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donesia] 인도네시아 경제의 가능성

    입력 : 2011.06.17 1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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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인도네시아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이를 반증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인도네시아가 세계 주요 20국을 포함하고 있는 G20의 회원이라는 점이다. 몇몇 통계 수치도 높아지는 인도네시아의 위상을 반영한다. 2010년 인도네시아의 인구 규모는 2억4200만여 명으로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 4위다. 이슬람 국가군에서는 1위를 기록하면서 커다란 잠재시장을 제공한다. 또한 같은 해 인도네시아의 구매력 평가기준 국내총생산(GDP)은 1조 달러로 세계 16위이고 동남아시아 10개국 연합체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에서는 1위다. 투자는 향후 경제성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2010년 인도네시아는 GDP의 32.5%(비율로 세계 14위)를 투자에 사용하면서 고도경제성장의 동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인도네시아 경제는 지난 2008년 말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 때에도 주변국에 비해 큰 영향을 받지 않아 2009년 GDP 성장률은 4.5%를 기록했고 2010년에는 6%로 2008년 때 수치를 회복했다.

    최근 인도네시아의 경제성은 과거 경제 및 정치적 어려움을 고려할 때 더욱 부각된다. 17세기 초부터 시작된 네덜란드의 식민 통치기 경제수탈이 인도네시아 경제발전에 미친 영향을 수치화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1942~45년 일본 지배 하의 급속한 경제후퇴는 GDP 실질성장률로 수치화할 수 있다.

    종속경제에서 받은 경제적 수탈을 차치하고 시기를 1949년 독립 후 부터 아시아 외환위기 전까지로 좁혀도 인도네시아의 경제성장은 순조롭지 않았다.

    GDP성장률이 낮은 해를 제외하고 음수를 기록한 해만 꼽더라도 그 수가 적지 않다. 20세기 후반에 인도네시아가 겪은 가장 큰 위기는 1997~98년 아시아 외환위기인데 몇몇 수치를 통해 위기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1998년 인도네시아의 GDP성장률은 -13.1%였고, 이 수치는 아시아 외환위기의 발원지로 알려져 있는 태국의 -10.5%보다도 낮다. 같은 해 예상과 달리 실업률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지만 임금은 크게 삭감돼 1997년과 1998년 사이 남녀 도시근로자의 임금은 약 40% 하락했다.

    빈곤선 밑에 사는 인구의 비율도 1976년 40.1%에서 1996년 11.3%로 지속적으로 하락했지만 1998년에는 16.7%로 반등했다. 1997년 7월1일부터 1998년 9월15일 달러표시 주식가치는 91%나 하락했고, 1999년 3분기까지 축적된 은행부문 손실은 GDP의 40%에 달했다.

    은행부문 구조조정에 사용된 금액도 GDP의 50%에 육박했다. 극심한 경제상황은 정치적 불안정으로 연결되었다. 시민의 반발로 인해 수하르토는 1967년부터 1998년까지 31년간의 독재정치를 마치고 대통령직을 사임했지만 수하르토의 하야가 인도네시아의 정치적 안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1998년 5월부터 2004년 10월까지 하비비, 와히드, 메가와티가 단기간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정치적 안정보다는 불안을 가중시켰다.

    인도네시아의 정치적 안정은 2004년 10월 유도요노가 인도네시아 역사상 최초의 직접선거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2009년 10월 재임으로 더욱 공고해졌다.

    2009년 인도네시아는 상대적으로 세계금융위기의 영향력을 크게 받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해에 곧 회복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주변국에 비해 아시아 외환위기를 극심하게 겪었고 정치적 불안정까지 가중되면서 경제회복은 더뎠다.

    1999년 인도네시아의 GDP성장률은 0.8%에 그쳤고, 2000년에는 5.4%까지 회복했지만 이듬해 다시 3.6%로 하락했다. 인도네시아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은 2002년에 시작됐는데, 이 해 GDP성장률은 4.5%를 기록했고 2007년에는 6.3%까지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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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더십과 제도 변화와 무관한 경제회복 이와 같은 극심한 경제 및 정치적 위기를 겪은 후 인도네시아의 경제가 회복할 수 있었던 특정 원인을 지목하기는 힘들다. 유도요노 당선과 함께 이루어진 정치적 안정이 경제성장의 동력을 제공한 것 같지만 전언한 바와 같이 유도요노 취임 이전인 2002년에 이미 경제성장이 시작됐다. 그렇다고 2001년 시행된 지방분권이 경제성장의 동력이 됐다고 믿기는 더욱 힘들다. 오히려 지방분권으로 인해 각 지방은 수입을 창출하기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만들었고 이는 경제발전을 저해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조율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 운영의 비효율을 초래하기도 했다. 또한 과거 중앙집권 시 뇌물은 일종의 세금으로 여겨졌고 투자자는 누구에게 어느 정도 금액의 뇌물을 주어야 하는지 예측 가능했지만 행정의 지방분권은 부패의 지방분권으로 연결돼 투자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최저임금제도 지방선거 직선제 도입 후 최저임금수준이 대중주의에 입각해 과도하게 책정돼 투자의 어려움을 초래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1999년 1월 기준으로 2002년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26% 상승한 데 비해 최저임금 산정기준지수는 67%나 상승했다. IMF로부터 수차례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인도네시아 정부는 여러 가지 경제개혁을 단행했다. 그 중 금융부분에서 눈에 띄는 개혁은 인도네시아 은행구조조정청(IBRA)의 설립이다. 이 기관은 정부은행을 포함한 부실은행 자산을 매각하기 위해 설립됐지만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에 의해 운영됐기 때문에 부실은행 정리의 규모와 속도에 많은 한계를 보였다. 그리하여 1개를 제외한 모든 정부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25% 미만이었지만 IBRA의 지침에 거슬러 이 은행은 파산 또는 병합의 절차 없이 자본재구성 프로그램에 포함됐다. 또한 IBRA는 2003년 9월 해체됐지만 2001년 말에도 자산의 86%를 매각하지 못했고, 2000년 말까지 매각하기로 계획된 중앙아시아은행(Bank Central Asia)과 니아가은행(Bank Niaga)은 2002년 말까지도 매각하지 못했다. 더욱이 해체 후 IBRA의 잔여자산은 공사부(Ministry of State-Owned Enterprises)가 관리하는 몇 개의 자기회수지주회사(self-liquidating holding companies)로 이전됐지만 잔여자산매각은 여전히 더디고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졌다. IMF 구제금융과 관계없이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체적으로 단행한 경제개혁이 최근 인도네시아 경제성장에 얼마나 도움을 주었는지 추정하기는 힘들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투자활성화를 위해 시행한 신투자법은 2007년에야 시작됐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경제성장의 원인을 신투자법에서 찾을 수 없다. 2003년 2월 국회에서 통과된 노동법 13/2003은 친기업적이지만 이 법은 기존의 법을 종합한 면이 많기 때문에 노동법을 경제성장의 원인으로 꼽기도 어렵다. 또한 이 노동법이 통과됐다고 해서 인도네시아의 노동시장이 더욱 유동적으로 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노동법 13/2003이 발효된 3년 후인 2006년 인도네시아의 고용경직성지수는 50으로 태국의 5.2, 필리핀의 8.5, 말레이시아의 12.8, 베트남의 17보다 훨씬 높았다. 무역이 인도네시아의 최근 경제성장을 주도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1990년과 세계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간 인도네시아의 무역의존도(GDP 대비 수출입 규모)는 41.5%에서 52.1% 증가한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베트남의 수치는 79.7%에서 158.2%로 상승했고 캄보디아의 경우 인도네시아보다 훨씬 낮은 17.6%에서 102.4%로 급증했다. GDP 중 순수출(수출·수입)이 차지하는 비율도 2004~08년 10%를 초과한 적이 없고 2008년 9.6%를 기록한 데 그쳤다. 단순히 GDP를 지출 부문별로 분할해도 두드러진 요인을 찾기 힘들다. GDP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2004~08년 GDP 대비 60.6%에서 57.2%로 소폭 하락한 데 그쳤고 다른 요소도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단 GDP성장률을 산업별로 구분했을 때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는 부분은 운송·통신이다. 이 부문의 2008년 성장률은 16.6%였다. 그러나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불과하기 때문에 운송·통신 부문이 경제성장을 주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장기능 회복에 의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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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의 최근 경제성장 원인을 갑작스런 제도 변화에서 찾기보다는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시장기능의 회복이라는 평범한 데에서 찾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 같다. 2000년대 산업별 경제성장률을 볼 때 GDP 비중이 높은 산업에서는 경제성장률이 낮고, GDP 비중이 낮은 산업에서는 경제성장률이 높다. 이는 시장기능이 모든 산업에서 골고루 회복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서, 2008년 GDP의 26.8%를 차지한 제조업의 성장률은 3.7%였고, 같은 해에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인 운송·통신 부문의 성장률과 GDP 비중은 이미 언급했다. 추가적으로 2008년 GDP의 13.7%를 차지한 농림수산업 부문의 성장률은 4.9%였다.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인도네시아의 경제성장은 대체로 5~6%대에서 지속되면서 향후 경제 전망을 밝게 보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이는 인도네시아 경제의 한 측면만 고려한 낙관론이고, 다른 면을 보면 인도네시아 경제 전망이 항상 밝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개발도상국에 속한다. 2010년 구매력평가기준 1인당 GDP는 4300 달러로 세계 156위에 불과하다. 아시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재정 부족을 이유로 경제성장에 맞춰 사회기반시설이 확충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회기반시설이 열악하다. 예를 들어 산업동력의 기본인 전력 공급이 부족해 계획에 맞춰 정전을 실시하기도 하고 개별 공장 내 자체발전기를 이용하는 경우역시 흔하다. 2009년 주민 100명당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하는 인구도 1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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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인도네시아 정부는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민관협력을 통해 재정 부담을 경감하면서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기 위해서 2005~2009년 사회기반시설 로드맵을 작성했다. 또한 2009년 2월 인도네시아 사회기반시설자금을 마련해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공공투자자금을 조성했고, 같은 해 12월 정부 소유의 보험회사인 사회기반시설 보증자금을 설치해 이 부문에 투자하는 기업의 위험을 줄여주고자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사회기반시설 확충이 단기간에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뿐만 아니라 효율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부패수준이 심각해 투자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지방분권에 따른 부패 확산과 불확실성은 이미 언급했다. 유도요노 집권 후 부정부패 척결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 노력은 대체로 범법자 검거에 그치고 부패를 체계적으로 해결하는 제도 정착은 아직 요원하다. 때문에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에서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 Index)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순위는 유도요노 집권 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2010년 지수는 178개국 중 110위에 불과했다. 특히 노동시장의 경직성도 향후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인도네시아 경제는 저임금 노동력에 의존한 산업에 비교우위가 있는데 전언한 바와 같이 최저임금이 평균임금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주변국에 비해 노동시장도 경직되어 있기 때문에 이 부문의 비교우위가 감소하고 있다. 낮은 노동생산성, 특히 농업 부문의 낮은 노동생산성도 또 다른 걸림돌이다. 2008년 고용인구의 40.3%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GDP에서 농림수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겨우 13.7%에 불과하다. 인구와 GDP규모에서 알 수 있듯이 인도네시아 경제는 커다란 잠재력을 갖고 있다. 또한 위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인도네시아의 거대 규모의 천연자원 역시 경제성장에 이점을 제공한다. 그러나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잠재력을 실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공정경쟁을 통한 시장기능이 지속적으로 증진된다면 인도네시아는 커다란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 아프리카와 남미가 겪은 경제적 난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경제성장을 장기간 유지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인도네시아 경제발전은 중요한 기로에 서 있지만 이 시점에서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정치적 환경이 얼마나 지속될지 주시해야 한다. [손기태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ksohn@kiep.g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호(2011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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