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관습에서 벗어나 바깥의 사고가 필요한 시대

    입력 : 2015.12.24 16: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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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회 LUXMEN 기업인상 수상자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 재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불확실한 경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투자와 채용을 통해 회사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울러 청년실업 문제에도 적극 앞장서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신세계그룹의 20년 숙원사업이라 할 수 있는 시내 면세점 사업권까지 획득해 경영능력을 다시 한 번 검증받았다.

    특히 이번 사업권은 지난 7월 신규 면세점 입찰에서 탈락 후 재도전 끝에 얻은 성과라 더욱 주목된다. 정용진 부회장에게 시내 면세점 획득 과정과 소감 그리고 전반적인 그룹 운영과 비전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세상에 없던 면세점 만들겠다 ▶부산점을 지키면서 서울점까지 획득해 세간에서 ‘정용진 리더십’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직원들을 어떻게 독려했으며, 어떤 리더십을 발휘했는지요.

    신세계다운 신세계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기존의 관습과 논리에서 벗어나 ‘바깥의 사고’가 필요한 시대니까요.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도전하고 혁신하려는 DNA가 신세계 정신입니다. 한계를 돌파해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 그래서 국내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고객과 비즈니스맨들에게 새로운 영감과 인사이트를 제공해 드리는 게 우리 신세계인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내 면세점을 획득하면 ‘세상에 없던 면세점’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는데요.

    기존 시장에서 보지 못한 차별화되고 흥미로운 콘텐츠로 가득 차서 오직 신세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면세점을 말합니다. 콘텐츠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만드는 필수요소입니다. 이를테면 해외 비즈니스맨들이 신세계 면세점을 방문했을 때 사업적 영감을 얻어 갈 수 있는 수준의 면세점을 만드는 겁니다. 국내 고객뿐 아니라 외국인 고객까지도 신세계에 가면 뭔가 새롭고 재밌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이런 신뢰감을 갖게 된다면 굳이 값비싼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세계 곳곳의 고객들이 신세계란 브랜드에 열광하며 찾아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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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동 일대에서 면세점 업계의 강자 롯데와 맞붙어 진검 승부를 벌이게 됐습니다. 어떻게 차별화할 계획인지요.

    지난해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1140만명 중 무려 81%가 명동과 남대문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서울 도심은 쇼핑을 제외한 관광 콘텐츠가 부족해 요우커의 재방문율은 20% 정도며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재방문율은 35%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저희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고 싶은 도심 관광명소를 만들 계획입니다. 남대문시장을 한류 먹거리 특화 골목으로 육성하고, 메사빌딩에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한류 상품이 탄생될 인큐베이팅 역할을 하고, 또한 메사빌딩 팝콘홀을 활용해 정기적인 한류 공연을 열어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도록 하겠습니다.

    ‘비전2023’으로 대규모 투자 ▶미래 성장전략 청사진으로 제시한 ‘비전2023’은 무엇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입니까?

    ‘비전2023’은 2023년까지 매출 88조원 규모의 신세계그룹을 만들겠다는 목표입니다. 백화점은 기존 10개점에 지역 1번점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대형점을 만들고, 이마트는 차별화된 상품과 가격 경쟁력이라는 대형마트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확고한 1위를 유지해 나갈 겁니다. 아울러 변화하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복합쇼핑몰 사업과 온라인 사업도 적극 추진할 예정입니다. 내년 하반기부터 10여 개의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세우고, 모바일 시대를 맞아 온라인 사업에도 과감하게 투자하는 가운데 이번에 선정된 시내 면세점도 내년 4월까지 잘 준비해 면세시장의 새로운 강자의 모습도 보여드리겠습니다.



    ▶내년부터 추진할 10여 개 복합쇼핑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가장 먼저 내년 하반기 하남 복합쇼핑몰이 오픈할 예정입니다. 1조원을 들여 만들고 있는 하남 복합쇼핑몰은 쇼핑과 레저,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초대형 복합쇼핑몰입니다. 특히 하남 복합쇼핑몰에는 명품 브랜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SPA 및 패션 브랜드 등을 유치할 계획을 갖고 있어 기존 백화점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구성의 명품 쇼핑몰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삼송, 안성, 대전, 송도 등 10여 개의 복합쇼핑몰이 각 지역에 차례로 오픈 예정입니다. 복합쇼핑몰 사업은 ‘비전2023’ 달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평소 유통업의 미래는 소비자의 일상을 점유하는 라이프셰어를 높이는 데 달려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라이프셰어가 무엇인가요.

    가족 단위 쇼핑객은 계속 늘어나는데 이를 도심 안에서 수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생활 수준이 높아져 고객들이 여가를 즐기기 원하는데 도심 백화점은 교통 문제도 있고 전 연령대의 가족 단위 고객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은 부족한 편입니다.

    따라서 고객들이 교외로 나가 쇼핑을 하면서 여가와 레저까지 함께 즐기는 라이프셰어 문화가 확산될 것이기에 신세계는 신개념 체류형 복합쇼핑몰 사업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정용진 부회장(왼쪽)이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으로부터 LUXMEN 기업인상을 받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왼쪽)이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으로부터 LUXMEN 기업인상을 받고 있다.
    ▶올해 신개념의 할인점 ‘이마트타운’을 성공적으로 오픈해 화제를 모았는데요.

    이마트타운은 6000평 규모의 이마트와 3000평 규모의 트레이더스를 합쳐놓은 신개념 점포 입니다. 두 개의 점포를 한 장소에 오픈하려고 하는데 단순히 두 매장을 한곳에 모아 오픈하면 시너지가 약할 것이라는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이마트타운’이라고 짓고 가전 전문매장 일렉트로마트와 생활용품 전문매장 더라이프 그리고 식음료 서비스 존인 피코크키친을 새롭게 구성했습니다.

    딱딱한 가전매장에 캐릭터를 입히고 피규어, 드론 등 대형마트에서 볼 수 없던 상품을 도입하니 고객들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습니다. 앞으로도 백화점과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등에 다양한 콘텐츠 도입과 상호 간 접목을 시도할 것입니다.



    ▶청년실업 문제 해결 위한 일자리 창출, 고용난 해소에도 앞장서고 있으신데요.

    지난 9월 ‘신세계그룹 & 파트너사 상생 채용박람회’를 진행하면서 심각한 채용난을 실감했습니다.

    신세계는 지난해 비전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10년간 해마다 1만명 이상, 약 17만명 규모의 채용을 약속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약 1만3500명을 채용했고 올해도 약 1만4500명을 채용했습니다.



    ▶상생 프로젝트 ‘국산의 힘’에 긍정적 외부 평가가 많은데요. 어떤 프로젝트인지요.

    이마트에서 하는 ‘국산의 힘’은 우리 농부와 어부들이 생산한 좋은 국산 농수축산물을 발굴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지난 3월, 8품목을 시작으로 총 63품목까지 확대됐는데요, 올해 이들 상품 매출만 200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산 농수축산물 상품에 대한 판로의 숨통을 터주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점이 뜻 깊습니다. 내년에는 선정 농가와 상품을 더 확대해 매출을 400억원까지 늘릴 방침입니다.



    ▶인문학 전도사로 불리시는데 인문학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인문학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기업 경영과 활동에도 사람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문, 예술을 통해 고객의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해야 고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젊은이들이 인문학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모습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입니다. 제가 종종 인문학 강연을 하는 것은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서입니다.

    [김지미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3호(2015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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