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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olar’s Insight] `제프리 프랑켈`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미국 경제 얇은 빙판서 스케이트 타는 상황”
입력 : 2011.11.28 15: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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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는 더블딥(경기침체 후에 다시 오는 침체)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얇은 얼음 위를 걷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만큼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있고 유럽 재정위기가 미국까지 영향을 미칠 경우 미국 경기도 다시 한번 침체로 빠져들 정도의 위태로운 상태란 평가다.
그는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기적으로는 재정 긴축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당국이 통화정책에서도 쓸 수 있는 ‘실탄’이 남아 있지만 재정정책 만큼 효과적이지 않다고 내다봤다.
프랑켈 교수는 하버드대 정책대학원인 케네디스쿨에서 국제금융정책과 거시경제정책을 가르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 때에는 대통령 경제자문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현재 전미경제조사국(NBER) 경기순환위원회 위원으로도 활약 중이다. 이 위원회는 미국 경기침체 시점을 공식적으로 발표한다. 다음은 프랑켈 교수와 가진 인터뷰 내용이다.
미국 경제가 다시 한번 침체에 빠져들 것이란 전망이 여전하다. 어떻게 보는가 올해 보여준 미국과 다른 나라 경기지표들은 실망스럽다. 연초부터 저성장을 기록했다. 지금 우리는 마치 얇은 빙판위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느낌이다. 유럽에서 재정위기 같은 큰 충격이 온다면 미국 경제는 다시 침체에 빠져들 것이다.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경제에 대해 비관적이었다. 지금도 바뀌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더블딥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단지 저성장 국면을 지속하고 실업률이 1990년대 수준으로 떨어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본다.
요즘 미국 경기 회복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인가 부채조정(디레버리징), 주택시장 침체, 재정정책 실패 등이 원인이다. 동료 교수인 카르멘 라인하트와 케네스 로고프 교수 등은 부채조정이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한다. 나는 부채조정과 함께 팔려고 내놓은 집들이 너무 많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최근 금융위기 때 사용한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은 2009~2010년엔 도움이 됐다. 그러나 지금은 이게 부작용을 낳고 있다. 교사, 소방수, 경찰관 등 공공 부문에서 해고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한 경제에는 부작용이 크다.
선진국 재정정책, 중국 칠레서 배워야 긴축재정 이슈는 미국만이 아니라 유럽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가 대안은 단지 더 큰 정부 지출이나 세금감면이 아니다. 경기순환별로 대처해야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1990년대와 2003~2007년처럼 경기 호황과 확장기에는 정부는 재정수지를 흑자로 유지해야 한다. 경제학자인 존 메이너드 케인즈도 항상 재정지출을 늘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항상 재정적자를 유지하라고 제안하지도 않았다. 그는 단지 경기침체기에 재정지출을 늘리라는 주장을 펼쳤을 뿐이다. 지난 1990년대 미국 클린턴 행정부 때 호황기였다. 재정을 흑자로 운영했다. 덕분에 2001년 침체기에 재정지출이 용이했다. 그러나 그 이후 우리는 이를 잊었다. 미국만이 아니다. 영국은 물론 다른 유럽 국가들도 지난 10년 동안 경기순환에 맞춰 재정운용을 해야 한다는 것을 무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신흥시장 국가들은 어떻게 재정을 운용해야 하는지를 깨달았다. 개발도상국가들 중 약 3분의 1은 이를 실천했다. 중국과 칠레가 대표적이다. 두 나라는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2003~2007년 경기 호황기에 재정을 흑자로 운용했다.
2008년부터 경기침체가 찾아왔을 때 그들은 케인지안 정책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에게 이 정책이 시사하는 점은 매우 복잡해질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큰 정부를 원하고 다른 사람들은 작은 정부를 원한다. 사람들은 아주 단순하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다르게 반응하는 이상한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된다. 이게 우리가 닥친 현실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오는 것도 경기침체가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호전을 위한 해법은 경기침체 이전에 나왔어야 한다. 지금 많은 정부들이 할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다.
그럼 지금 미국은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펴야 하나 지능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 단기에는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을 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제출한 일자리 창출 법안이 그 예이다.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긴축재정을 펼쳐야 한다.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는 정책이다. 그러나 법 제정을 통해 풀어나가면 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는 통화정책 수단이 남아 있나 지난 금융위기 때 미국 정부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상당히 빨리 빠져나왔다. 미국 연준은 2007년 충격이 왔을 때 빠르게 대응했다. 이자율을 사실상 ‘제로(0)’ 수준으로 낮췄다. 나머지는 정부 재정정책이 맡았다. 미 연준은 1차와 2차 양적완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미국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이번 침체에 대응할 정도로 많은 여유를 남겨놓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지를 남겨뒀다.‘오퍼레이션트위스트’ 조치를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미 연준은 취할 수 있는 조치를 보유하고 있다. 은행들이 미 연준에 맡기는 돈에 대한 이자율을 낮추는 방법이 한 예다. 아주 미미한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게 한계다. 미 연준은 실탄은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은 소진된 상태다. 이번 경기문제를 풀려면 통화정책으로는 부족하다. 재정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미국 달러화 위상이나 가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 국채는 여전히 안전자산인가 최근 경상수지 적자를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달러가치는 약세로 변할 것이다. 실제로 달러 대비 다른 통화들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위안화만 예외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가 고조되면서 달러가치가 올랐다. 미국 달러화는 여전히 제1의 국제 기축통화로 남아 있고 미국 국채가 여전히 안전자산으로 남아 있다는 게 놀랍다. 때문에 단기적으로 달러가치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장기적으로 달러가치는 하락할 것이라고 본다. 1985년 이후 계속 그렇게 될 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래왔다.
미국 내에서 중국 위안화에 대한 평가절상 요구가 많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중국은 위안화가 절상되도록 놔둬야 한다. 특히 위안화 절상 문제는 중국 내부 경제적 관점에서도 풀어야 할 문제다. 미국 의회가 위안화 절상 등을 요구하는 조치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미국 의회가 보복이나 관세인상 등 방식으로 중국에 대응하는 것은 국제 무역법을 어기는 행위이다.
샌프란시스코 웰스파고은행 본점 앞의 반월가 시위대
중국도 주택 버블 붕괴가 있을지 모르고 은행시스템 붕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시점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주택시장이 붕괴더라도 경제가 완전히 이탈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 TA)이 발효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NAFTA의 효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국 의회는 최근 한미자유무역협정(F TA) 등에 대해 비준했는데, 미국 정부는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획기적 조치라고 알리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일자리를 늘렸다기보다는 일자리의 질을 봐야 한다. 생산성과 실질 임금과 소득 등을 검토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검토해보면 NAFTA는 실망스럽다. 최근 비준한 한국을 비롯한 파나마, 컬럼비아 등 3개국과의 FTA에서도 그다지 크게 효과를 내기 어렵다. FTA는 미국 경제에서 아주 미미한 부분이다. 다만 이런 비준 조치는 미국이 교역의 힘에 대한 믿음을 (대외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상징적 이벤트인 셈이다.
미국 경제학계에서 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나왔다. 그러나 미국 경기는 수년째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뭐가 문제인가 노벨상 수상자와 경제간 관계는 없다고 본다. 경제정책과 연관된 노벨상 수상자들은 거의 없다. 이론과 정책 간 연관 관계가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특정 교수가 특정 분야에 대해 전문적이란 점과 그 나라 경제가 제대로 운영된다는 것 사이에서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연구에 특화된 많은 사람들은 정책에 관여하지 않고 있고, 많은 정치 지도자들은 그들이 경제전문가들에게서 얻은 조언을 정책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노벨상을 받으려고 했던 학자들은 오랜 기간 동안 그 상을 받는 것을 기대한 사람들이다. 25년 전 연구 결과에 대해 상을 받고 있다. 그들의 학문적 성과는 최근 경제 문제나 정책적 이슈를 다루지 않은 것이다.
■ 제프리 프랑켈 교수의 시각
·경기 사이클에 맞는 재정정책 펼쳐야
·호황 땐 재정흑자… 적자재정은 침체기만 써야
·미 통화정책 실탄은 있지만 미미… 재정정책 필요
·미국 최선의 재정정책은 단기 부양, 장기 긴축
·위안화 평가절상 돼야… 미국 나설 일은 아니야
·중국 주택 버블 붕괴·은행시스템 위기 가능성
·달러화 가치 장기 약세, 단기 예측은 어려워
[김명수 / 매일경제 뉴욕 특파원 mskim@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5호(2011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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