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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부동산 시장] 뒤늦게 공급카드 내놓았다지만 | 용산·과천·마포 등 알짜 입지, 분양만 되면 ‘로또’… 정부 정책 신뢰 바닥, 공급 약속 안 지키면 민심 대란
입력 : 2020.08.25 14: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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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택 공급을 위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했다. 8월 4일 정부가 ‘8·4 공급대책’을 통해 2028년까지 수도권에 13만2000가구를 신규 공급하겠다고 밝히자 시장에서 나온 얘기다. 이날 발표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은 ▲신규택지 발굴(3만3000가구) ▲3기 신도시 등 용적률 상향 및 기존사업 고밀화(2만4000가구)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공공재개발 활성화(7만 가구) ▲규제완화 등을 통한 도심공급 확대(5000가구)를 통해 13만2000가구를 추가 공급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통해 일단 30·40세대의 ‘패닉바잉’ 현상은 다소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신규택지 발굴과 도심 공급확대로 나오는 신규 입지 중에 ‘똘똘하다’고 평가받는 입지가 제법 되기 때문이다. 치솟는 집값에 놀라 ‘영끌 대출’로 매수할 집을 알아보던 30·40세대가 알짜 입지 택지 매물로 수요가 분산되고 있어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가 진작 이 같은 공급 대책을 내놨어야 한다”며 “이번 대책은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규 택지 물량 중에 실수요자 입장에서 가장 구미가 당기는 매물은 ‘서울지방조달청(1000가구)’ ‘정부 과천청사 일대(4000가구)’ ‘용산 캠프킴(3100가구)’ ‘국립외교원 유휴부지(600가구)’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서울지방조달청 부지는 지하철 3·7호선 고속터미널 역세권으로 반포대로를 사이에 두고 서울성모병원을 마주하는 자리다. 한두 블록 떨어져 있는 반포 신축 아파트들은 3.3㎡당 높게는 시세가 1억원을 호가하는 등 서울의 최고 부촌으로 인정받는 곳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급 물량이 나올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만약 분양 형태로 물량이 나온다면 최고의 ‘로또’가 될 전망이다.
3100가구를 공급하는 용산 캠프킴 용지 전경. 총 5만1700㎡ 규모 이 땅은 미군의 반환을 놓고 현재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있다.
국토부는 9월 GTX-C노선과 정차역을 최종 확정하는 기본계획 최종 발표를 할 예정인데, 서울 성동구는 왕십리역, 경기 안양은 인덕원역, 의왕은 의왕역 추가 신설을 정부에 요구하는 상황이다. 성동구는 “왕십리역은 지하철 2·5호선과 분당선 등 5개 노선이 통과하는 서울 동북권 최대의 교통 요충지여서 환승 효과가 탁월한 왕십리역에 반드시 열차가 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천과 인접한 인덕원역, 의왕역에 정차가 확정되면 과천청사역 인근에서 열차가 다소 느려질 우려는 있지만 부동산 가치에 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26년 말 개통 예정이었던 일정은 다소 늦어질 염려는 있다. 국토부는 8~9월 GTX-C노선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11월 사업시행자 모집 공고 후 내년 4월 사업시행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내년 말 착공이 유력하다.
삼각지역과 붙어있는 ‘용산 캠프킴’ 부지 역시 최고의 알짜라 할 만하다. 당초 이곳은 상업시설 등이 혼합된 복합부지로 개발될 예정이었지만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급작스럽게 등판한 모양새가 됐다. 이곳에 3100가구가 들어서면 이곳 거주민은 도보로 5분이면 용산공원에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가 자랑할 만한 거대한 도심공원이 내 집 안방 앞에 펼쳐지는 셈이다. 과천보다는 작지만 3100가구 규모 공급 물량은 ‘가뭄의 단비’가 되기에 충분한 물량이다.
강남·용산권을 빼고도 서울 곳곳에 신규 택지 공급 물량이 들어가 있다. 그 중 최대 규모는 육군사관학교와 붙어있는 태릉CC 부지다. 경춘선 갈매역과 인접해 있는 곳으로 현재 골프장으로 활용되고 있어 부지조성 공사가 거의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언제라도 바로 공사에 돌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1만 가구에 달하는 물량 공세가 눈에 띈다. 이곳은 강남·용산만큼 부동산 시장이 뜨거운 곳은 아니지만 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호재는 가득한 곳이다. 갈매역에서 1정거장만 가면 곧바로 별내역이 나온다. 별내역은 3년 뒤 지하철 8호선 개통이 예정되어 있고, 얼마 전 예타를 통과한 GTX-B노선이 들어서는 곳이다. 서울 동북부 교통 거점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곳이다. 지하철 8호선이 별내역을 통과하면 갈매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30분 안에 잠실까지 이동할 수 있다. 서울 강남권 접근성이 몰라보게 좋아지는 것이다.
서울 서북부에서는 3500가구가 계획된 서부면허시험장 부지가 단연 알짜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DMC와 바로 인접한 곳이다. 다만 이곳은 지하철까지 거리는 꽤 멀 것으로 보여 다소 아쉬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만약 분양물량이 나오고 분양가만 싸다면 대박랠리가 이어질 수 있는 입지라 할 수 있다.
8월에 서부면허시험장 부지 인근에 있는 수색증산뉴타운에서 자이(Xi) 브랜드 3개 단지가 청약을 진행했는데 DMC센트럴자이(증산2구역) 280가구 모집에 3만6025명이 몰려 평균 128.7대 1의 경쟁률로 모든 주택형이 청약을 마감했다. DMC아트포레자이(수색7구역)와 DMC파인시티자이(수색6구역)도 각각 69.3대 1, 45.3대 1의 평균 경쟁률로 1순위에서 청약을 끝냈다. 일반분양가는 세 단지 모두 3.3㎡당 평균 1992만원이었는데, 입지와 가격 경쟁력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큰 인기를 끈 것이다.
정부가 곳곳에 있는 자투리 부지를 총동원해 공급에 나선 것에 대한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정부가 상당량의 주택공급을 뽑아냈는데 이는 주택구매 불안 심리를 낮춰 적잖은 30∼40대가 크게 오른 기존 주택 시장에 진입하기보다 청약으로 방향을 전환할 것 같다”며 “무주택 실수요자를 분양 시장에 대기시키는 것만으로도 집값 상승을 제어하는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미 발표한 3기 신도시 물량까지 합치면 청약 고가점자와 생애최초특별공급, 신혼특공 등 대기 수요자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기보다 긴 호흡으로 청약 시장을 노려볼 유인이 더 커진 셈이다.
서울 용산구 주민 역시 정부의 8·4 수도권 공급대책에 반발하는 집회를 용산역에 여는 등 ‘홍보전’을 시작한 상황이다. 과천시와 지역 주민들은 ‘민·관·정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이날 오후 과천 중앙공원 분수대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김종천 과천시장도 정부과천청사 앞에 ‘천막 시장실’을 내고 반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의 ‘영끌 공급정책’이 지역 반발에 막혀 효과가 반감될 여지가 남아있는 셈이다. 만약 정부가 보장한 물량이 크게 줄어들거나 할 경우 정부 정책 신뢰도가 크게 하락하면서 청약 시장에 대기하던 30·40대가 다시 주택 매수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는 정부가 이 지역에서 공급하는 물량 중 다수가 임대가 아닌 ‘분양’임을 전제로 한 얘기다.
또 정부가 이날 발표한 물량 중에 사전 수요조사 없이 산정된 목표치가 다수 포함돼 실제 공급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정부는 공공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해 7만 가구를 신규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발표 직후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민간이 공공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참여하지 않으면 극단적으로 여기서 나오는 신규 물량은 ‘제로’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참여한 민간 재건축 사업에 용적률 500%, 최대 50층 등을 허용하되, 이에 따라 늘어난 주택 일부를 거둬들여 공공분양·임대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재건축 단지 내 주택소유자의 3분의 2가 동의해야 사업이 시작된다.
하지만 정부가 언급한 5만 가구는 정부의 기대감이 반영된 목표치에 불과하다. 국토교통부 측은 ‘서울에서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전인 사업장 93곳, 26만 가구 중 20%가 사업에 참여한다고 가정했을 때 나온 수치’라고 설명한다. 과학적 산출이나 조합의 의사를 타진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이 정책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 간 불협화음이 거세지면서 마찰이 나오는 모양새다. 8·4 공급대책이 나온 당일 서울시가 공공재건축에 대해 정면 반박하는 브리핑을 열어 불만을 표시한 게 대표사례다. 서울시는 8월 4일 오후 브리핑을 열어 이날 오전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 중 하나인 공공재건축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공재건축 인센티브의 핵심인 35층 층고 제한도 풀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재건축 시장의 여러 특성상 언밸런스(불균형)하다고 (정부와의 논의에서) 주장했는데 정부가 최종적으로 결정했다”며 “정부 정책에 참여해서 가야겠지만 공공재건축으로 가는 것은 방향성 측면에서 적극 찬성하기 힘들다”고 입장을 밝힌 것이다. 서울시의 협조 없이는 공공재건축 공급은 실현 가능성이 극도로 떨어진다. 시장에서는 이미 여기서 나오기로 한 5만 가구 공급을 놓고는 기대를 접는 분위기다.
[홍장원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분양가상한제 유예 종료 전매제한 ‘최장 10년’ 신축 아파트 전세 없어진다 공공분양에만 적용됐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7월 29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의 재개발·재건축 단지에서 공급되는 일반분양 아파트의 분양가격이 현재 수준보다 5~10% 낮아질 전망이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크다.
분양가상한제는 주택 분양 때 택지비와 기본형 건축비, 가산비를 합한 가격 이하로 분양가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노무현정부 당시인 2007년부터 7년간 시행된바 있다. 이때는 공공·민간택지 모두에 적용했다. 이후 2014년부터 민간택지에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분양가격을 간접 통제하다가 6년 만에 다시 민간택지에도 적용토록 부활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입법이 된 분양가상한제는 당초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올해 4월 2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재건축 등 정비조합의 조합원 총회가 어려워진 점을 고려해 한 번 더 3개월 유예기간을 가진 후 7월 29일부터 시행됐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은 서울 18개 구(강남·서초·송파·강동·영등포·마포·성동·동작·양천·용산·서대문·중·광진·강서·노원·동대문·성북·은평) 309개 동과 경기 3개 시(광명·하남·과천) 13개 동 등 총 322개 동이다.
아파트 분양가는 크게 건축비와 토지비를 합해 계산되는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기본 토지비와 가산 건축비를 통제해 가격을 낮출 것이라는 예상이다. 분양가에서 땅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 선인데 정부가 민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때 토지비를 산정하는 방식을 예전보다 더 깐깐하게 해서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실수요자를 위해 분양가를 낮게 공급하는 만큼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수요 유입을 막기 위해 전매제한과 거주의무가 붙는다.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가 80% 미만인 주택은 당첨일로부터 10년간 전매가 제한되고 시세 대비 80% 이상 100% 미만은 8년, 시세 대비 100% 이상은 5년간 전매가 제한된다.
5년 이내 실거주 의무기간이 부여되고 전매제한 위반자에게 청약 자격이 10년간 제한된다. 국토부는 향후 주택법 시행령을 통해 구체적인 거주 의무 기간을 설정할 예정인데, 이미 거주의무가 있는 공공택지보다는 완화된 2∼3년 정도의 의무 기간이 부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규정을 위반했을 때는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상한제 주택 거주자가 거주 의무 기간 생업 사정 등으로 이사를 가려 한다면 분양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주택 사업자에게 매각해야 한다. 무조건 최초의 분양가에 정기예금 금리만 더한 금액으로 LH에 매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분양가 6억원에 입주해 3년을 거주한 경우, 해당 주택의 시세가 8억원으로 올랐다고 해도 ‘6억원+3년 금리’만 받게 된다. LH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해당 주택을 매입해야 하고, 이를 다시 입주를 원하는 매수자에게 제반 비용만 더한 비슷한 금액으로 매각하게 된다.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서 앞으로 수도권 신축 전세는 보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는 실거주 의무가 붙기 때문에 입주때 전세 물량이 나올 수 없다. “서울 신축 아파트는 ‘리미티드 에디션(한정판)’처럼 부르는 게 값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 면목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양도세 비과세(거주 2년) 요건을 채우려고 상당수 집주인이 실거주를 택하면서 전세 물량이 많이 줄었다. 그런데 앞으로 서울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집주인이 의무적으로 입주해야 한다니 신축 전세는 씨가 마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대차법 도입으로 서울 전셋값이 한 달 사이 2억원씩 뛰고 있다. 그 중에서 신축 아파트는 상승폭이 유독 가파르다. 그런데 앞으로 입주를 앞둔 신축 전세는 사실상 불가능하니 ‘전세 품귀’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이선희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0호 (2020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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