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O] 차가운 애플 사령탑? 팀 쿡도 인간이다

    입력 : 2011.10.27 09: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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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이 없는 관리자’ 팀 쿡 애플 CEO를 두고 하는 말이다. 업무 면에서 철두철미한 그의 스타일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과연 인간 팀 쿡도 그런 사람일까? 팀 쿡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네 가지 일화가 여기 있다.

    신문 배달하던 모범생 팀 쿡은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州)의 로버츠데일(Robertsdale)시에서 태어났다. 로버츠데일은 볼드윈카운티의 중심(Hub)으로 불린다. 이곳의 면적은 14.1㎢이다. 여의도(8.5㎢)의 1.7배 규모이다.

    로버츠데일은 걸프 해안과 모빌항(Mobile)에 인접해 있다. 모빌항은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항구 요새였다. 지금은 현대차의 원자재 조달과 수출 창구이다. 앨라배마 공장은 현대차의 대표적 해외 생산기지다.

    팀 쿡은 자신의 유년시절을 표현할 때 “걸프 해안에서 자랐다”고 한다. ‘바닷가로 가는 길’의 작은 마을이라고 팀 쿡은 자신의 동네를 설명한다.

    팀 쿡의 가정은 평범한 중산층이었다. 팀 쿡의 아버지 도날드(Donald) 쿡은 조선소 노동자였고 어머니 제랄딘(Geraldine) 쿡은 가정 주부였다. 그에겐 마이크(Mike)와 제럴드(Gerald) 두 형제가 있다. 유년시절에는 신문 배달을 한 적도 있다. 자란 환경 탓인지 팀 쿡은 높은 연봉을 받는데도 과시성 소비는 하지 않는다. 생활도 소박하다. 애플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의 임대주택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팀 쿡은 고향과 유년시절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는 가족과 이웃을 떠올리면 감사함을 떠올린다.

    “내 인생에서 부모님은 그들이 해야 하는 것 보다 더 많은 희생을 했다. 내 선생님과 친구, 여러 인생 선배(Mentor)들은 그들이 해야 하는 관심보다 더 많은 배려를 내게 쏟았다.” (2010년 오번대 졸업식 축사 중)

    팀 쿡은 일 년에 한두 번은 고향을 찾는다. 매주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부모에게 안부 전화를 한다. 도날드 쿡은 “매주 일요일 어머니와 통화를 한다.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고 아들을 소개했다.

    낯가리고 부끄럼타고 무뚝뚝하고 “팀 쿡을 동문회에서 같이 일할 때 비로소 알게 됐다.”

    팀 쿡의 ‘여자’ 대학 동기 전언이다. 그녀는 팀 쿡이 졸업한 오번대 산업 공학과의 유일한 여자였다.

    사교적이지 못한 팀 쿡의 성격 탓에 회의에서는 오랜 시간의 불편한 정적이 흐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어색한 기운이 돌 때 부하 직원들은 팀 쿡이 즐겨먹는 건강보충식인 ‘에너지바’의 포장을 뜯는 소리를 듣는다.

    팀 쿡은 평소 조용하다. 목소리를 높이는 법도 없다. 평소엔 차분하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팀 쿡이 우울하거나 냉소적인 사람은 아니다. 유쾌한 사람이다. 얼굴을 찡그리는 버릇이 있긴 하지만, 이는 꼭 화가 나서 하는 행동은 아니다. 평소 한없이 진지해서 웃기려 하지는 않지만 은근히 웃기는 타입이다. 주변인이 기대하지 않을 때 툭 튀어나오는 유머감각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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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도 환자? 인생을 바꾼 사건 1996년, 한국 나이로 팀 쿡이 37살 되던 해. 그는 의사로부터 다발성 경화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다발성 경화증은 탈수초성 질환으로 불린다. 탈수초성 질환이란 신경세포의 축삭을 둘러싸고 있는 절연물질인 수초가 벗겨지는 질병이다. 수초가 벗겨지면 신경신호의 전도에 이상이 생긴다. 이는 곧 해당 신경세포 소멸로 이어진다. 완화와 치유가 반복되는 질병이다. 발병 초기에 치유해 완쾌되는 경우가 가장 좋은 시나리오. 그러나 재발이 반복되면 완전히 호전되지 않고 장애가 남는다. 주로 20∼40세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다발성 경화증의 가장 흔한 증상은 감각증상과 운동장애다. 감각증상은 무감각, 얼얼한 느낌, 화끈거림 등 감각이 이상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운동장애는 정도에 따라 반신마비, 하반신마비, 사지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질병이지만, 다발성 경화증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특별한 유전인자가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에 주요한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만 될 뿐이다.

    열정 넘치는 청년이었던 팀 쿡에게 다발성 경화증 판정은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다행히도 의사의 진단은 잘못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일로 팀 쿡의 인생관은 크게 바뀌었다. 팀 쿡은 오진 사건을 겪은 후인 1999년 오번대 동문 잡지에 “당신은 세상을 다르게 볼 수도 있다”는 글을 남겼다. 그 이후 그는 다발성 경화증 연구를 위한 기금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많은 돈을 기부하지만 흔적은 남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 문제로 곤욕을 겪은 후 그는 사이클에 보다 매진하게 된다.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의 열혈 팬 팀 쿡하면 일 다음으로 떠오르는 게 운동이다. 운동 역시 일과 더불어 중독으로 여겨질 정도로 매진한다. 운동 중에서 사이클링(자전거 타기)을 가장 즐긴다. 팀 쿡은 사이클 선수인 랜스 암스트롱(Lance Armstrong)의 열혈한 팬이다. 애플 임직원 회의에서도 랜스 암스트롱의 사례를 자주 입에 올린다. 팀 쿡의 회색 짧은 머리 스타일도 랜스 암스트롱을 따라 했다는 추측이 나올 정도다.

    하이킹(도보여행)도 팀 쿡이 즐기는 취미다. 시간 날 때면 요세미티국립공원 등 캘리포니아주의 산을 주로 찾아다닌다. 미국 서부의 유타(Utah)주 소재 자이언국립공원도 팀 쿡이 즐겨 찾는 하이킹 장소로 알려져 있다.

    [김대원 /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egofree@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4호(2011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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