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경제연구원 공동기획] 인도는 ‘Next China’가 아니다

    입력 : 2011.11.28 15:42:07

  • Part 1
    LG경제연구원 공동기획
    인도는 ‘Next China’가 아니다
    타지마할성당
    타지마할성당
    “중국에선 일사천리로 사업이 진행되는 데, 인도는 왜 그리도 느린 것인지….” “중국보단 느리지만, 인도도 연평균 8~9%씩 성장한다. 내수가 크기 때문에 세계경제가 위기를 맞아도 매우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할 것이다.”

    인도를 보는 한국인들의 시각은 비관에서 낙관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현지에서 사업을 벌이는 기업인들조차 업종에 따라 미래 전망이 달라진다.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부분만을 들여다보니 그럴 것이다. 대국 인도를 파악하기엔 교류 역사도 너무 짧다. 가장 심각한 오류는 중국과의 교류 경험에서 나온다. 시차는 있지만, 인구대국이자 저개발경제에서 개혁·개방을 시작했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중국의 개혁·개방과 이후 눈부신 성장세를 목도하면서, 인도 경제도 중국이란 거울을 통해 관찰되고 평가하고 또 전망한다. 그 전망이란 것은 대개 중국과 비슷하게 고도성장해 언젠가는 중국마저 넘어설 것이란 추세적 낙관이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많은 사람들이 중국과 인도를 합쳐 ‘친디아(Chindia)’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인도와 중국은 역사, 인종, 종교 등 모든 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 개혁개방 초기 경제 여건이나 정책기조도 판이하게 달랐고 지금까지의 개방 성과나 산업구조 변화 양상도 크게 다르다. 당연히 외국 기업의 사업 환경에서도 큰 차이가 발견된다. 인도를 넥스트 차이나로 간주한다는 것은 인도 사업에서의 현지화에 빨간 불이 켜져 있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지금부터 두 나라가 어떻게 다른지 하나씩 살펴보자.

    사회주의 시장경제 vs 자본제적 허가경제 중국 개혁개방 실험은 1992년 ‘사회주의 시장경제 건설’이란 목표로 귀결됐다. 그러나 중국 사회주의가 포기하지 않는 대원칙은 공유제(共有制)이다. 경제활동의 기초가 되는 토지나 국가기간 산업에 종사하는 핵심기업은 국가 소유나 공동소유(集體所有)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반면 인도는 무갈(Mughul) 왕국의 뒤를 이은 영국의 식민통치기에 들어 생산수단의 사적소유에 기반한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해 왔다. 흥미로운 것은 인도가 독립 초기 식민지 유산을 척결하는 과정에서 국가가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소위 ‘허가경제(License Raj)’ 체제를 유지해 왔다는 점이다. 이는 식민지 수탈에 기여했던 자본가 세력에 대한 반동으로서 정권을 장악한 초대 수상 네루(Jawaharlal Nehru)와 집권 국민의회당의 정치경제적 성향과 관련이 깊다.

    명문가 출신의 영국 유학파였지만, 네루는 부농, 산업자본가 등 식민지 기득권 세력과 궤를 달리했다. 인도 정부의 경제에 대한 계획과 통제는 IMF 구제금융을 받고 개혁·개방 노선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1991년까지 지속됐다. 1991년 개혁·개방 노선으로 전환을 표명한 이래 인도의 허가경제는 서서히 완화돼 점차 자유시장경제체제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중앙권력 vs 지방권력 중국 헌법은 중앙의 통일적인 지도에 따라 공산당이 국가의 일체 행정사무를 지도한다. 중앙의 지방에 대한 통제력은 지방 말단 행정 단위까지 예외가 거의 없다. 반면 인도는 지방분권과 자율성이 더 센 편이다. 과거 네루 정권이 집권했던 1964년까지만 해도 중앙정부의 파워가 지방정부를 압도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네루 사후 제정파는 이합집산을 거듭, 1970~1980년대 들어 종교, 인종, 카스트(계급) 등에 기반한 다당제 지역 기반 세력으로 재편됐다. 그 결과 지금은 지방정부의 권한이 크게 신장됐다.

    세제(稅制)에서 그 단면이 드러난다. 중앙이 조세항목의 세율을 정해 국가적으로 일관되게 적용하는 중국과 달리 인도 지방정부는 조례를 통해 적용세율에 차등을 둘 수 있다. 지방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인도의 외자기업들에게는 큰 불편 사항 중 하나가 아닐 수 없다. 인도 지방정부의 자율성은 재정 면에서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인도는 정부 수입 중 중앙정부 수입 비중이 30%대에 그치고, 지방교부금에서도 15~2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재정 파워가 약한 중앙정부가 지방권력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도의 지역성은 중국보다 더욱 심하다. 지방 언어도 수십 개에 이르고, 인종별 거주 분포도 뚜렷하게 구별된다. 인도 대륙 전역에 권력을 행사했던 마지막 왕조가 이슬람 왕조였기에, 전통 힌두교 사회와 이슬람 사회의 갈등은 심각하다. 두 종교사회의 점유율은 현재 각각 80%, 13%대에 이른다.

    인종, 언어, 종교가 한데 융합되지 못한 채 갈리면서 인도의 지역성은 모자이크 스타일처럼 경계가 비교적 뚜렷하다. 이 같은 지역성은 외자기업에게도 인도를 단일 시장으로 접근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지역별로 세분화(Segmentation)하고 개별적 최적화 시장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의미다.

    인구 보너스 소멸 vs 개화(開花)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이 인도 중부 하이데라바드에 있는 인도기술연구소를 방문해 연구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이 인도 중부 하이데라바드에 있는 인도기술연구소를 방문해 연구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마오저둥(毛澤東)은 공산화 직후 ‘사람이 많을수록 역량이 커진다(人多力量大)’란 슬로건 아래 출산장려 운동을 펼쳤다. 아이를 5명 이상 낳은 어머니는 ‘영광엄마’, 10명 이상 낳으면 ‘영웅’ 호칭을 부여했다. 1980년대 들어 인구폭발을 경계해 1자녀 정책이 국책으로 자리 잡아 강도 높은 산아제한 정책을 펼치게 된다. 고령화 되어가는 현 추세대로라면 중국은 2010년대 중반 부양인구 비율이 상승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국제경제전망기관은 이 점에서 인도의 고성장 가능성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본격적으로 ‘인구 보너스’ 효과를 누리기 시작할 것이란 기대다. 현 추세라면 인도의 경제활동인구 수는 2025년경 중국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증가세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전체 인구수에 있어서도 2027년 중국을 넘어서게 된다. 인도의 부양인구 비중은 현재 55.6%에서 2050년경 42.4%로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부양비의 감소는 경제의 성장 여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고성장에 매우 유리하다. 인구 증가에 따른 수요 측면의 부정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지만, 과거 인도의 인구 증가에 대한 비관적 전망(Onus)은 최근 장밋빛(Bonus)으로 바뀌는 단계에 있다.

    사진설명
    노동이동의 자유 중국의 노동이동이 호구제 등 사회제도에 의해 통제됐던 데 비해 인도의 카스트라는 전통 관습은 자유로운 노동이동에 제한을 두었다. 중국은 계획경제 시절, 노동투입을 극대화하기 위해 봉건적 신분질서를 대대적으로 타파했다. 인도는 다르다. 1950년 인도 헌법은 카스트에 의한 차별금지를 명문화했지만 그 후 오랫동안 신분은 개인의 사회경제적 활동 범위를 제약해 왔다. 인도 카스트는 익히 잘 알려진 4개의 대표적 계급범주를 의미하는 바르나(Varna)와 여기서 각 범주 별로 수십, 수백 개씩 갈라지는 생업, 종교, 언어 등과 복잡하게 연관된 자띠(Jati)로 세분화돼 있다. 카스트는 사람들의 의식 세계를 규율함으로써 사회적 위계질서를 유지하게 하는 기제로 작용했다. 또 수천 년 동안 ‘삶의 나침반’으로서 작용해오면서 노동이동성을 크게 제한하는 요인이 됐다.

    언어와 종교도 양국 노동이동성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일찌감치 표준어인 보통화(普通話)를 전국 단위로 의무교육화함에 따라 인적자원의 균질화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반면 인도는 공용어만 해도 2개의 전국 공용어(힌두어, 영어)에 인종 및 민족에 따라 별도 공인된 22개 지방 공용어가 따로 있다. 실제 언어 사용의 불편 때문에 인도 북부의 인도인 노동력이 반도 남단의 다른 경제권으로 옮겨 일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다.

    자본축적의 힘 인도는 중국의 개혁개방이 시작된 1978년만해도 경제 규모나 소득수준이 중국을 근소하게나마 앞서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제조업(투자)중심의 수출형 경제를 지향한 중국에 역전돼 있다. 중국의 자본축적 규모는 개혁개방 30년 동안 연평균 투자 증가율이 17.3%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에 인도는 7.9%를 기록했다. 이처럼 투자는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끈 최고 동력이었다.

    경제개혁 초기 홍콩, 마카오, 대만 화교자본의 본토 투자 쇄도는 외국기업들의 대중투자 붐을 선도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인도의 경우에도 인교(印僑)로 불리는 재외거주 인도인들(NRI)의 역할과 비중이 컸지만 화교의 역할에는 미치지 못한다. 비거주 재외교포(Non Resident Indian)로 불리는 인교(印僑)자본의 유입은 심화되는 인도 경상수지 적자 보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해외시장 여건
    인도 타타 나노
    인도 타타 나노
    중국의 성장 과정을 보면 2차 산업, 투자, 순수출의 기여율이 높게 나타난다. 특히 최종수요에서 차지하는 수출 및 서비스 비중이 30%에 달할 정도로 해외시장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중국과 달리 인도는 2차 산업보다는 3차 산업, 투자 보다는 소비의 성장 기여도가 높게 나타났다. 내수와 서비스업 중심의 성장을 해온 것이다. 인도 GDP에서 2차 산업 비중은 개혁원년인 1991년 18.3%에서 20년 동안 19.3%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3차 산업은 같은 기간 동안 52.1%에서 63.2%로 증가하면서 성장을 견인했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서비스와 소비 중심의 생산소비 구조로는 고용을 창출하는데 한계가 있고, 성장률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경상수지 적자 위기가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물론 차이점과 함께 비슷한 면모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개도국 경제에선 보기 드문 강한 기업가 정신이다. 화상(華商)의 기업가 DNA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계기로 부활했다. 상인자본은 개방을 통한 경제성장과 함께 큰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현재 중국의 100대 부자에 오른 거부들은 이 과정을 통해 축적한 종자돈을 다시 부동산 및 주식자본으로 전환해 제 2의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다.

    인도 기업인들의 상재(商才)도 화상에 뒤지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특히 흥정의 철두철미함, 정교함은 물론 심지어 계약 후 거래이행에서도 철저하게 이문을 따진다. 밑지는 장사 같으면 사후에 거래를 깨트리는 것도 불사한다. 척박한 아프리카 대륙에서 주요 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그룹이 인상(印商)이라고 한다.

    인도를 대표하는 상인층이 파르시(Parsi) 상인들이다. 북서부 라자스탄, 펀잡 등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유력 그룹인데, 인도 국민기업이라는 타타(Tata)그룹의 창업자 잠셋지 타타(Jamsetji N. Tata)도 구자라트 파르시 상인 계층 출신이다.

    ■ 인도에 대한 오해와 진실 Q. 인도인은 아시아인이다?
    A. 인도 인종은 크게 드라비다(Dravidian), 아리안(Aryan), 몽골로이드(Mongoloid), 네그로이드(Negrito), 오스트롤로이드(Proto-Australoid)로 나뉜다. 전체 인구의 60~70%가 피부색이 까무잡잡한 드라비다인들이다. 15~20% 정도는 피부색이 하얀 아리안계가 차지한다. 인도인들은 지리적으로 아시아에 속해 있으나 자신들의 정체성은 유럽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Q. 인도인이 거짓말을 잘한다?
    A. 인도인들은 상술에서 오는 거짓말을 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도의 설화문학서 '빤즈딴뜨라(Panchtantra)'에는 재산을 모으기 위한 방법 중 장사가 단연 최고라고 기록하고 있다. 유명한 중국의 허난성 상인들도 이문에 밝은 거짓말을 잘한다. 상업의 속성이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지 인도인들이 특히 거짓말을 잘한다는 것은 편견이다. Q. 인도 여성들은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다?
    A. 인도 여성들이 성적인 정절을 중시하고 여성을 남성의 보호 아래 두어야 한다는 관념이 주류인 것은 맞다. 그래서 사회활동에 제약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그래선지 직업을 가진 여성의 비율이 10%를 살짝 넘는다. 그러나 도시 여성들 특히 젊은 세대는 개방된 다른 사회의 여성들과 다를 바 없다. Q. 인도에서는 중매결혼이 대세다?
    A. 아직까진 중매가 연애보다 많지만 젊은 세대엔 연애결혼이 대세다. 인도의 연애결혼은 좀 복잡하다. 사랑하는 연인끼리 상대방 가족들로부터 인정을 받은 후에까지 여전히 서로 사랑을 하고 있을 때 연애결혼이 성립된다. 인도 소설 '서로 다른 주에서 온 연인(2 States)'에서 작가인 체탄 바갓은 서로 다른 주 출신의 두 남녀 간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썼다. 학력, 직업, 연봉, 배경(계급), 외모, 인간성 등등 따지는 것들이 많다. 카스트나 다우리(여성의 지참금) 제도 역시 자유연애와 결혼을 제약하는 인습이다. 최근 ‘연애 따로 결혼 따로’인 젊은 20~30대도 늘고 있다.

    Part 2
    인도 경제 성장세 문제없나
    인도 금융가로 알려진 뉴델리 바라캄바 로드
    인도 금융가로 알려진 뉴델리 바라캄바 로드
    인도 경제를 흔히 ‘코끼리’에 비유한다. 포유류 중 가장 몸집이 큰 코끼리만큼 대국이란 뜻이다. 그래서 인도 경제의 실체는 자칫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 피상적이고 단편적일 수밖에 없다. 필자가 2010년 12월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 사업가도 “무려 20년을 살았지만, 아직도 인도에 대해 자신 있게 설명을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하물며 인도 경제의 성장세에 고무돼 1, 2년 현지에서 머문 ‘먹물’들의 인도에 대한 식견을 어떻게 크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 경제의 구조적 특징은 향후 인도 경제의 향배를 전망하는 데 상당히 유용한 것 같다. 인도는 내수중심 경제구조를 가진 탓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 경기침체의 악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 하지만 경상수지 적자 심화, 고용창출 한계 등 내수중심 경제에서 오는 제약에 직면해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개혁·개방을 표방하며 2009년 재집권에 성공한 현 인도 정부는 제조업 강화정책을 추진 중이다. 인도가 중국과 같은 성장 궤적을 밟을 것이란 기대는 제조업·수출 주도의 성장 정책을 도입하면서 더욱 강해졌다. 중국이 추진했던 연해지역 특구정책이나, 수출금융, 관세환급 정책 등을 모방하고 있다. 그리고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한 인프라 건설에 매진하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수출주도형 경제로의 전환이 성공할 수 있을지가 향후 인도 경제의 지속성장 여부를 가를 척도다.

    인도 경제는 2009년 현 집권당의 압승 이후 국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으나 잠재력이 발현되는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낙관적인 전망은 인도가 제조업 및 투자 중심의 경제구조를 지향하는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전망은 중국 경제의 과거 성장 궤적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데서 생긴다.

    이 같은 불일치는 인도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인들에게서도 발견된다. 최근 글로벌 IT 활황기에 인도 경제의 성장을 견인했던 서비스업이 2008년 정점을 찍고 위기징후를 나타내면서 경상수지 적자마저 심화되고 있다. 콜센터업으로 대표됐던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난해에 필리핀에 내준 것 등이 단적인 예다. 매년 노동시장에 신규 편입되는 1300만 명의 노동력을 흡수하기 위한 기존 산업의 고용력도 한계에 봉착해 있다. 지난 10년간 평균 실업률은 13%에 이르고 특히 청년실업률은 20%가 넘는다. 전체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농촌인구의 태반이 실업 상태에 있다. 경상수지 적자를 유발하는 주된 원인은 무역수지 적자 때문이다. 획기적인 제조업 기반 확대가 이뤄지지 않는 한 쉽게 풀기 어려운 숙제다. 2009년 과반 이상의 의석을 석권하며 집권당의 리더십이 강화되면서 이를 기화로 인도 정부는 기존 성장방식의 전환을 시도 중이다. 내수와 서비스업 중심에서 외수(수출)와 제조업 중심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급히 필요한 제조 인프라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제12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에는 전기에 비해 2배 이상(약 1조 달러)의 인프라 투자 예산을 배정했다.

    외국인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각종 산업 분야에서의 외국인 지분투자 제한을 완화하거나 철폐 중이다. 전국 및 주정부 차원의 경제특구(SEZ, NMIZ) 정책을 통해 면세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외자기업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외자가 들어와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제조 인력 확충을 위해 직업 교육을 확대하고 과거 중국의 농민공 정책처럼 실업 상태의 농촌 인력을 도시로 끌어내 블루칼라화하기 위한 교육예산도 확대 중이다.

    성장 전략 전환 성공의 키는 정치 리더십 아이러니컬하게도 인도 경제의 성장 전략 전환 성공의 열쇠는 경제정책이 아닌 정치가 쥐고 있다. 허가경제(License Raj)라 일컬음을 받을 만큼 인도 경제에 대한 정치적 개입 정도는 매우 크다. 세계은행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기업하기 좋은 환경 발표 순위에서 2011년 중국이 91위를 차지함에 비해 인도는 132위를 기록했다. 부패, 행정절차의 복잡성 등이 인도에서 사업하는 외자기업들의 애로 사항 중 수위를 차지했다.

    제조업 육성을 위한 제조인프라 확충에 있어서도 지방이기주의, 열악한 정부재정 등으로 과거 중국처럼 단기간에 획기적인 개선이 있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관료주의와 부패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공장 설립에 수십 개의 인허가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급기야 최근 인도에서 부패척결을 외치는 시민운동이 크게 일어나면서 정치권과 관료들의 대오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권한을 쥔 주 정부가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사업자를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방해하는 느낌을 받았다. 대형 인프라 사업은 관료들에게는 밥상이나 마찬가지다”라는 토로를 인도 방문 때 현지 사업을 하는 우리 기업인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대외 환경도 헤쳐 나가기엔 난관이 많다. 수출 제조업의 취약성으로 경상수지 및 환율이 구조적으로 불안한 상태다. 인도에 들어와 있는 외자의 급격한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해 유럽계 등 선진국 자본이 회수 중에 있어 자본시장이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다.

    롤러코스터 성장세 보일 가능성 높아 인도의 장기 성장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시티그룹 글로벌경제연구소 등 2040년쯤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다. 반면 경제구조 개선이 답보 상태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부패 등으로 정치적 지지도가 약화될 경우 개혁 노선에 후퇴를 가져오고 결국 정권교체 등이 일어나 과거 힌디성장률(3~4%)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비관론도 있다.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제조업과 수출 중심의 경제성장 구조로의 전환 시도에 있어 제조 경쟁력 강화가 완만하게 진행되는 와중에 자본수지 및 통화 불안, 외부로부터의 충격 등으로 성장세가 급등락을 보일 가능성이다. 인도 정부의 목표는 오는 5개년 경제개발계획 동안 평균 9.5%의 성장률을 달성이다. 하지만 전격적인 개혁정책의 추진과 경제시스템 개선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한 결코 쉽지 않은 목표다.

    다행인 것은 인도 경제가 성장과 하락을 반복하는 단속적인 성장 패턴을 보이더라도, 중국과 달리 정치적 리더십을 교체할 수 있는 탄력적인 체제를 갖추고 있는 만큼 과거로의 회귀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중국은 정치 민주화라는 난제를 풀어야 할 리더십을 공산당에 의지하고 있다. 반면 인도는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다. 어느 곳이 장기적으로 더 안전하게 지속 성장할 가능성이 높겠는가?”라는 인도 현지 진출 기업인의 질문을 곱씹을 가치는 충분히 있다.

    중국과는 다른 성장 패턴을 보일 것
    인도의 방갈로르 외곡에 위치한 국제정보기술(IT)파크에는 타타컨설턴시 등 인도기업을 비롯해 IBM, AOL 등 108개 IT기업이 입주해 있다.<br>인도공과대학은 인도가 낳은 최고 브랜드로 통한다.
    인도의 방갈로르 외곡에 위치한 국제정보기술(IT)파크에는 타타컨설턴시 등 인도기업을 비롯해 IBM, AOL 등 108개 IT기업이 입주해 있다.<br>인도공과대학은 인도가 낳은 최고 브랜드로 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 경제의 향후 성장세가 중국처럼 빠르고 계획적이며 일사불란하게 진행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아 보인다. 현재로선 인도가 중국보다 초기 조건이 양호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인구 구조, 임금 경쟁력과 기업가 정신 정도다. 특히 현재 인도 경제성장에 필수불가결한 전력, 용수, 도로 등 제조 인프라 사업은 개별 기업이나 빈한한 재정을 가진 지방정부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국가 주도형 프로젝트들이다. 그러나 GDP의 10%를 초과하는 재정적자를 내는 중앙재정의 여력 역시 충분치 않고, 외지 자본 유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식민지 피해의식에서 오는 배타성도 남아있다. 많은 외부인들이 인도 관료사회에 만연한 부패와 엉성한 행정서비스, 형편없는 산업 인프라에 넌더리가 난다고 불평들을 한다. 반면 세계 최고 수준의 고급 인력과 공존하는 저임의 풍부한 노동력, ‘잘 살아보겠다’는 강력한 성취동기 등을 겪은 기업인들은 인도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지금은 고층빌딩이 숲을 이룬 중국 광둥성의 선전(深玔)은 30년 전엔 한적한 어촌이었다. 그 당시의 선전 역시 지금의 인도처럼 제조업 인프라가 열악했다. 또 노동 인력은 전부 외지에서 데려와야 했으며, 홍콩 자본 역시 성공을 반신반의했을 것이다. 이 같은 난관을 돌파한 원동력은 중국 정부의 개혁 의지와 리더십이다. 인도도 미래에 똑같은 시험을 받을 것이다.

    인도 경제의 향후 성장 궤적은 중국보다 느리지만, 글로벌 평균보다는 월등히 높은 수준일 것이다. 정치적 리스크를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오히려 중국보다 상당히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도 있다. 외국 기업으로선 중국에서의 사업 경험을 인도 시장에 그대로 이식하는 것만큼 위험한 진출 전략은 없다.

    [홍석빈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thomashong@lgeri.com]



    Part 3
    광활한 인도 시장 진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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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교류 측면에서 한국과 인도는 점차 밀접해지고 있지만 양국의 경제 규모에 비해서는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먼저 한국과 인도의 교역 규모는 지난 2002년까지 30억 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가, 이후 2009년 세계 금융위기 기간을 제외하고는 두 자릿 수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 2010년에 171억 달러였던 양국 간 교역액은 올해 2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한·중 교역 규모가 200억 달러를 돌파한 시점이 지난 1997년이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인도 시장은 아직 미개척지나 다름없다. 최근 인도와의 두 자릿 수 교역신장률이 잠재 시장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지만 우리나라 총교역에서 인도 비중은 1.9%에 그친다. 국별 순위로 보더라도 인도는 우리의 수출대상국 7위, 수입대상국 16위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명실상부한 최대 교역국으로 자리 잡은 중국과의 교역 규모는 지난 2002년에 411억 달러였으며 2010년에는 1884억 달러를 기록했다. 품목별로 보면 인도와의 교역은 원료나 중간재에 치우쳐 있고 소비재와는 동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수출은 자동차 부품과 철강판, 그리고 무선통신 기기 등이 상위권을 형성한다. 수출된 자동차 부품과 철강판은 현지에 진출한 국내 자동차 업체에 주로 납품된다. 이외의 주요 수출품들도 석유 제품류나 합섬원료 등으로 일반 소비재라기보다는 중간재 성격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인도 경제의 내수 기반이 강하다는 사실은 거꾸로 수입시장 규모가 작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12억 인구라는 잠재 소비자의 수만을 근거로 인도 시장의 매력을 부풀리는 것이 위험한 이유이다. 인도가 지난 1991년부터 대외개방을 표방하고 있지만 수출입에 별로 의존하지 않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음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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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 성공사례가 중소업종으로 확산되기 힘들어 상품시장으로서 인도의 한계가 존재한다면 투자대상국으로서는 어떠한가. 2000년대 들어 시장잠재력, 싼 노동비용, 낮은 경쟁구도 등이 인도의 장점으로 부각됐지만, 실제 투자에서 완전하게는 맞아 떨어지지 않고 있다. 자동차, 가전 등의 일부 대기업 업종이 초창기 인도 진출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지만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 높은 세금 등으로 인해 타 업종과 중소업체들로까지 확산됐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우리 업체들의 대인도 현지투자 금액은 22억 달러, 업체 수는 589개이다. 업종별로는 역시 제조업에 18억 달러가 투자되어 전체 금액의 85%를 차지하고 있으며, 도소매업과 금융업이 뒤를 잇고 있다.

    업체의 수에서는 건설업, 음식점업, 부동산임대업, 기술서비스업 등에서도 소규모 투자 위주의 진출을 엿보게 된다. 그렇지만 인도는 중국과 비교해 투자금액이나 업체 수 모두에서 크게 밀린다. 중국에는 2만2천여 개 한국 기업이 345억 달러에 달하는 직접투자에 나서고 있다.

    인도에서는 우리 기업의 진출 역사가 일천하기 때문에 일부 대기업의 현지 투자와 부품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게 나타난다. 앞서 본 대인도 교역액의 상당 부분도 대기업들의 현지공장 부품 수입과 맞물려 있다. 또한 한국의 대인도 투자 추이도 대기업의 현지공장 설립과 증설 등에 크게 좌우되는 모습이다. 예를 들어 신규투자액은 가전 진출에 따라 지난 1998년에는 3억 달러를 상회하는 급증세를 보였다가 IMF 위기 이후 2006년까지는 소강상태를 거쳤다.

    이후 2007년부터는 자동차와 관련 부품업체의 진출 확대로 연간 투자금액이 1억 달러 이상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앞으로 인도 소비시장이 확대되고 생산입지 여건이 개선되면 우리 기업들은 인도 투자를 강화할 것이고 이에 동반한 부품 및 중간재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을 전망이다.

    시장 개방과 ‘세금 폭탄’이라는 양면성 존재 잇따른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개도국 시장의 중요성이 커졌고 한국은 인도와의 경제 교류에도 적극적인 양상이다. 지난 2010년 1월부터 한국과 인도 사이에는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이 발효되어 주요 교역상품들에 대한 관세철폐 및 인하가 이뤄지고 있다.

    시장 개방에 소극적이었던 인도의 변화는 중장기적으로 한국과의 교역을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 인도 세무당국은 현지 진출 한국 업체들에 과다한 세금을 부과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불투명한 세무 환경은 인도 투자 시 리스크 요인으로 자주 지적되어 왔지만 최근의 조치는 유례없이 강도가 센 것으로 평가된다. 자유무역협정으로 시장을 개방하면서도 현지 투자업체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양면적 태도가 인도의 현주소를 말해 준다. 앞으로 한국과 인도의 경제 교류는 늘어나는 추세이겠지만 투자환경의 개선은 우리가 기대한 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세금 폭탄은 불합리한 투자환경 가운데 하나의 예에 불과할 정도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주별 다양한 문화와 언어, 상관습과 제도 그리고 상이한 구매력 등에 주의해야지만 인도 사업에 승산이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인도에서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할 사업 태도이다. 인도에서 성공하려면 먼저 시장 특성과 문화를 이해한 이후에 거대한 소비자를 상대하겠다는 중장기적 마인드를 가져야 할 것이다.

    ■ 인도 비즈니스맨들과 협상하기 유대 상인, 화상, 인도 상인 이렇게 세 부류는 아마도 상대하기 가장 어려운 협상 대상자들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손자병법처럼 나를 알고 적을 아는 수 밖에 별다른 방도가 없다. · 정보 수집을 위해 끊임없이 질문해대는 인도인들: 시계, 양복 등의 값을 물어본다. 혹시 갖고 싶거나 자기도 사려는데 가격 감을 잡기 위해서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 모두는 정보 획득이 목적이다. · 협상 전에 협상력이 정해진다 : 인도에 비즈니스를 하러 온 외국인이 왔다가 그냥 빈손으로 돌아가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왔다는 것 자체가 인도인 협상 상대에겐 유리한 고지를 점함을 의미한다. · 가격을 먼저 제시하는 쪽이 불리하다 : 인도 비즈니스를 하는 외국인들 열이면 열 모두 가격을 먼저 제시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상가에서 물건을 살 때 반의반을 깎아도 남을 수 있다. · 요구 사항의 10분의 1만 수용해 줘도 많이 수락한 것이다 : 인도인들은 교섭 중 끊임없이 요구를 한다. 요구해서 들어주면 좋고 거절당해도 그만이라는 자세다. 그러니 열 가지 중 하나만 들어줘도 그들에겐 남는 장사다. · 계약은 지키지만 지급기일은 장담 못해 : 인도 상인이 말로 한 외국인과의 계약은 이행 보장이 없다. 그러다 보니 소송이 많다. 재판은 보통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한다. 변호사와 회계사의 천국이다. · 인내심 테스트의 현장이 인도다 :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실무자들과 협상하고 합의를 이뤘다 하더라도 막판에 도로아미타불인 경우가 숱하다. [강선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sgkang@lgeri.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5호(2011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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