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razil] 세계는 왜 브라질을 주목하는가?

    입력 : 2011.05.27 14: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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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드만삭스가 2001년 브릭스(BRICs)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이래 브라질은 세계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그 후 10년 동안 브라질은 실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삼바나 축구가 아니라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던 세계는 이제 남미의 전통적인 맹주 브라질을 새로운 시선으로 주목하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브라질은 경제 발전과 함께 양극화를 줄이는 데도 상당히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셈이다. 이러한 브라질 경제의 성공은 한 인물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 2011년 1월1일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 대통령 취임식장.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전임 대통령이 8년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우마 호세프 신임 대통령에게 직무를 넘겨주는 자리에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수천 명의 군중이 취임식이 시작되기 몇 시간 전부터 빗속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브라질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서기도 했지만 국민들이 가장 사랑했던 대통령과 아쉬운 이별을 하기 위해서였다. 불과 며칠 전 발표된 룰라 대통령에 대한 국민지지도는 무려 87%. 브라질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전폭적인 신뢰라고 할 수 있다.

    경제성장 이끈 룰라 전 대통령 이날 거행된 취임식에서 룰라는 자신이 후계자로 지명해 작년 말 실시된 대선에서 낙승한 지우마 호세프에게 대통령 휘장을 건네준 뒤 비로소 평범한 브라질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왔다.

    이날 룰라 전 대통령이 지우마 신임 대통령에게 물려준 브라질은 8년 전의 평범한 나라가 아니었다. 룰라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꾸준히 경제성장을 이룩한 브라질은 이미 세계 8대 경제대국이 되었고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이라는 호재를 발판 삼아 오는 2020년에는 G5에 입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브라질이 이룩한 성장에는 무엇보다 룰라 전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는 데 이견은 없다.

    사실 브라질은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1960년대 이후 ‘미래의 나라’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닐 정도로 주목을 받아 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인구, 국토면적, 천연자원 등, 모든 면에서 경제대국이 될 수 있는 여건은 항상 존재했던 반면 지진이나 태풍, 화산폭발 같은 대규모 자연재해로부터 자유로운 땅이 바로 브라질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하느님은 브라질 사람’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나라 경영이 문제였다. 군사독재가 계속되면서 경제정책도 잇달아 실패, 고인플레와 화폐개혁, 외채상환 불이행이라는 악순환을 반복하며 브라질은 어느덧 국제무대의 뒤편으로 물러났다. 호황과 불황을 거듭하던 이 무렵 브라질 경제를 비꼬는 말이 ‘닭의 비상’이었다. 날아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제대로 날지 못하는 닭의 비애에 비유한 표현이다. 하지만 쓰라린 실패를 통해 배운 것도 많았다. 특히 아무리 내수 경기를 부양해도 물가를 잡지 못하면 실제적인 성장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과 불어나는 외채를 갚지 않고는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고 투자 유치 또한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은 브라질 경제가 배운 소중한 교훈이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 페르난두 엔히키 대통령에 뒤이어 룰라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브라질 안팎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룰라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하자 환율이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았고 국가신인도는 끝없이 추락했다.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노동자당(PT)을 창당하고 당대표로서 오랜 기간 동안 사회주의적 시각을 견지하던 진보 진영의 핵심 리더 룰라가 정권을 잡았으니 외채도 갚지 않을 테고 국가기반 산업을 국영화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들이 태반이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히려 룰라 대통령은 시장친화적 실용주의 경제정책을 강력한 리더십으로 주도해 나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노동자당을 비롯한 진보 진영에서 반기를 들고 항의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때 “노동지도자 룰라는 노동자들을 위해 일했지만 대통령 룰라는 브라질 전체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말로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해 나갔다.

    그는 실제로 보수진영과도 과감히 손을 잡아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의회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재임기간 동안 수차례 닥쳐온 정치적 위기를 때론 대화와 타협으로, 때론 국민들의 높은 신임과 지지를 등에 업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극복해 나갔다. 2005년 정치스캔들이 휘몰아치자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룰라 행정부의 브레인 주제 질세우 수석장관과 성공적인 경제정책의 선봉장 안토니우 팔로시 재무장관을 비롯해 많은 거물급 정치 리더들이 비리 혐의로 정계에서 퇴진해야 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정치적 동지들까지 내쳐야 하는 룰라 개인으로서도 힘든 시기였다. 하지만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키는 결단력으로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고 결과적으로는 더 큰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을 보여준 예라 할 수 있겠다.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 희망 심어줘 이런 카리스마는 소통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가 선호했던 대중과의 소통방식은 연설이라는 직접적인 형태다. 빈곤층 출신으로 자수성가했다는 자신감이 군중을 휘어잡는 연설에 여과 없이 흘러나온다. 룰라는 재임 기간 동안 지방출장을 670일, 외국방문을 470일 다녀 브라질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은 출장 일수를 기록했다. 특히 대중 앞에 서서 직접 연설하기를 좋아했던 룰라 전 대통령은 마치 유명 가수의 콘서트를 방불케 할 정도로 엄청난 인파를 몰고 다니곤 했다.

    또 즉흥 연설에서도 청중들을 웃기고 울려 가히 대중 연설의 달인이라 불릴 만하다. 즉흥 연설이다 보니 완벽할 리 없었다. 특히 집권 초기에는 룰라의 연설이 문법이나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매스컴의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게 오히려 서민적인 대통령의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키는 장점이 되었다. 정규교육조차 받지 못한 룰라가 대통령이 됐다는 사실은 그의 어린 시절과 같은 처지의 빈곤층은 물론 대다수 중산층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고 바로 이들이 룰라를 지지하는 부동의 버팀목이 되어 준 것이다.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는 룰라의 리더십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긴축재정, 세수확대, 연금개혁 등, 까다로운 정책들을 필요할 때마다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갔다. 불안 요소로 작용하던 재정을 개선한 뒤 외채를 조기 상환하고 만성적인 고인플레를 잡는 데도 성공했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빈곤층을 위한 사회복지정책들도 과감히 실시했다. 바로 여기에 룰라 경제정책이 성공한 비결이 있다. 선성장 후분배라는 기존의 경제논리를 따르지 않고 성장과 분배를 같이 하자는 것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을 기업의 성장에 걸림돌로 보지 않고 오히려 소비 증진을 위한 해결책으로 보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었다. 볼사파밀리아 정책을 통해 빈곤층 가정에 현금을 지원을 했다.

    실제로 2000만 명 이상이 절대 빈곤에서 탈출했고 3000만 명 이상이 중산층으로 올라섰다. 브라질은 룰라 재임 기간 중 연평균 7.5%라는 경이로운 수준의 실질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닭의 비상’이라고 놀림받던 브라질 경제가 ‘독수리의 비상’으로 힘차게 날아오른 것이다. 룰라가 취임하기 전 7000달러 수준에 불과하던 브라질 국민 1인당 GDP는 재임 마지막 해인 작년 1만 달러를 넘어섰고 같은 기간 동안 물가와 실업률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브라질 경제의 펀더멘탈이 강화되자 세계 각국의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속적인 성장세와 함께 월드컵?올림픽 특수까지 겹쳐 브라질이 세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투자처 중 하나로 부상한 것이다.

    미국을 제치고 투자하고 싶은 나라 3위 등극
    1.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바 축제.<br>2. 브라질 대선 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전 대통령(가운데)과 지우마 호세프 당시 집권 노동자당 대통령 후보(왼쪽)가 공동 유세를 펼치는 모습.<br>3. 브라질 룰라 전 대통령(왼쪽)이 지우마 호세프 신임 대통령에게 축하키스를 하고 있다.
    1.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바 축제.<br>2. 브라질 대선 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전 대통령(가운데)과 지우마 호세프 당시 집권 노동자당 대통령 후보(왼쪽)가 공동 유세를 펼치는 모습.<br>3. 브라질 룰라 전 대통령(왼쪽)이 지우마 호세프 신임 대통령에게 축하키스를 하고 있다.
    브라질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브라질은 중국, 인도에 이어 전 세계 기업인들이 가장 투자하고 싶은 나라 순위 3위에 꼽혔다. 작년 순위 3위였던 미국을 올해 들어 앞지른 결과였다. 최근 수년간 브라질 투자를 대폭 확대한 나라로 단연 중국이 돋보인다. 2010년 한 해 동안 브라질이 유치한 외국인직접투자(FDI)의 총 규모는 526억 달러인데 그 중 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70억 달러가 중국이 투자한 것이었다. 투자 부문별로 보면 주로 석유, 천연가스, 철광석 등, 자원개발과 함께 농지 및 농산물 관련기업 매입에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이 원자재와 식량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중국 국영 CCTV는 작년 12월 상파울루에 중남미 지국을 개설했고 내년에는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로 현지 방송까지 시작할 계획이다. 한편 브라질 이민 역사가 100년을 넘긴 일본은 현재 브라질에 400여개에 이르는 업체가 진출해 있다. 우리 기업의 진출 역사는 일본에 비해 짧지만 최근 들어 빠른 속도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KOTRA 상파울루센터 이정상 차장은 “브라질은 1억9000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갖는 내수 소비시장의 가치와 함께 남미시장의 교두보로서 큰 매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현재 브라질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수는 60여개에 달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기업은 삼성과 LG. 브라질에 진출한 지 불과 10여 년밖에 되지 않은 두 한국 기업은 필립스, 도시바, 파나소닉 등 전자업계의 전통 강자들을 제치고 브라질 전자제품 시장에서 1, 2위를 다툴 정도로 급성장했다. 한국 기업들의 성공의 비결은 우수한 품질, 경쟁력 있는 가격, 지속적인 기술개발 및 투자라고 현지 유력 일간 <오 이스타두 지 상파울루>는 분석한다. 연간 350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 세계 4위의 자동차 시장으로 올라선 브라질에서 수입판매와 조립생산에 만족하던 현대차도 현지 완성차 생산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시작한다. 오는 2월 25일로 예정된 피라시카바 공장 기공식에는 지우마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2년 완공 후 당초 연간 15만대를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25만대로 늘려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들어 브라질을 주목하는 기업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는 무엇보다 캄피나스-히우 고속철(TAV)공사의 사업자 선정에 관한 것이다. 한국컨소시엄에는 현대로템, 삼성SDS, LGCNS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의 현재 계획에 따르면 우선사업자 발표를 한 뒤 6월까지 최종사업자를 확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20조가 드는 대규모 사업인 관계로 여러 가지 예상치 못하는 변수가 작용한다. 실제로 고속철사업에 대한 브라질 정부의 시간계획이 벌써 수차례 변경된 바 있다. 원래 작년 5월 발표 예정이었던 것이 11월로 연기됐고 다시 대선 이후로 연기돼 오늘까지 온 것이다. 다양한 이권이 개입될 소지가 큰 공사라서 룰라 집권 말기에 결정하는 게 부담이었으리라는 말도 설득력이 있다.

    캄피나스-히우 고속철(TAV)공사 사업자 선정 초미의 관심사 구체적인 예산 계획이 발표되자 프랑스, 일본 등 경쟁국가 컨소시엄들이 타산이 없다고 잇달아 입찰을 포기했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한다. 브라질 정부가 판을 새로 짜 기회를 다시 주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현재 브라질 정부로서는 공사비 전액을 다 주는 대신에 준공 후 20년 동안 운영권을 주겠다는 계획이다.

    일단 공사에서 손해를 보고 장기간에 걸쳐 이윤을 낸다는 건 기업으로서 상당한 모험이다. 우리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원자재 가격 상승, 환경문제로 인한 설계 변경 등으로 인해 사업 기간 중에 당초 책정된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게 고속철사업의 특징이다. 남은 시간 동안 사업 타당성과 관련해 KTX사업을 경험 삼아 철저한 검토작업을 거쳐 이를 토대로 사업을 진행한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정재민 / 한국외대 포르투갈어과 강사 jaeminbr@gmail.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호(2011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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