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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rica] 아프리카 경제의 가능성, 위기의 대륙에서 기회의 대륙으로
입력 : 2011.06.10 10:2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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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하다시피 브릭스 등 기존의 신흥시장들은 새로운 기회의 시장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경쟁이 너무 치열해졌다. 이에 반해 아프리카는 여러 면에서 미성숙한 시장이지만 다른 시장에서 얻기 힘든 기회의 포착과 선점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해를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명실공이 아프리카는 미개발의 엄청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대륙이자 지구 최후의 소비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아프리카는 새로운 기회의 시장 또는 21세기 협력파트너로 재조명되어야 하며 이에 비례해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야 할 것이다.
아프리카 시장의 다중적 가치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쇼핑가
아프리카 건설시장은 우리나라 주요 건설기업의 인력 및 장비가 대규모로 진출해 있는 중동지역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다는 이점도 가지고 있다. 아프리카는 틈새 수출시장으로서의 잠재적 가치도 지니고 있다. 아프리카는 구매력이 낮아 국제 상품무역에서 사실상 외면당해 왔으나 최근의 성장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있다. 아직까지는 우리 상품의 진출이 미약하지만 여타 개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 심하고 한국 상품에 대한 인식이 좋은 편이어서 전체적으로 볼 때 진출 여건이 나쁘지 않은 미개척 틈새시장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우리가 세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정보통신분야의 경우 아프리카는 세계 다른 어느 지역 못지않은 성장 잠재력과 역동성을 지니고 있다. 아프리카 인구 10억 가운데 휴대폰 사용인구가 2009년 현재 3억7000만명을 돌파했고 향후에는 4억1000만원(2011년), 6억(2018년)명으로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과거 아프리카에서는 분쟁이 끊이지 않았으며 이것이 국가발전을 가로막았으나 2000년대 들어 아프리카 대륙 전체가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주요 내전국가였던 앙골라, 콩고(DRC) 등에서도 내전이 종식됨으로써 국가재건을 위한 발판이 마련되었다. 또한 평화적 정권교체, 복수정당제 등 민주화 분위기가 아프리카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경제가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그동안 아프리카는 고질적인 정치적 불안으로 말미암아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지 못했으나 최근의 경제지표는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장기간에 걸쳐 정체상태에 머물러 있던 아프리카 경제성장이 2000년대 들어 5~6%대의 높은 성장세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또한 2000년에는 5% 이상의 고성장 국가 수가 16개국에 불과했으나 2008년에는 그 수가 29개국으로 크게 늘어났다.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성장이 주춤하기도 했으나 다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이 정도의 경제 성적표로는 아프리카가 낙후된 경제구조와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나 지속적 성장을 이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나 아프리카 53개국 가운데 소수 국가들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장기간의 침체 국면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고 정치적 발전과 함께 개혁·개방화를 서두르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제 아프리카 지역도 여타 개도권 경제에 못지않은 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평가는 비관론과 낙관론으로 팽팽하게 엇갈려 왔으나 최근에는 낙관론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향후 아프리카가 더 많은 정치적 안정을 이룩해 낸다면 지구상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세계적인 경제예측 전문기관인 글로벌 인사이트(Global Insight)는 아프리카가 2010~2020년 동안 5.8%의 경제성장률(연평균)로 전 세계에서 아시아 지역 다음으로 빠른 성장세를 시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IMF(2010년)에 의하면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의 경제규모(GDP)가 현재(2009년) 8800억 달러에서 오는 2015년에는 1.7배 증가한 1.5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의 아프리카 접근 속도는 서방에서 ‘신식민지’론을 운운하며 견제할 정도다. 중국의 아프리카에 대한 원유수입 의존도는 30%(2009년)에 이르렀으며 오는 2025년에는 그 비중이 4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사태 이후 중동정세 변화에 따른 석유수급의 불안을 상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아프리카 석유개발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미 2005년부터 중동보다 아프리카에서 더 많은 원유를 도입하고 있다. EU는 중국과 미국의 아프리카 접근강화에 따른 기득권 약화를 우려하며 FTA 및 원조 확대 등을 통해 관계 공고화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도 적극 가세하고 있어 아프리카가 글로벌 경쟁 무대로 변모하고 있다.
아프리카 리스크
과거 아프리카에서는 분쟁이 끊이지 않았으나 2000년대 들어 아프리카 대륙 전체가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 아프리카의 다양한 잠재적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고 단기적 접근이 아닌 장기적 또는 전략적 관점에서 아프리카와의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원 획득만을 목표로 한다거나 경제적 이익추구에만 너무 집착한다면 그 효과가 한시적이거나 오히려 신뢰를 상실할 수 있다.
자원은 일방적인 노력만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프리카가 가지고 있는 풍부한 자원은 우리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미국 등 세계의 많은 나라에게도 매력적인 것이다. 큰 틀에서 장기적인 협력기반을 다져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호혜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협력모델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상대방 입장을 고려해 그들이 직면해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간파하고 이를 토대로 미래지향적인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이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파트너십이 심화되면 이것이 사후적으로 자원 확보 등 국익으로 자연스럽게 귀결될 수 있다.
한국은 아프리카 대륙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빈곤극복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를 효과적 또는 전략적으로 활용할 경우 ‘국가적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의 개발경험 전수는 아프리카의 개발협력 수요에 부응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많은 정책담당자나 학자들은 우리의 개발경험에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이며 자국의 국가개발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우리의 성공요소를 도입하고자 하고 있다. 또한 개발경험 전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비교우위가 높은 개발협력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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