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 “소통경영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글로벌 일류은행 만들 것”

    입력 : 2015.12.24 16: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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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통합해 자산 기준으로는 국내 최대인 KEB하나은행을 만들었습니다만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은행으로 성장시키고 글로벌 일류은행으로 키우는 데 밑거름이 되겠습니다.” 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국내 최고의 상인 제3회 럭스멘 기업인상을 수상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11월 2일 시상식에서 “특히 IB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적 금융그룹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회장은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이 지지부진하자 직접 전현직 노조위원장을 만나 이틀간 밤샘협상을 벌여 극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강력하고 헌신적인 리더십을 보였다. 또 하나금융 회장실에 ‘회장실’이라는 표시가 없는 대신 ‘Joy Together’라는 문패가 걸려 있을 만큼 직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경영으로 금융권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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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 외환은행이 통합해 총자산 399조원의 KEB하나은행으로 출범했습니다. 통합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저금리 저성장이 지속되고 핀테크가 확산되는 등 금융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 통합이 난항을 겪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위기를 돌파하고 하나금융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조기통합을 이끌어냈습니다.

    통합으로 기존 두 은행의 핵심역량을 공유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하나은행은 가계금융과 자산관리에 강점이 있었고 외환은행은 수출입금융과 외환, 기업금융이 강했습니다. 이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면 영업상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하나와 외환 모두 경쟁 은행보다 영업망이 적었는데 두 은행의 결합으로 주요 은행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절감으로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구매와 물류 부문에서는 이미 통합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고 중장기적으로 전산통합과 인력 재배치로 효율성을 높일 계획입니다. 통합 초기에는 비용이 커서 시너지 효과가 잘 드러나지 않지만 전산통합이 완료되는 2016년부터 효과나 드러날 것입니다.

    토크콘서트로 직원들과 직접 만나 소통 ▶소통 리더십으로 유명하신데 경영철학은 무엇인가요?

    제가 계속 강조하는 경영철학은 ‘건강’과 ‘행복’입니다. 하나금융의 미션은 금융 본연의 업무를 하면서 고객과 함께 성장하고 행복을 나누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이 먼저 건강하고 행복해야 합니다.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는 소통경영이 기본이 될 것입니다. 소통을 통해 직원들이 더 가까워지고 친해져야 협업이 가능합니다. 업종의 경계가 없는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키려면 그룹의 모든 계열사가 힘을 합쳐야 합니다.

    언제나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 한다는 게 제 소신입니다. 하나은행장 시절에는 전국 영업점 500여 개를 모두 방문했습니다. 3년 전 회장으로 취임한 후에는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직원들과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꾸준히 마련해왔습니다. 직원들이 회장을 직접 만나 경영에 대한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들으면서 경영진과 하나금융에 대한 신뢰와 소속감을 더 갖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올 하반기부터는 저의 영업노하우를 후배 직원들에게 전하기 위해 직접 강의를 다니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영업에 대한 얘기를 담은 강의가 경영철학 강의보다 더 호응이 좋습니다.

    평소에도 그룹 내 온라인 소통채널인 ‘CEO Talk’를 항상 열어놓고 있어 직급에 관계없이 업무 프로세스 개선이나 비용절감, 마케팅에 대한 아이디어를 저에게 직접 제안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올라온 아이디어 중 좋은 것은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실무부서에 지시하고 제안 직원에게는 작은 포상으로 격려하고 있습니다.

    ▶하나금융 회장으로서 재직하면서 가장 뜻 깊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그룹의 더 큰 도약을 위한 기반을 다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 외환은행의 통합도 그룹 발전을 위한 과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회장으로 취임할 때 외환은행이 그룹으로 들어왔고 다음해에 하나금융그룹 전 임직원이 뜻을 모아 ‘신뢰받고 앞서가는 글로벌 금융그룹’이라는 비전을 선포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룹의 체계 정비를 마무리하고 국내외 금융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기틀도 마련했습니다. 직원들과 함께 하나금융의 새로운 출발을 준비한 것이 가장 뜻 깊은 일입니다.

    회장으로서 남은 임기 동안 KEB하나은행의 IT통합을 완료하고 화학적 결합을 마무리하고 하나금융이 국내 최고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하나금융은 글로벌 일류 금융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최고의 PB 역량과 외국환 능력을 갖고 있으며 하나금융투자의 IB 경험을 결합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국내 최초로 전자지갑 모바일 카드를 선보였고 최근에는 금융권 최초의 통합멤버십인 하나멤버십을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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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시장 경쟁력 강화에 주력 ▶하나금융의 미래와 생존전략은 무엇인가요?

    하나금융을 글로벌 일류금융그룹으로 만들겠다는 ‘BEST 2025’라는 전략 목표를 세웠습니다. 자산뿐만 아니라 이익 기준으로 국내 1위를 하고, 글로벌이익 비중 40%, 비은행 비중 30%를 달성해 글로벌 40위권, 아시아 5위권의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것입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도록 IB부문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생각입니다.

    향후 금융과 IT의 컨버전스에 의한 변화가 계속될 것입니다. 하나금융도 생존을 위해 고객 중심의 혁신과 디지털 기술혁신을 지속할 계획입니다.

    하나금융이 최근 내놓은 ‘하나멤버스’는 그룹의 힘을 한데 모은 계열사 통합 포인트 제도이며 핀테크 플랫폼입니다.

    글로벌시장에서도 하나멤버스와 원큐뱅크의 해외진출을 확대할 것입니다.

    원큐뱅크는 캐나다를 시작으로 향후 중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확대하고 하나멤버스는 중국, 일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현지기업들과 제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시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저소득 소외계층과 다문화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임직원과 가족들이 참여하는 봉사단이 매주 매월 정기적으로 지역사회 복지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11년부터는 임직원들이 후원하는 기부처에 그룹이 동일금액을 지원하는 ‘하나더매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매년 11월 11일부터 다음해 1월 11일까지를 ‘모두하나데이’로 정해 그룹 전임 직원이 참여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 통일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탈북새터민 지원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새터민들의 청년과 대학생들을 그룹 임원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멘토링을 하고 있는데 이 중 일부는 실제 신입사원으로 채용할 예정입니다.

    ▶굉장히 다이내믹한 경영을 하셔서 나중에 은퇴 후에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합니다.

    제가 경영진에게 강조하는 말 중에는 ‘연극배우’가 있습니다. 자기가 현재 맡은 배역에 최선을 다하고 후배들에게 이 무대를 물려주자는 것입니다.

    아직 은퇴 후 계획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몇 가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우선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악기를 배워볼까 합니다. 그룹행사 때 색소폰이나 꽹과리 등을 연주한 적이 있는데 시간이 생기면 제대로 배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제가 얻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봉사활동을 해보고 싶습니다. 특히 우리 문화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주위에 알리는 봉사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사회적 기업에도 참여해보고 싶습니다.

    [윤재오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3호(2015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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