의 기본적인 기둥 및 빔 구조를 건축 입면에 적용하고자 했다. 그는 적용된 결과가 전기회로 패턴과 유사하다는 것을 감지하고 전통적 디자인의 요소를 마이크로칩 형태와 유사하게 변형했다. 건물 내부에는 수천 명의 근로자들이 최신 커뮤니케이션 기술로 상호 연결되며, 건물의 기능은 진보된 지능형 시스템으로 조정된다. 도쿄신청사는 미국의 초고층건물에 일본 전통과 정신이 기하학적 형상으로 표현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단게 겐조, 전후 일본 건축의 세계화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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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게는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이며 1987년에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했다. 그는 20세기에 가장 중요한 건축가 중 한 사람이며 전통적인 일본 스타일에 모더니즘 건축을 결합시켰고, 전 세계의 주요한 건축물들을 디자인했다. 또한 한국 현대건축에 큰 업적을 남긴 고 김수근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건축가이기도 하다. 2차 대전 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등 일본의 도시들은 잿더미로 변했으며, 전통문화 또한 메이지 유신 이후 서서히 위기를 맞고 있었다.

    전쟁 후 갓 학교를 졸업한 단게는 일본의 도시와 건축을 모더니즘 정신으로 재창조할 수 있는 상황에 있었다. 단게의 성공은 일본적인 것들을 모더니즘에 입각한 국제주의적 성향으로 변형시키는 작업이었다.

    그의 첫 작품은 전쟁에 의한 파괴의 기념이었다. 히로시마 평화센터(1950)와 히로시마 평화 기념관(1952) 등이 그것이다. 단게의 건축방식은 연꽃잎을 연상하게 하는 타원형의 1964년 도쿄 올림픽 체조경기장을 통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단게는 거대구조물을 지향한 일본 건축가 중 한 사람으로 1960년 도쿄플랜에서 그의 아이디어를 찾아볼 수 있다. 이 계획은 도쿄를 연결된 인공섬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 계획은 실제 실행되지는 않았지만 이후 건축계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단게 겐조 설계사무소(Kenzo Tange Associates)는 현재 거대한 규모로 커져 있다. 많은 비평가들은 최근의 작품들이 초창기 단게의 작품들과 점점 거리가 멀어져 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도쿄 후지 TV 본사 빌딩의 외관은 대담하고 장난스러우면서도 강한 자기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엄청난 스케일의 초고층 타워들로 구성된 도쿄도청사에서는 강한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다. 단게 사무소는 최근 동남아시아 각지에 대규모 프로젝트들을 수행하고 있고 점차 국제적인 사무실로 발전하고 있지만 단게의 고유한 건축세계는 점차 희석되고 있는 듯하다.

    도쿄 올림픽 경기장 (Tokyo Olympic Arenas, 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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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 올림픽 경기장은 요요기 공원의 한편에 위치하고 있다. 체육관 및 수영장은 아시아 첫 올림픽인 1964년 도쿄올림픽을 위해 단게에 의해 설계됐다. 체육관은 약 1만6000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로마 콜로세움 스카이라인에서 영감을 받아 지붕은 두개의 기둥에 지지되는 형상을 취하고 있다. 완공 시점에 체육관은 세계에서 가장 큰 현수구조 지붕 경간을 갖게 됐다. 지붕에 적용된 곡률은 강풍의 피해로부터 건물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단게는 이 작품으로 프리커상을 수상했으며 20세기의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이 건물의 가치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에 있다. 도쿄 올림픽 경기장은 한눈에 봐도 일본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지만 그 구성요소를 살펴보면 현대 모더니즘 건축의 특징이 또렷하게 살아있다.

    UOB Plaza (United Overseas Bank,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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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의 금융 중심부이며 세계 증권· 은행 등의 아시아 지역 본부가 위치해 있는 래플스 플레이스에 자리 잡고 있다. UOB Plaza는 두 개의 타워로 구성돼 있다. UOB Plaza One은 67층 280m 규모로 1992년 준공됐고, UOB Plaza Two는 38층 162m로 1995년 준공됐다. 건물 내에는 싱가포르 United Overseas Bank 본사 등 금융기관의 본사가 입주해 있다. 37, 38층에는 2층 높이의 스카이 로비가 있어서 도시 전경을 조망할 수 있다. 건물의 하부는 8각형 형태이고 상부는 정사각형 평면이 45도씩 회전하면서 놓여 있는데, 이는 단게가 1990년대에 작품에 자주 사용한 배치개념이다. 지상에는 2개의 조각품이 설치돼 있는데 하나는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이고 다른 하나는 페르난도 보테로의 작품이다.

    후지 TV 본사(Fuji TV Headquarters,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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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 도쿄 미나토 지역의 수변지구에 완공된 후지 TV 본사는 도쿄의 상징물이 된 단게의 또 하나의 혁신적인 작품이다. 지상 25층, 높이 123m, 연면적 14만2800㎡ 규모의 건물로 미디어 타워의 좌측에 지름 32m의 독특한 구형태의 전망대를 갖고 있다. 건물은 미디어 타워와 오피스 타워로 구성되며 두 타워 사이에 대규모 스튜디오 시설이 있다. 또한 미디어 타워와 오피스 타워는 하늘복도라 불리는 3개의 보행교로 연결돼 있는데, 이동의 편이성뿐 아니라 일상적 대화나 즉각적인 논의 등을 위한 유용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본 건물 설계의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오다이바의 매립지에 자리 잡고 알루미늄으로 마감된 이 미래지향적 빌딩은 다이내믹한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며 수변 지역의 혁신적인 건물들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건축물이라 할 수 있다.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하늘복도를 통해 25층에 위치한 구체 전망대에 들어서면 도쿄 도심부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해욱 한미글로벌 엔지니어링팀 차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0호(2012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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