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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 | 벤처 생태계 만드는 M&A 계속할 겁니다
입력 : 2014.12.05 1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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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잘나갔지만 그는 거기서 안주하지 않고 네이버를 뛰쳐나와 사색의 시간을 보내다 카카오를 만들어 다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는가 했는데 이번엔 네이버의 경쟁자인 다음과 합병해 다시 잭팟을 터뜨렸다.
카카오 성공 예감 들 때 가장 기뻤다 김 의장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지금까지 사업을 하면서 가장 기뻤던 일이 무엇인지 물었다. 보통 다음카카오의 합병이나 상장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는 달랐다.
“기쁜 일이 워낙 많아서 하나를 딱 꼽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가장 기쁜 것, 가장 의미 있는 것을 꼽는다면 3년 정도 아무 성과가 없었던 상황에서 최신의 카톡을 출시해 사용자들의 사랑을 받았을 때다. 카톡을 막 시작할 때였는데 성공할 예감이 들었을 만큼 중요한 변화였다. 그때가 M&A에 성공했다거나 상장에 성공했을 때보다도 훨씬 기뻤다. 사업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한국 벤처사에 남을 만한 M&A를 몇 번 했다. 그것도 모두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M&A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벤처기업이 성공하려면 적시에 적정한 자금조달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벤처기업은 자원이 넉넉하지 않다. 성장을 하려면 필요한 기술과 필요한 인력, 필요한 자본을 조달해야 하는데 그것을 위해 M&A가 필요하다. 우리는 인수하고 통합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도 M&A는 계속 한다. 내부에서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지 않나. 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경영을 계속할 것이다.”
그는 이런 생각을 실리콘밸리에 있을 때 갖게 됐다고 했다. 2004년 NHN 단독대표를 역임한 그는 2007년 NHN의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미국법인 대표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그해 8월 그것마저 던졌다. 당시 그가 남긴 사직서 문구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된다.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합니다. 그러나 그게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닙니다.”
충분한 휴식으로 투자 지혜 얻어 비록 성공은 했다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거였다. 이후 언론엔 그가 가족들과 세계여행을 다닌다는 소식이 간간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게 모든 게 아니었다. 사실 김 의장은 미국에 있을 때 실리콘 밸리에 머물었는데 거기서 새로운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실리콘 밸리에 있으면서 본 역동적인 선순환 구조가 너무 매력적이었다. 대조적으로 한국에선 사업을 하려면 자기의 모든 것을 걸고 해야 한다. 실패하면 온가족이 파산할 각오를 하고 해야 한다. 반면에 실리콘 밸리에선 사업계획서 한 장이면 창업을 할 수 있다.”
바람직한 M&A를 통해 미국처럼 벤처기업이 활성화할 토양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거기서 진짜 좋았던 것 가운데 하나는 슬로 라이프였다”고 덧붙였다.
“거기서 나를 돌아볼 계기를 찾았다. 케이큐브벤처스를 창업해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자금을 지원하게 된 것도 그런 휴식을 통해서 얻은 지혜다. 쉬는 게 투자의 계기가 됐다.”
그런데 그는 실리콘 밸리에서 진짜 더 큰 것을 봤다. 스마트폰 태풍이 부는 것이었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서비스가 모두 실패로 돌아갔지만 김 의장은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을 직감했다.
“미국에 있을 때 아이폰이 출시됐다. 스마트폰 태풍이 불어오는 것을 느꼈다.”
스마트폰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그동안 준비한 온라인 기반 서비스 아이디어들을 과감히 포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모바일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서비스가 ‘카카오톡’과 ‘카카오아지트’, ‘카카오수다’ 등이다.
김 의장은 그중에서도 사용자들이 가장 큰 반응을 보인 ‘카카오톡’에 역량을 집중했다. 이후 카카오톡 사용자는 빠르게 증가해 출시 3년여 만에 가입자 1억명을 돌파했다. 현재 카카오 가입자는 1억6000만명에 달한다.
여기엔 국제화도 한몫을 했다.
2011년 카카오재팬을 세워 일본에 진출한 카카오는 이듬해 야후재팬과 합작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으로 범위를 넓혀 가입자를 빠르게 늘려 나가고 있다. 지금은 15개 언어로 230개 국가에 서비스를 제공할 기반을 굳혔다. 단순히 국내 최대 모바일 메신저를 넘어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으로 당당하게 자리를 확장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수많은 모바일 기업의 부침을 목도한 김 의장은 평소 “인터넷에서는 1등 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빠르게 변하는 인터넷 시대엔 무엇보다도 시장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그 의지로 단기간에 가입자를 끌어올린 것이다.
사용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카카오톡은 힘을 얻게 됐다. 카카오는 방대한 사용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디지털 콘텐츠와 비즈니스, 마케팅, 게임, 패션, 유통, 금융 등 다양한 분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뿐 아니라 개발사와 콘텐츠 창작자 등 수많은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상생의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해 모바일 산업 성장에 새로운 기틀을 마련했다.
여기엔 ‘수익을 내는 100만 파트너’를 만든다는 카카오의 기업목표가 한몫을 했다. “모든 것을 혼자 독식하는 게 아니라 ‘함께 만들어 다 같이 혜택을 보는 새로운 ‘생태계 경제’를 만들겠다”는 김 의장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직급 파괴로 격의 없는 소통 지난 2014년 5월 26일엔 카카오와 다음커뮤니케이션의 합병을 전격 발표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모바일 서비스 1위 기업인 카카오와 국내 2위 포털기업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합병으로 IT 모바일 분야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정보, 온라인과 오프라인까지 아우르는 생활 플랫폼 사업자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김 의장은 대한민국 IT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양사의 합병 후 ‘Connect Everything’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또 사람과 사람, 사람과 정보,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람과 사물 등 일상을 둘러싼 모든 것을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혁신을 해나가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처럼 엄청난 일을 해내는 사업가지만 그는 회사 내에선 친근한 형이나 오빠다. 직원들은 그를 ‘브라이언’이라고 부르며 언제든 필요한 얘기를 나눈다. 물론 그 직원들도 ‘덜래스’니 ‘엘린’이니 하는 식으로 닉네임을 갖고 있다. 직급을 파괴하고 편안하게 대하는 데서 참된 소통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다음카카오 직원들은 “김 의장은 유연하고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통하고 있다. 뛰어난 친화력으로 주위에 적이 없을 만큼 원만한 대인관계를 맺고 있으며 평소 직원들과 소통을 중시해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곤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그는 다음카카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는다. 다만 큰 틀에서 회사의 주요 결정이나 조직문화, 장기적 전략 등에 대한 방향을 제시할 뿐이다.
정성열 다음카카오 차장은 “김 의장은 특히 직원들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가는 데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수평적인 조직문화와 ‘신뢰-충돌-헌신’이라는 다음카카오만의 차별화된 기업문화도 김 의장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가족 같은 회사를 만들었지만 그는 리더의 책임만은 강조한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최악의 리더는 결정하지 않는 리더”라는 말을 해 왔다. CEO를 비롯한 리더들은 결정적인 순간엔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1호(2014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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