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데크 데이터센터 겨눈 이란, AI시대 전쟁의 공식 바뀌나

    입력 : 2026.04.03 15:37:22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13일(현지시간) 미군이 이란의 핵심 석유 수출 기지인 하르그섬의 군사 시설 90여 곳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13일(현지시간) 미군이 이란의 핵심 석유 수출 기지인 하르그섬의 군사 시설 90여 곳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클라우드는 오랫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의 언어로 설명돼 왔다. 데이터는 공중을 흐르고, 연산은 먼 어딘가에서 이뤄지며, 서버는 소비자에게 드러나지 않는 후방 설비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중동에서 벌어지는 최근 긴장은 이 익숙한 인식을 단숨에 뒤집고 있다.

    이란이 미국의 AI·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을 겨냥한 보복을 공언한 뒤 바레인의 아마존 클라우드 센터 공격을 주장하고, 두바이 오라클 데이터센터 타격까지 언급하면서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기반시설이 아니라 지정학 충돌의 전면으로 떠올랐다.

    두바이 당국은 오라클 시설 피격 주장을 부인했고, 개별 피해 사실이 모두 확정된 것은 아니다.

    다만 분명한 점은 하나다. AI 시대의 데이터센터가 이제는 실제 분쟁의 표적 목록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보이지 않는 전장이 된 서버실

    이번 사안을 읽을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공격 주장’과 ‘확인된 피해’를 구분하는 일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4월 2일 바레인의 아마존 클라우드 센터를 겨냥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두바이의 오라클 데이터센터도 타격했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해 UAE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반면 아마존 AWS는 공식적으로 “이미 3월 초 UAE와 바레인의 일부 데이터센터가 드론 공격으로 손상됐다”라며 “전력과 연결 장애로 복구가 길어질 수 있다”라고 공개한 바 있다.

    이번 위협은 단순한 선전전이 아니라, 상업용 데이터센터가 실제 물리적 충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이미 보여준 흐름 위에서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이 장면이 유독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데이터센터를 지나치게 오래 ‘보이지 않는 기술 설비’로만 여겨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의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저장 창고가 아니다. 기업의 회계 시스템과 금융 결제, 물류 운영, 영상회의, 공공 서비스,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생성형 AI 연산이 모두 이 공간 위에서 돌아간다.

    서버실 하나가 흔들리면 기술기업 몇 곳의 장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경제와 기업 운영 전반으로 충격이 번질 수 있다.

    결국 데이터센터는 물리적으로는 건물이지만, 기능적으로는 현대 경제의 신경망에 가깝다.

    왜 데이터센터를 노렸을까?
    미국 버지니아주 애시번에 있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
    미국 버지니아주 애시번에 있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

    데이터센터가 표적이 되는 첫 번째 이유는 그것이 AI 산업의 실물 기반이기 때문이다.

    AI는 소비자에게 챗봇이나 추천 서비스, 자동화 기능의 형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규모 전력과 냉각 설비, 반도체와 네트워크 장비를 먹는 물리 인프라 위에서 작동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는 약 415TWh였고, 2030년에는 945TWh 안팎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는 이제 디지털 경제의 부속품이 아니라, 전기와 자본, 기술 주도권이 한곳에 응축되는 AI 시대의 공장으로 바뀌고 있다.

    공격자 입장에서는 이 공장을 흔드는 것이 상대의 기술 역량과 경제 질서를 동시에 압박하는 가장 상징적인 방식이 된다.

    두 번째 이유는 데이터센터가 민간과 안보의 경계를 흐리는 이중적 성격을 갖고 있어서다.

    미국 국방부는 2022년 AWS,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에 공동전투용 클라우드 사업인 JWCC를 부여했다. 이는 상업용 클라우드 역량이 더 이상 기업용 서비스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군사·정보 체계의 핵심 기반으로도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번에 거론된 걸프 지역 특정 데이터센터가 실제 미군 작전에 쓰였다는 공개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공격 주체 입장에서는 데이터센터를 단순한 민간 설비가 아니라 ‘정보처리 능력과 연산능력의 집적지’로 인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과거 유전과 항만, 송전망이 전략 표적이었다면, 이제는 서버와 저장장치, 냉각설비까지 같은 범주의 표적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중동 AI 허브의 역설

    특히 이번 긴장이 더 민감하게 읽히는 이유는 중동이 지금 세계 빅테크의 차세대 AI 거점으로 빠르게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AWS는 이미 바레인과 UAE에 리전을 운영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오라클 역시 걸프 지역 인프라 확장에 공을 들여왔다.

    로이터는 지난 3월 “중동이 미국 빅테크의 AI 컴퓨팅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데이터센터가 많아질수록 이 지역은 디지털 경제의 중심지로 부상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만큼 지정학적 표적 가치도 함께 올라간다.

    과거 중동의 핵심 전략 자산이 유전과 정유시설이었다면, 이제는 AI 연산능력을 떠받치는 데이터센터가 새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위협이 기술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데이터센터가 흔들리면 금융과 유통, 통신, 제조, 공공행정까지 충격이 번질 수 있다. 그래서 기업들에 필요한 대응도 단순한 보안 강화 차원을 넘어선다.

    특정 지역에 인프라를 과도하게 집중하지 않는 분산 전략, 전력·통신 장애를 고려한 백업 체계, 리전 간 이전이 가능한 클라우드 설계가 이제는 비용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서버를 넣어두는 부동산이 아니다.

    국가 경제와 기업 운영, 안보 인식이 교차하는 전략 자산이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더 많은 GPU를 확보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GPU가 돌아가는 장소를 얼마나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느냐가 곧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게 됐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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