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dia] 인도는 왜 멀게만 느껴지는가?

    입력 : 2011.05.20 15:5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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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가 인도와 공식 행사를 할 때마다 언급되고 프레젠테이션 도입에 자주 등장하는 얘기가 있다. 한국과 인도의 관계는 2000년 전 가락국의 김수로왕이 인도 아유타국 출신의 여인 허황옥을 왕비로 맞으면서 시작된, 오래된 사이라는 것이다. 이후 통일신라 시대 승려 혜초는 불교 발원지인 인도를 다녀와 기록을 남겼다. 그후 오랫동안 인도는 우리에게 설화 속 나라 또는 종교의 나라로 인식되어 왔다. ‘종교와 신비의 나라 인도’라는 인식은 최근 젊은 층에게도 그대로 이어지는 느낌이다. 근래 개봉된 한국 영화 <김종욱 찾기>의 여자 주인공도 10년 전 인도 배낭여행 속의 추억을 잊지 못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그려지며 인도는 여전히 신비하고도 강력한 힘을 가진 나라로 묘사됐다. 가까워지는 경제적 거리 그런데 문제는 ‘현실 속의’ 인도는 종교의 나라도 신비의 나라도 아니라는 데 있다. 인도는 세계 12위의 GDP 규모(2008년)를 가지고 있으며(우리나라는 현재 16위), 2020년대에 세계 3위, 2030년대에는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매년 30만~40만 명이 응시해 8000여 명만이 합격한다는, 미국 MIT보다 들어가기 어렵다는 인도공과대학(IIT)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기초과학 기술을 중시하는 나라이자 미사일이나 핵무기 자체 개발은 물론 우주선도 성공적으로 쏘아 올리는 기술강국이다.

    2010년 1월부로 한국과 인도 간에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 공식 발효됐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인도에 대한 수출은 전년보다 45.3% 증가(104억 달러)했으며, 수입도 43.1%(52억 달러) 증가했다. 물론 인도 경제가 회복된 영향도 있었겠지만 CEPA의 효과를 어느 정도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인도에 대한 직접투자는 지난해 9월까지 발표된 실적을 기준으로 볼 때 큰 변화가 없는 듯하다. 투자 신고건수와 투자금액이 2009년 한 해 125건, 2억4100만 달러였던 것이 2010년 9개월 동안에는 118건, 1억3800만 달러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경제적 교류에도 여전히 인도는 한국인에게 낯설고 먼 나라이며,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 나라다. 무엇이 인도를 멀게 느껴지게 하는가?

    (왼쪽 위) 인도 아유타국 출신의 여인 허황옥을 왕비로 맞은 가야국 김수로왕 어진 / (오른쪽 위) 경남 김해 수릉원 내에 건립된 허황옥 동상 / (아래)매년 30만~40만 명이 응시해 8000여 명만이 합격한다는 인도공과대학(IIT)은 기술강국 인도의 자랑이다.
    (왼쪽 위) 인도 아유타국 출신의 여인 허황옥을 왕비로 맞은 가야국 김수로왕 어진 / (오른쪽 위) 경남 김해 수릉원 내에 건립된 허황옥 동상 / (아래)매년 30만~40만 명이 응시해 8000여 명만이 합격한다는 인도공과대학(IIT)은 기술강국 인도의 자랑이다.
    여전히 먼 문화적 거리 먼저 객관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를 보자. 네덜란드 사회학자인 홉스테드(G. Hofsted)는 1980년대 IBM의 전 세계 현지법인의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국가문화 차이를 비교했다. 이 연구는 방대하고 흥미로운 결과로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학계에서 널리 인용되고 있는데, 이 연구에는 한국과 인도의 문화 차이가 잘 나타나 있다.

    홉스테드는 크게 4가지 범주로 국가문화를 비교했는데 권력거리(power distance) 정도, 개인주의 대 집단주의(Individualism vs. collectivism), 남성성 대 여성성(Masculinity vs. femini-nity), 불확실성 회피(uncertainty avoidance) 정도를 지수화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과 인도는 넓게 보면 같은 동양권임에도 4가지 범주에서 모두 큰 차이를 보인다. 먼저 권력거리는 여전히 카스트 계급구조 영향을 받고 있는 인도가 한국보다 높게 나타났다. 인도인들은 상하 구분이 분명하고 권력을 가진 자에게 복종하는 태도가 강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나라도 권력거리 점수가 낮은 편은 아니지만 인도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평등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성 지수도 인도가 한국보다 더 높게 나타났는데, 인도인들이 더 경쟁적이어서 성공과 업적을 중시하며 남녀간 성역할 차이가 뚜렷한 반면 한국은 인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삶의 질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고 볼 수 있다.

    개인주의 지수에서는 인도가 한국보다 매우 높게 나타났다. 한국은 ‘우리’라는 말이 매우 발달할 정도로 집단의식이 강하므로 자연히 개인주의 지수가 낮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90% 이상이 중매결혼을 하며 온 가족을 동반하고 여행을 다니고 일상생활의 크고 작은 의사결정이나 경조사가 가족 중심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인도의 개인주의 성향이 높게 나타난 것은 의외다. 이것은 인도인들이 자신의 가족, 그리고 조금 더 넓은 의미의 가족인 커뮤니티(동일 직업을 가진 하부 카스트 집단) 내에서는 집단주의적이지만 가족과 커뮤니티 밖에 대해서는 매우 개인주의적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혈연 가족을 넘어서 마을, 학교, 교회, 나아가 회사나 국가도 ‘우리’ 범주에 포함시키고 확장된 의미의 ‘가족’으로 여기지만 인도인들은 자신의 커뮤니티를 벗어나면 완전히 믿을 수 없는 ‘남’으로 간주한다.

    불확실성 회피 지수는 한국 사람들이 인도인들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났다. 한국인들은 좁은 영토에 단일 민족과 단일 언어 등의 제한된 사회 속에서 남들과 다르지 않게 살아가며 안정된 미래를 선호하는 반면 광활한 영토에 복잡다양한 문화 속에서 나고 자라는 인도인들은 오히려 새롭고 다른 것을 수용하는 자세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홉스테드의 국가문화 비교는 30년 전에 조사됐고 IBM 조직에 근무하는 세계인을 대상으로 조사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특히 조사에 응한 인도인들은 상위 카스트 계층의 고학력 엘리트일 가능성이 높아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인도인들과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홉스테드의 지수 비교는 한국인들이 인도에 낯선 이유, 인도인들과 비즈니스를 하거나 인도에 진출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를 어느 정도 설명해 준다.

    16세기부터 서양인들이 향신료와 황금의 땅 인도를 찾아 나서기 시작하면서 동양을 신비하고 후진적이며 비합리적으로 보는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이 굳어졌다. 영국은 1857년 세포이 반란 이후 인도를 직접 통치하기로 하면서 인도 식민 지배를 합리화하고 영국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강력한 이념을 만들어냈다. 반대로 인도와 인도인들을 열등하고 후진적으로 단정지었으며, ‘신비한 인도(Incredible India)’라는 이미지를 조장했다. 이를 인도의 합리성을 부정하여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근대 영국의 지배 아래 인도를 종속시키려는 전략이었다고 호미 바바와 같은 역사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이러한 인도에 대한 이미지는 서구를 거쳐 한국에 전해졌으며 오늘날까지도 이러한 ‘편견’이 인도와 인도인을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이옥순 교수는 이를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책에서 ‘복제된 오리엔탈리즘’으로 부르고 있다. 즉 19세기 영국 제국주의자와 마찬가지로 인도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이 순진하지도 대등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우리나라는 경제발전 지상주의에 빠지면서 한 국가를 평가할 때 주로 경제발전이나 1인당 GDP 수준의 잣대를 사용해 왔다. 그리고 학교에서 인도를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매우 후진적인 나라라고 배웠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인도인을 일단 ‘동정심’으로 쳐다본다. ‘어떻게 이렇게 가난하게 사느냐고. 어떻게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살 수 있냐고…’. 이런 동정심은 어느덧 제국주의적인 태도로 연결돼 인도와 인도인을 얕잡아 보고 무시하도록 만든다. 인도에서 또는 인도인과 비즈니스를 하는데도 내면에 이런 태도를 가지고 허술하게 대하다가 십중팔구 실패를 맛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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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현대 정치적 이념 차이 여기에다 한국과 인도는 근현대의 역사적 경험이 상이해 정치·사회적 이념이 크게 다르다. 우리나라가 한국전쟁을 거치며 반공사상을 국가의 지배 이념을 삼고 몇 차례 쿠데타와 군부 독재를 거치면서 군대문화 또는 강성문화(hard culture)가 주축이 된 반면 인도는 아직도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 사상이 존중되는 국가다. 중앙정부에서 공식 정당으로서 활동하는 공산계열 정당 수가 5개나 되며 주정부 차원에서는 웨스트벵갈과 케랄라 주에서 공산당이 집권하고 있다. 마하트마 간디와 초대 총리 네루를 위시해 인도의 주요 정치인들은 모두 사회주의식 정치 이념을 지향했으며 199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마르티야 센 교수 등의 학자들도 사회주의 사상이 짙다.

    반공사상과 군부독재에 의해 일사천리로 급속하게 경제 발전과 산업 개발을 이룩해온 한국인들에게 현재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쉽게 이해될 리는 없다. 독립 이후 대다수 신생국이 겪었던 쿠데타와 군부독재를 전혀 경험하지 않았던 인도는 지금도 이상적인 이념들을 고수하고 있으며, 사회적 약자를 모두 돌보는 ‘포괄적 성장(inclusive growth) 정책’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다.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며 농어민과 천민, 부족민들이 반대하면 그들이 소유하거나 생계를 유지해 오던 땅을 정부가 강력히 매입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현재 다수의 수력 댐, 화력 발전소, 제철소, 정유소, 대형 공단 건설 프로젝트들이 추진되지 못하고 중단되거나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인도 최대의 국경일인 Republic day 퍼레이드
    인도 최대의 국경일인 Republic day 퍼레이드
    인도와 가까워지는 방법 인도와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먼저 편견 없는 순진한 자세로 인도를 대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인도는 더 이상 신비의 나라도, 종교의 나라도 아니다. 세계 최빈국이거나 후진국으로 봐서도 안 된다.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어린이들은 인도 정치인들에게 맡기고, 인도를 세계 경제대국이자 기술강국 그리고 인구대국으로 인식해 경쟁과 협력을 도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즉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알고 협력해 윈윈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즈니스뿐 아니라 문화와 인력 교류를 더욱 확대하고, 정부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대학이나 연구소 간에도 협력을 넓히고 각 기업들은 인도 지역 전문가들을 대거 육성해야 한다.

    지난해 하반기에 영국, 미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의 총리나 대통령이 줄줄이 인도를 방문했으며 일본 정상과는 도쿄에서 만났다. 세계 각국이 성장 잠재력이 가시화되는 인도, 조만간 세계 최고 인구 대국으로 부상할 인도와 협력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강대국들과의 경쟁에서 우리가 인도와 성공적인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전략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임정성 /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 jsimm@posri.re.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호(2011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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