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택트 전성시대] Part Ⅱ 주식시장도 온택트 | 네이버·카카오 무서운 질주… 증시 지형 바뀐다

    입력 : 2020.06.26 15:08:56

  • 주식시장에 곡소리가 날수록 가격도 더 오르고 거래량도 늘어나는 종목이 있다.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가 아니다. 바로 ‘언택트’ 주다. 코로나19로 인해서 경기침체 하방 압력이 거세질수록, 대면접촉이 필요한 업종들의 실적 악화가 눈에 보일수록 상대적으로 언택트 업종들은 더욱 빛을 발한다. 대면 접촉 없이도 얼마든지 성장하고 이익을 낼 수 있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는 언택트 업종의 랠리라고 부를 수 있다.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가 모두 5월부터 신고가를 찍었다. 2년 전 2600선까지 넘봤던 코스피는 2200선을 재탈환하는 것도 버거워하지만 이들 종목들은 하락장이나 상승장이나 상관없이 주가는 올 상반기 고공행진했다.

    이는 한국뿐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다. 인터넷, 클라우드, 이커머스 같은 비대면 산업은 오히려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과 같은 경우는 오히려 매출액이 상향조정되고 있다. 여기다 투자자들의 성장주 선호로 밸류에이션 수준 자체가 높아지는 효과까지 더해진다. 진성혜 한화자산운용 에쿼티팀장은 “언택트주에 몰리는 시장의 관심과 이익전망을 보면 주당순이익(EPS)의 증가에다 멀티플의 증가도 나타날 것으로 본다”며 “과거 적자였던 아마존이 산업생태계 변화의 기대로 엄청난 멀티플을 받았던 것처럼 언택트 기업들도 높은 멀티플이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음식점 테이블에서 모바일로 주문·결제를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는 ‘테이블주문’ 기능을 출시했다.
    네이버는 음식점 테이블에서 모바일로 주문·결제를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는 ‘테이블주문’ 기능을 출시했다.
    ▶성장에 대한 목마름, 희소성이 언택트 주가 올린다

    물론 이들 기업이 내는 이익의 절대치에 비해서는 지금 주가는 고평가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이 기업들의 이익 성장세다. 지금 시총 7조원 이상인 기업 중에선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가 가장 높은 이익 성장률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컨센서스 기준으로 올해 엔씨소프트는 전년 대비 120%, 카카오는 100%, 네이버는 38%의 영업이익 증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국 시장의 합산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의 선호는 성장주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주가는 미래 성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현재 시점에서 숫자로 반영하는 대표적인 선행 지표라 코로나19 국면과 무관하게 차별화된 성장이 나올 수 있는 기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산업생태계 변화로 네트워크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플랫폼 기업의 가치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다”며 “투자 시에 주가이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과 같은 과거 잣대가 아닌 사업 모델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플랫폼 기업이나 성장주가 상대적으로 드물어 그 희소성이 더 높은 가치를 받기 때문에 최근 언택트주들의 랠리가 더 두드러진 측면이 있다.

    이효석 SK증권 자산전략팀장은 “지금은 신경제와 성장이 확실한 이른바 고PER주로만 몰리고 있는데 우리 주식시장에 이런 조건을 가진 종목들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라며 “에너지 섹터 주식이 대부분인 캐나다에서 시총 1위는 쇼피파이(shopify)라는 이커머스 주식인 것처럼 투자자들은 희소한 대상에 대해서 훨씬 높은 프리미엄을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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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커머스가 끌고, 페이가 밀고

    카카오와 네이버는 단순 검색엔진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커머스와 페이 영역에서의 투자가 결실을 보면서 종합 플랫폼으로서의 사업모델이 지속적 성장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는 ‘선물하기’ ‘메이커스’ ‘쇼핑하기’ 등의 커머스가 비대면이라는 특성을 십분 활용해 규모를 키우고 있고, 업계 전반적인 커머스 활성화에 따른 카카오페이 결제액 증가도 예상된다”며 “네이버도 업계 최고수준의 온라인·모바일 쇼핑 거래액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네이버페이 거래액도 견조하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톡보드와 커머스의 견조한 성장과 신사업 부문의 적자폭 감소로 외형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동반되면서 카카오는 작년까지 신사업 추진비용이 실적의 발목을 잡던 모습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다.

    네이버 역시 쇼핑검색 호조로 비즈니스 플랫폼의 견조한 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라인 페이 마케팅비 감소로 적자폭도 축소될 전망이다. 이경일 연구원은 “2분기 이후 일본 공정위의 경영통합 심사결과가 확정될 경우 라인 관련 실적이 중단사업 손익으로 반영되며 올해 네이버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6% 늘어난 1조2000억원으로 급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금까지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된 수입원이었던 광고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해소된 상태다. 작년까지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가 부진했던 이유 중 하나는 유튜브에 잠식당한 검색과 광고 때문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국내 광고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네이버의 쇼핑검색 광고와 카카오의 톡보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왔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급증하는 이커머스 네이버와 카카오의 리레이팅을 이끌고 있다. 코로나19를 통해 이커머스의 시장 소비층이 청년층에서 중장년층으로 확대되었다. 최근 카카오에서는 럭셔리 액세서리나 잡화까지 팔 정도로 거래품목도 확대됐다. 네이버쇼핑과 카카오커머스의 기업가치는 각각 7조5000억원, 1조3000억원가량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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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제 넘어 금융회사 되고 있는 네이버·카카오

    네이버와 카카오는 금융으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6월 8일 ‘연 3% 수익률에 결제 시 3% 네이버포인트 적립’ 혜택을 내세운 네이버통장을 출시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은 최대 9%포인트 혜택을 받도록 했다.

    카카오페이 역시 증권 계좌를 본격화해서 향후 자산관리, 투자,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빠르게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증권 계좌 개설자는 현재까지 총 125만 명에 달한다. 지난 3월에는 서비스를 개시한 지 28일 만에 50만 계좌를 돌파했다. 펀드 투자 계좌도 약 100일 만에 증권 계좌 중 전체의 16%에 해당하는 20만 계좌를 넘어섰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2025년경 기존 금융기관 수익의 40%를 핀테크 업체에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며 “올해 국내 금융업종의 시총은 19% 감소했는데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시장 점유율이 확대될수록 금융업종의 시가총액 감소분은 향후 핀테크 빅테크 업종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웹툰 등 디지털 콘텐츠도 인기

    트래픽 증가뿐만 아니라 네이버와 카카오 플랫폼에서의 디지털 콘텐츠 구매액도 늘고 있다. 특히 웹툰은 실적 개선의 동력이라 할 수 있다. 개인 간의 오프라인 연결이 단절되면서 웹툰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늘어난다.

    황승택 연구원은 “네이버의 경우 웹툰을 포함한 국내 콘텐츠 매출이 최근 1년간 분기별 평균 21% 증가했고 전년 대비 66% 증가를 기록했다”며 “카카오 역시 작년 4분기 회계조정 전 기준 웹툰 분기성장률은 13%,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고 말했다. 특히 웹툰에서 시작된 콘텐츠 지적재산권(IP)이 드라마, 영화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의 웹툰 서비스에 대한 전략은 더욱 적극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웹툰 시장규모는 2020년 135억달러로 추산되는데 한국 웹툰은 빠른 디지털화와 최적화된 플랫폼과 수익모델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중에서 네이버웹툰은 한국, 미국 등 글로벌 시장의 성장을 향유하고 있으며 카카오페이지는 양호한 수익성과 관계기업의 가치 평가가 기대된다.

    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
    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
    ▶언택트 따른 핀테크 결제 수혜

    결제 관련 기업들도 언택트의 수혜를 받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요 결제 업체의 ‘결제 부문’ 합산 실적은 전년 대비 20.2% 늘어난 매출액 3060억원, 영업이익은 17% 늘어난 281억원이었다. 1분기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36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늘어나면서 실적이 확대된 것이다. 국내 대표적인 결제 관련 기업은 KG이니시스와 NHN한국사이버결제, KG모빌리언스가 있다.

    KG이니시스는 배달앱과 넷플릭스 등을 중심으로 거래금액이 늘어났다. 여기에 수익성이 좋은 중소형 신규 가맹점 유입도 이어지고 있어 2분기 실적이 더 개선될 여지가 있다. 온오프라인 통합 결제 서비스도 신규 프랜차이즈를 계속 넓혀가며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NHN한국사이버결제는 쿠팡, 티몬 등 소셜 커머스 거래금액 증가 효과를 봤다. 페이코오더를 중심으로 O2O 부문의 공격적인 확장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KG모빌리언스는 신용카드 PG 올앳 합병 효과에 따른 실적 확대가 두드러졌다.

    KG모빌리언스와 함께 휴대폰 결제 시장을 3분하고 있는 다날, 갤러리아컴즈의 성장도 기대된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휴대폰 결제사들의 매출은 전년에 비해 대략 10~15%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휴대폰 소액결제 한도금액이 100만원으로 늘어난다는 호재도 있다. 박지원 교보증권 연구원은 “휴대폰 결제 기업들은 올해 전방산업인 이커머스 시장 성장에 더불어 휴대폰 결제 산업 파이 증가라는 두 가지 수혜를 모두 누릴 가능성이 높다”며 “2015년 휴대폰 결제한도가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늘어날 때 다날과 갤러리아컴즈의 매출성장률은 전년 대비 30%가량 늘어났다”고 말했다. 특히 이 경우 고액의 상품까지 휴대폰 결제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이 긍정적이다. 작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을 상품군별로 볼 때 여행 및 교통 서비스는 17조5000억원 가전·전자·통신기기가 14조6000억원으로 가장 큰 거래금액을 차지했다. 지금까지 한도가 60만원인 휴대폰 소액결제로는 여행이나 전자기기 부문의 상품을 구매하기는 어려웠지만 결제 한도 상향으로 이 상품군도 소액결제 판매범위에 포함되게 된다.

    ▶게임사 중에선 엔씨소프트 독주

    코로나19는 왕년의 게임팬들을 다시 끌어모으고 있다. 통계분석기업 닐스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게임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이용시간이 20% 정도 늘어났다. 특히 미국에선 45% 늘어났다. 록다운과 야외활동 제약으로 실내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에서 게임 시간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엔씨소프트도 코로나19로 실내활동이 늘어난 ‘린저씨(10대 때 리니지 게임 유저였던 청장년층)’를 끌어모으면서 일매출이 크게 늘어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엔씨소프트는 올 들어 주가가 44%(6월 12일 기준) 상승했다. 넷마블, 펄어비스 등 다른 게임주들도 코로나19 국면에 선방했지만 엔씨소프트와 같은 주가 상승세는 보여주지 못했다. 올해 넷마블이나 펄어비스가 전년 대비 20% 수준의 영업이익 상승이 기대되는데 비해 엔씨소프트는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의 두 배는 넘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게임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모든 게임회사들이 높은 프리미엄을 받는 시기가 아닌 소수의 회사들에 프리미엄이 집중되는 시기가 오면서 충성도가 높은 유저, 네트워크, 글로벌화를 갖춰야 주요 글로벌 게임회사(넥슨, 액티비전블리자드)와 같은 20배 이상의 PER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코로나19로 인한 실내활동 시간 증가로 유저지표가 개선됐다. 이경일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니지 프랜차이즈의 견고한 매출을 바탕으로 올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64% 늘어난 2조8000억원으로 확대되면서 이익성장을 견인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하반기에도 주가 흐름은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리니지2M의 일매출은 30억원을 예상하며 리니지M의 일매출도 23억원가량이다. 이처럼 글로벌 지역 확장과 IP 다각화로 엔씨소프트는 승자독식의 게임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흥국 증시 엑소더스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외국인들이 매수하고 있는 주식이라는 점도 향후 주가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음악(스포티파이)이나 영상(유튜브, 넷플릭스)에 이은 디지털 콘텐츠 시장 동력으로 게임 산업을 지목하고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창권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엔씨소프트의 외국인 지분은 51.7%에 달하고 있고 미국에 상장된 게임업종 투자 상장지수펀드(ETF)에 엔씨소프트가 편입되어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글로벌 게임 산업 성장에 엔씨소프트가 수혜를 볼 것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제림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8호 (2020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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