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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공동기획] 인도는 ‘Next China’가 아니다
입력 : 2011.11.28 15: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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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LG경제연구원 공동기획
인도는 ‘Next China’가 아니다타지마할성당
인도를 보는 한국인들의 시각은 비관에서 낙관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현지에서 사업을 벌이는 기업인들조차 업종에 따라 미래 전망이 달라진다.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부분만을 들여다보니 그럴 것이다. 대국 인도를 파악하기엔 교류 역사도 너무 짧다. 가장 심각한 오류는 중국과의 교류 경험에서 나온다. 시차는 있지만, 인구대국이자 저개발경제에서 개혁·개방을 시작했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중국의 개혁·개방과 이후 눈부신 성장세를 목도하면서, 인도 경제도 중국이란 거울을 통해 관찰되고 평가하고 또 전망한다. 그 전망이란 것은 대개 중국과 비슷하게 고도성장해 언젠가는 중국마저 넘어설 것이란 추세적 낙관이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많은 사람들이 중국과 인도를 합쳐 ‘친디아(Chindia)’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인도와 중국은 역사, 인종, 종교 등 모든 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 개혁개방 초기 경제 여건이나 정책기조도 판이하게 달랐고 지금까지의 개방 성과나 산업구조 변화 양상도 크게 다르다. 당연히 외국 기업의 사업 환경에서도 큰 차이가 발견된다. 인도를 넥스트 차이나로 간주한다는 것은 인도 사업에서의 현지화에 빨간 불이 켜져 있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지금부터 두 나라가 어떻게 다른지 하나씩 살펴보자.
사회주의 시장경제 vs 자본제적 허가경제 중국 개혁개방 실험은 1992년 ‘사회주의 시장경제 건설’이란 목표로 귀결됐다. 그러나 중국 사회주의가 포기하지 않는 대원칙은 공유제(共有制)이다. 경제활동의 기초가 되는 토지나 국가기간 산업에 종사하는 핵심기업은 국가 소유나 공동소유(集體所有)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반면 인도는 무갈(Mughul) 왕국의 뒤를 이은 영국의 식민통치기에 들어 생산수단의 사적소유에 기반한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해 왔다. 흥미로운 것은 인도가 독립 초기 식민지 유산을 척결하는 과정에서 국가가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소위 ‘허가경제(License Raj)’ 체제를 유지해 왔다는 점이다. 이는 식민지 수탈에 기여했던 자본가 세력에 대한 반동으로서 정권을 장악한 초대 수상 네루(Jawaharlal Nehru)와 집권 국민의회당의 정치경제적 성향과 관련이 깊다.
명문가 출신의 영국 유학파였지만, 네루는 부농, 산업자본가 등 식민지 기득권 세력과 궤를 달리했다. 인도 정부의 경제에 대한 계획과 통제는 IMF 구제금융을 받고 개혁·개방 노선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1991년까지 지속됐다. 1991년 개혁·개방 노선으로 전환을 표명한 이래 인도의 허가경제는 서서히 완화돼 점차 자유시장경제체제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중앙권력 vs 지방권력 중국 헌법은 중앙의 통일적인 지도에 따라 공산당이 국가의 일체 행정사무를 지도한다. 중앙의 지방에 대한 통제력은 지방 말단 행정 단위까지 예외가 거의 없다. 반면 인도는 지방분권과 자율성이 더 센 편이다. 과거 네루 정권이 집권했던 1964년까지만 해도 중앙정부의 파워가 지방정부를 압도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네루 사후 제정파는 이합집산을 거듭, 1970~1980년대 들어 종교, 인종, 카스트(계급) 등에 기반한 다당제 지역 기반 세력으로 재편됐다. 그 결과 지금은 지방정부의 권한이 크게 신장됐다.
세제(稅制)에서 그 단면이 드러난다. 중앙이 조세항목의 세율을 정해 국가적으로 일관되게 적용하는 중국과 달리 인도 지방정부는 조례를 통해 적용세율에 차등을 둘 수 있다. 지방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인도의 외자기업들에게는 큰 불편 사항 중 하나가 아닐 수 없다. 인도 지방정부의 자율성은 재정 면에서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인도는 정부 수입 중 중앙정부 수입 비중이 30%대에 그치고, 지방교부금에서도 15~2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재정 파워가 약한 중앙정부가 지방권력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도의 지역성은 중국보다 더욱 심하다. 지방 언어도 수십 개에 이르고, 인종별 거주 분포도 뚜렷하게 구별된다. 인도 대륙 전역에 권력을 행사했던 마지막 왕조가 이슬람 왕조였기에, 전통 힌두교 사회와 이슬람 사회의 갈등은 심각하다. 두 종교사회의 점유율은 현재 각각 80%, 13%대에 이른다.
인종, 언어, 종교가 한데 융합되지 못한 채 갈리면서 인도의 지역성은 모자이크 스타일처럼 경계가 비교적 뚜렷하다. 이 같은 지역성은 외자기업에게도 인도를 단일 시장으로 접근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지역별로 세분화(Segmentation)하고 개별적 최적화 시장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의미다.
인구 보너스 소멸 vs 개화(開花)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이 인도 중부 하이데라바드에 있는 인도기술연구소를 방문해 연구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언어와 종교도 양국 노동이동성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일찌감치 표준어인 보통화(普通話)를 전국 단위로 의무교육화함에 따라 인적자원의 균질화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반면 인도는 공용어만 해도 2개의 전국 공용어(힌두어, 영어)에 인종 및 민족에 따라 별도 공인된 22개 지방 공용어가 따로 있다. 실제 언어 사용의 불편 때문에 인도 북부의 인도인 노동력이 반도 남단의 다른 경제권으로 옮겨 일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다.
자본축적의 힘 인도는 중국의 개혁개방이 시작된 1978년만해도 경제 규모나 소득수준이 중국을 근소하게나마 앞서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제조업(투자)중심의 수출형 경제를 지향한 중국에 역전돼 있다. 중국의 자본축적 규모는 개혁개방 30년 동안 연평균 투자 증가율이 17.3%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에 인도는 7.9%를 기록했다. 이처럼 투자는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끈 최고 동력이었다.
경제개혁 초기 홍콩, 마카오, 대만 화교자본의 본토 투자 쇄도는 외국기업들의 대중투자 붐을 선도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인도의 경우에도 인교(印僑)로 불리는 재외거주 인도인들(NRI)의 역할과 비중이 컸지만 화교의 역할에는 미치지 못한다. 비거주 재외교포(Non Resident Indian)로 불리는 인교(印僑)자본의 유입은 심화되는 인도 경상수지 적자 보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해외시장 여건인도 타타 나노
인도 기업인들의 상재(商才)도 화상에 뒤지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특히 흥정의 철두철미함, 정교함은 물론 심지어 계약 후 거래이행에서도 철저하게 이문을 따진다. 밑지는 장사 같으면 사후에 거래를 깨트리는 것도 불사한다. 척박한 아프리카 대륙에서 주요 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그룹이 인상(印商)이라고 한다.
인도를 대표하는 상인층이 파르시(Parsi) 상인들이다. 북서부 라자스탄, 펀잡 등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유력 그룹인데, 인도 국민기업이라는 타타(Tata)그룹의 창업자 잠셋지 타타(Jamsetji N. Tata)도 구자라트 파르시 상인 계층 출신이다.
■ 인도에 대한 오해와 진실 Q. 인도인은 아시아인이다?
A. 인도 인종은 크게 드라비다(Dravidian), 아리안(Aryan), 몽골로이드(Mongoloid), 네그로이드(Negrito), 오스트롤로이드(Proto-Australoid)로 나뉜다. 전체 인구의 60~70%가 피부색이 까무잡잡한 드라비다인들이다. 15~20% 정도는 피부색이 하얀 아리안계가 차지한다. 인도인들은 지리적으로 아시아에 속해 있으나 자신들의 정체성은 유럽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Q. 인도인이 거짓말을 잘한다?
A. 인도인들은 상술에서 오는 거짓말을 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도의 설화문학서 '빤즈딴뜨라(Panchtantra)'에는 재산을 모으기 위한 방법 중 장사가 단연 최고라고 기록하고 있다. 유명한 중국의 허난성 상인들도 이문에 밝은 거짓말을 잘한다. 상업의 속성이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지 인도인들이 특히 거짓말을 잘한다는 것은 편견이다. Q. 인도 여성들은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다?
A. 인도 여성들이 성적인 정절을 중시하고 여성을 남성의 보호 아래 두어야 한다는 관념이 주류인 것은 맞다. 그래서 사회활동에 제약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그래선지 직업을 가진 여성의 비율이 10%를 살짝 넘는다. 그러나 도시 여성들 특히 젊은 세대는 개방된 다른 사회의 여성들과 다를 바 없다. Q. 인도에서는 중매결혼이 대세다?
A. 아직까진 중매가 연애보다 많지만 젊은 세대엔 연애결혼이 대세다. 인도의 연애결혼은 좀 복잡하다. 사랑하는 연인끼리 상대방 가족들로부터 인정을 받은 후에까지 여전히 서로 사랑을 하고 있을 때 연애결혼이 성립된다. 인도 소설 '서로 다른 주에서 온 연인(2 States)'에서 작가인 체탄 바갓은 서로 다른 주 출신의 두 남녀 간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썼다. 학력, 직업, 연봉, 배경(계급), 외모, 인간성 등등 따지는 것들이 많다. 카스트나 다우리(여성의 지참금) 제도 역시 자유연애와 결혼을 제약하는 인습이다. 최근 ‘연애 따로 결혼 따로’인 젊은 20~30대도 늘고 있다.
Part 2
인도 경제 성장세 문제없나인도 금융가로 알려진 뉴델리 바라캄바 로드
인도 경제는 2009년 현 집권당의 압승 이후 국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으나 잠재력이 발현되는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낙관적인 전망은 인도가 제조업 및 투자 중심의 경제구조를 지향하는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전망은 중국 경제의 과거 성장 궤적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데서 생긴다.
이 같은 불일치는 인도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인들에게서도 발견된다. 최근 글로벌 IT 활황기에 인도 경제의 성장을 견인했던 서비스업이 2008년 정점을 찍고 위기징후를 나타내면서 경상수지 적자마저 심화되고 있다. 콜센터업으로 대표됐던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난해에 필리핀에 내준 것 등이 단적인 예다. 매년 노동시장에 신규 편입되는 1300만 명의 노동력을 흡수하기 위한 기존 산업의 고용력도 한계에 봉착해 있다. 지난 10년간 평균 실업률은 13%에 이르고 특히 청년실업률은 20%가 넘는다. 전체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농촌인구의 태반이 실업 상태에 있다. 경상수지 적자를 유발하는 주된 원인은 무역수지 적자 때문이다. 획기적인 제조업 기반 확대가 이뤄지지 않는 한 쉽게 풀기 어려운 숙제다. 2009년 과반 이상의 의석을 석권하며 집권당의 리더십이 강화되면서 이를 기화로 인도 정부는 기존 성장방식의 전환을 시도 중이다. 내수와 서비스업 중심에서 외수(수출)와 제조업 중심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급히 필요한 제조 인프라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제12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에는 전기에 비해 2배 이상(약 1조 달러)의 인프라 투자 예산을 배정했다.
외국인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각종 산업 분야에서의 외국인 지분투자 제한을 완화하거나 철폐 중이다. 전국 및 주정부 차원의 경제특구(SEZ, NMIZ) 정책을 통해 면세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외자기업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외자가 들어와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제조 인력 확충을 위해 직업 교육을 확대하고 과거 중국의 농민공 정책처럼 실업 상태의 농촌 인력을 도시로 끌어내 블루칼라화하기 위한 교육예산도 확대 중이다.
성장 전략 전환 성공의 키는 정치 리더십 아이러니컬하게도 인도 경제의 성장 전략 전환 성공의 열쇠는 경제정책이 아닌 정치가 쥐고 있다. 허가경제(License Raj)라 일컬음을 받을 만큼 인도 경제에 대한 정치적 개입 정도는 매우 크다. 세계은행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기업하기 좋은 환경 발표 순위에서 2011년 중국이 91위를 차지함에 비해 인도는 132위를 기록했다. 부패, 행정절차의 복잡성 등이 인도에서 사업하는 외자기업들의 애로 사항 중 수위를 차지했다.
제조업 육성을 위한 제조인프라 확충에 있어서도 지방이기주의, 열악한 정부재정 등으로 과거 중국처럼 단기간에 획기적인 개선이 있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관료주의와 부패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공장 설립에 수십 개의 인허가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급기야 최근 인도에서 부패척결을 외치는 시민운동이 크게 일어나면서 정치권과 관료들의 대오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권한을 쥔 주 정부가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사업자를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방해하는 느낌을 받았다. 대형 인프라 사업은 관료들에게는 밥상이나 마찬가지다”라는 토로를 인도 방문 때 현지 사업을 하는 우리 기업인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대외 환경도 헤쳐 나가기엔 난관이 많다. 수출 제조업의 취약성으로 경상수지 및 환율이 구조적으로 불안한 상태다. 인도에 들어와 있는 외자의 급격한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해 유럽계 등 선진국 자본이 회수 중에 있어 자본시장이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다.
롤러코스터 성장세 보일 가능성 높아 인도의 장기 성장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시티그룹 글로벌경제연구소 등 2040년쯤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다. 반면 경제구조 개선이 답보 상태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부패 등으로 정치적 지지도가 약화될 경우 개혁 노선에 후퇴를 가져오고 결국 정권교체 등이 일어나 과거 힌디성장률(3~4%)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비관론도 있다.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제조업과 수출 중심의 경제성장 구조로의 전환 시도에 있어 제조 경쟁력 강화가 완만하게 진행되는 와중에 자본수지 및 통화 불안, 외부로부터의 충격 등으로 성장세가 급등락을 보일 가능성이다. 인도 정부의 목표는 오는 5개년 경제개발계획 동안 평균 9.5%의 성장률을 달성이다. 하지만 전격적인 개혁정책의 추진과 경제시스템 개선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한 결코 쉽지 않은 목표다.
다행인 것은 인도 경제가 성장과 하락을 반복하는 단속적인 성장 패턴을 보이더라도, 중국과 달리 정치적 리더십을 교체할 수 있는 탄력적인 체제를 갖추고 있는 만큼 과거로의 회귀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중국은 정치 민주화라는 난제를 풀어야 할 리더십을 공산당에 의지하고 있다. 반면 인도는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다. 어느 곳이 장기적으로 더 안전하게 지속 성장할 가능성이 높겠는가?”라는 인도 현지 진출 기업인의 질문을 곱씹을 가치는 충분히 있다.
중국과는 다른 성장 패턴을 보일 것인도의 방갈로르 외곡에 위치한 국제정보기술(IT)파크에는 타타컨설턴시 등 인도기업을 비롯해 IBM, AOL 등 108개 IT기업이 입주해 있다.<br>인도공과대학은 인도가 낳은 최고 브랜드로 통한다.
인도 경제의 향후 성장 궤적은 중국보다 느리지만, 글로벌 평균보다는 월등히 높은 수준일 것이다. 정치적 리스크를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오히려 중국보다 상당히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도 있다. 외국 기업으로선 중국에서의 사업 경험을 인도 시장에 그대로 이식하는 것만큼 위험한 진출 전략은 없다.
[홍석빈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thomashong@lgeri.com]
Part 3
광활한 인도 시장 진출하기
업체의 수에서는 건설업, 음식점업, 부동산임대업, 기술서비스업 등에서도 소규모 투자 위주의 진출을 엿보게 된다. 그렇지만 인도는 중국과 비교해 투자금액이나 업체 수 모두에서 크게 밀린다. 중국에는 2만2천여 개 한국 기업이 345억 달러에 달하는 직접투자에 나서고 있다.
인도에서는 우리 기업의 진출 역사가 일천하기 때문에 일부 대기업의 현지 투자와 부품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게 나타난다. 앞서 본 대인도 교역액의 상당 부분도 대기업들의 현지공장 부품 수입과 맞물려 있다. 또한 한국의 대인도 투자 추이도 대기업의 현지공장 설립과 증설 등에 크게 좌우되는 모습이다. 예를 들어 신규투자액은 가전 진출에 따라 지난 1998년에는 3억 달러를 상회하는 급증세를 보였다가 IMF 위기 이후 2006년까지는 소강상태를 거쳤다.
이후 2007년부터는 자동차와 관련 부품업체의 진출 확대로 연간 투자금액이 1억 달러 이상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앞으로 인도 소비시장이 확대되고 생산입지 여건이 개선되면 우리 기업들은 인도 투자를 강화할 것이고 이에 동반한 부품 및 중간재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을 전망이다.
시장 개방과 ‘세금 폭탄’이라는 양면성 존재 잇따른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개도국 시장의 중요성이 커졌고 한국은 인도와의 경제 교류에도 적극적인 양상이다. 지난 2010년 1월부터 한국과 인도 사이에는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이 발효되어 주요 교역상품들에 대한 관세철폐 및 인하가 이뤄지고 있다.
시장 개방에 소극적이었던 인도의 변화는 중장기적으로 한국과의 교역을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 인도 세무당국은 현지 진출 한국 업체들에 과다한 세금을 부과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불투명한 세무 환경은 인도 투자 시 리스크 요인으로 자주 지적되어 왔지만 최근의 조치는 유례없이 강도가 센 것으로 평가된다. 자유무역협정으로 시장을 개방하면서도 현지 투자업체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양면적 태도가 인도의 현주소를 말해 준다. 앞으로 한국과 인도의 경제 교류는 늘어나는 추세이겠지만 투자환경의 개선은 우리가 기대한 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세금 폭탄은 불합리한 투자환경 가운데 하나의 예에 불과할 정도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주별 다양한 문화와 언어, 상관습과 제도 그리고 상이한 구매력 등에 주의해야지만 인도 사업에 승산이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인도에서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할 사업 태도이다. 인도에서 성공하려면 먼저 시장 특성과 문화를 이해한 이후에 거대한 소비자를 상대하겠다는 중장기적 마인드를 가져야 할 것이다.
■ 인도 비즈니스맨들과 협상하기 유대 상인, 화상, 인도 상인 이렇게 세 부류는 아마도 상대하기 가장 어려운 협상 대상자들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손자병법처럼 나를 알고 적을 아는 수 밖에 별다른 방도가 없다. · 정보 수집을 위해 끊임없이 질문해대는 인도인들: 시계, 양복 등의 값을 물어본다. 혹시 갖고 싶거나 자기도 사려는데 가격 감을 잡기 위해서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 모두는 정보 획득이 목적이다. · 협상 전에 협상력이 정해진다 : 인도에 비즈니스를 하러 온 외국인이 왔다가 그냥 빈손으로 돌아가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왔다는 것 자체가 인도인 협상 상대에겐 유리한 고지를 점함을 의미한다. · 가격을 먼저 제시하는 쪽이 불리하다 : 인도 비즈니스를 하는 외국인들 열이면 열 모두 가격을 먼저 제시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상가에서 물건을 살 때 반의반을 깎아도 남을 수 있다. · 요구 사항의 10분의 1만 수용해 줘도 많이 수락한 것이다 : 인도인들은 교섭 중 끊임없이 요구를 한다. 요구해서 들어주면 좋고 거절당해도 그만이라는 자세다. 그러니 열 가지 중 하나만 들어줘도 그들에겐 남는 장사다. · 계약은 지키지만 지급기일은 장담 못해 : 인도 상인이 말로 한 외국인과의 계약은 이행 보장이 없다. 그러다 보니 소송이 많다. 재판은 보통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한다. 변호사와 회계사의 천국이다. · 인내심 테스트의 현장이 인도다 :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실무자들과 협상하고 합의를 이뤘다 하더라도 막판에 도로아미타불인 경우가 숱하다. [강선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sgkang@lgeri.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5호(2011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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