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tent] 왜 뒤셀도르프 법원인가?…특허권자 승소율 높은 곳 찾아 ‘법원 쇼핑’

    입력 : 2011.11.04 17:18:34

  • 독일 바이마르 도서관
    독일 바이마르 도서관
    애플과 삼성전자가 특허 침해에 관해 치열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에서 가장 처음으로 판결을 내린 곳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독일의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이다. 9월9일(현지시간) 뒤셀도르프 법원의 결정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갤럭시탭10.1’은 독일 내에서 판매금지에 들어갔다. 또 9월 초 독일에서 열렸던 가전전시회인 IFA 2011에선 삼성전자가 새롭게 선보인 신제품 ‘갤럭시탭 7.7’은 행사장에서 자취를 감추는 처지가 됐다. 애플이 ‘특허소송’을 먼저 치고 나가면서 유리한 지위를 선점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특허 관련 전문가들은 애플이 뒤셀도르프에 소송을 낸 것과 뒤셀도르프가 갤럭시탭 10.1의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받아들인 것 모두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수완 AIP 특허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뒤셀도르프는 특허분쟁 소송을 제기할 때 전 세계에서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법원 중 하나”라며 “특허보유자의 손을 많이 들어주는 경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진행 속도도 빠르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뒤셀도르프 법원에서 특허권자가 승소한 비율은 2009년 기준으로 62%에 이른다. 세계 평균이 35% 정도인데 비해 2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에 미국 언론은 뒤셀도르프 법원에 대해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과 같은 곳”이라고 소개한다. 이곳도 특허권자 프렌들리로 유명해 세계 각지의 변호사와 기업인들로 북적거리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자신의 상품을 사고팔기 때문에 원하는 지역의 법원에서의 소송을 쇼핑하듯 선택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포럼 쇼핑’이라고 한다.

    이 같은 특허 프렌들리 법원이 ‘뜨는 이유’는 주로 판사 개인의 성향인 것 같다. 해외에서 판사들은 종신직에 가깝기 때문에 한 번 특허 프렌들리에 대한 판결이 소문이 퍼지면 전 세계 기업이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9월9일 삼성전자가 제기한 갤럭시탭10.1의 판매·마케팅 금지 가처분 이의신청을 기각했을 때, 이 소송을 맡았던 요하나 브루크너호프만 판사가 “갤럭시탭 10.1은 애플의 아이패드2와 평면 스크린, 모서리 등 디자인에서 여러 부분 닮았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뒤셀도르프 법원이 특허소송에서 가지는 또 하나의 장점은 빠른 진행 속도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지난 4월부터 특허전을 진행해 왔다. 이 중 독일 뒤셀도르프가 처음으로 물리적인 제재를 발휘할 수 있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양사 소송 결과의 분수령으로 판단된 첫 게임에서 뒤셀도르프 법원이 애플의 손을 들어준 만큼 4개 대륙, 9개 국가, 12개 법원에서 진행 중인 20여 건의 본안소송이 애플 측에 유리하게 될 가능성도 높아진 셈이다.

    *포럼 쇼핑 재판 관할권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기업 스스로에게 유리한 법정지를 찾아내서 소송을 제기하는 일. [김명환 /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myung.hwan.teroo@gmail.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3호(2011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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