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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Japan]Re-Japan 일본 현지 좌담…바뀐 건 엔저뿐 아베 힘든 줄타기
입력 : 2013.03.07 1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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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정권의 경제회생책 이른바 ‘아베노믹스’로 달러당 엔화값이 90엔대 이하로 떨어지자 곳곳에서 순풍이 불고 있다.
바뀐 것이라고는 엔저 하나뿐인데 벌써부터 ‘일본 기업의 반격이 시작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따라은 최근 일본 기업의 변화상을 점검하고 이들이 정말 부활할 수 있는지 일본 현지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전문가들과 긴급 좌담회를 마련했다. 참석자는 강명수 주일 한국대사관 상무관, 양혜연 PwC재팬 파트너 겸 삼일회계법인 상무, 유성 한국기업연합회 회장 겸 포스코재팬 대표, 정혁 KOTRA 일본지역본부 본부장(가나다 순)이다. 사회는 임상균 매일경제 도쿄 특파원이 맡았다.
아베 정권이 등장한 지 2개월여 만에 일본에서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강명수 상무관(이하 강) 양적완화, 확장적 재정정책, 성장정책 3가지 기둥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른바 아베노믹스가 일본경제와 기업, 산업을 바꾸고 있다. 주식시장이 급등하고 엔화가 20% 가까이 평가절하됐다. 유성 대표(이하 유) 아베노믹스는 무엇보다 경제 전반에 기대감을 불러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일본 기업들 사이에 “이제 무언가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 오랜 경기침체, 거듭되는 자연재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지가 생기는 것만으로도 아베노믹스는 1차는 성공했다고 본다. 정혁 본부장(이하 정) 과거 일본 정부의 경기회복 정책은 공급을 조절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업과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해결해 보려 했지만 급속한 고령화로 실패했다. 이번 아베노믹스는 수요부문을 정부가 주도해 부활시키겠다는 것이 골자다. 새로운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양혜연 상무(이하 양) 경제회생이란 뚜렷한 목표를 내세우며 국민들에게 비전을 갖게 한 것이 서서히 인정받고 있다. 일본 기업들을 만나보면 분위기 전환이 느껴진다. 아베노믹스와 이에 따른 엔저 덕분에 일본 기업들이 회생할 것이란 기대도 높다 유 최근 실적이 잠시 좋아졌다고 일본 기업이 완전히 회복될 것이라고 보기는 이르다. 아베노믹스가 성공하려면 성장전략이라는 마지막 관문이 필요하다. 양적완화와 엔저를 기업 성장과 소비증대로 원활하게 연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양 사실 일본 기업이 엔저로 혜택 받는 부분은 평가이익이다. 실질적인 이익증가는 아직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아베 총리가 기업들에게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 기업들이 꾸준히 추진한 것이 비용절감이다. 평생고용 전통도 있다. 에너지 문제도 일본 기업에는 큰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인상까지 나서려면 큰 부담이다. 과연 엔저가 일본 기업들에게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의심이 든다.
정 정부가 풀어놓은 돈이 경제회복으로 연결되려면 기업들의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은 체력이 회복이 되어도 당장 급격히 투자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령화 등 일본 내부 문제로 내수시장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언젠가는 다시 엔고로 돌아설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만만치 않다. 유 지난해 일본 자동차 생산대수가 970만대였는데 올해 계획은 940만대로 줄었다. 가전업체의 올해 생산목표도 축소지향이다. 아베 정부가 성장정책, 규제완화 등을 통해 기업들이 본격적인 성장궤도로 진입하도록 여건을 조성할지 여부가 중요하다. 올 하반기 들어 기업들이 생산목표를 상향조정을 할지 지켜봐야 한다. 엔 약세가 일본 기업에게 좋은 기회 요인이 되는 것은 사실 아닌가 강 최근 엔약세 진행으로 일본 기업의 자기자본 확충만 13조엔에 달한다고 한다. 그만큼 투자여력이 생긴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일본 기업의 부활이 달려 있다. 일본 기업들은 이를 활용해 국내투자보다는 해외투자에 더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일본 국내에만 의존해서는 생존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
정 일본 기업의 경영자들은 이 시점에서 엔화 환율에 일희일비하기 보다 환율에 영향을 덜 받는 시스템 구축에 주력할 것이다. 일본은 대지진과 같은 내부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있다. 해외투자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일본 기업 입장에서 장기적인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호기를 맞은 것은 분명하다. 유 지금 주목해야 하는 곳은 엔고에도 불구하고 세계시장 점유율을 유지해 왔던 일본 기업들이다. 화학·소재산업, 부품산업 등이 될 수 있다. 이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결제통화를 달러에서 엔으로 바꿀 정도로 시장지배력을 과시해 왔다. 이들은 엔약세라는 순풍까지 가세해 이익을 배가시킬 여건을 갖췄다. 일본 기업들의 회복은 우리에게 독인가? 약인가?
정 일본 8개 자동차사가 모두 한국 차부품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혼다와 스바루는 한국에 조달사무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우리 자동차 업체가 해외에서 인정받다 보니까 차부품의 품질에서도 인정을 받는다. 그만큼 양국 산업의 협력 가능성은 많다. 앞으로 본격적인 움직임이 전개될 것이다. 양 일본 전자산업도 지나치게 하이엔드 지향을 해왔다는 반성을 하고 있다. 기술지향보다는 전자도 너무 하이엔드 지향에 대한 반성이 있다. 적정 수준에 맞춰 현지화 하는 제품 개발을 위해 한국에 대한 벤치마킹에 관심이 많다. 충분히 한국 기업들과 협력이 가능한 부분이다. 강 자동차, 전자부품 뿐 아니라 건설기자재, 선박부품 등도 이미 일본 기업들이 상당히 많이 쓴다. 특히 동일본대지진 이후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가깝고 품질과 납기 신뢰성이 높은 한국 부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 양 일본 기업의 또 하나 변화는 보편적 모델의 개발이다. 과거에는 자신만의 특정모델에 집착했고, 부품도 그에 맞는 한정된 부품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이제 보편적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플랫폼 산업에서는 기업 간에 자발적 협력이 상당히 진전되고 있다. 카카오톡과 야후재팬과의 제휴가 대표적이다. 경제 산업성은 쿨재팬이라는 콘텐츠 수출을 위해 한국에 대한 벤치마킹도 많이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일 FTA 활용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강 일본은 노동공급 감소, 시장축소, 자본투자 감소 등으로 경제활력이 저하되면서 시장을 넓힐 필요성이 높아졌다. 일본 입장에서 대외개방은 이 때문이다. 문제는 규제로 보호받던 의료 제약 농업 서비스 시장의 개방여부다. 일본의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 외 기술협력은 서로 필요성이 크다. 한일 양국 협력으로 첨단산업 국제표준을 선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정 FTA를 통한 양국 협력확대는 일본이 규제완화 부문에서 어느 정도 진정성을 갖고 개선해 가느냐가 중요하다. FTA는 단순한 관세철폐만으로 볼 수 없다. 인력이동, 의료시장, 서비스시장 등 나머지 부분에서 일본이 아픔을 감내할 진정한 의사가 있는지가 중요하다. 유 객관적으로 보면 아직 일본 산업에 비해 부족한 산업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시적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도 있다. 하지만 크게 보면 일본과 경쟁해서 이기지 못하면서 산업입국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본과의 경쟁을 통해 우리 기업들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한일 FTA를 경계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양국의 전문인력 교류 활성화도 좋은 방법이다 양 삼일회계법인과 PwC 사이에는 한일 양국이 인력을 합친 프로젝트팀이 상당부분 진행돼 왔다. 양국 인력의 장점을 결합해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해 낸 경험이 많다. 유 인력 측면에서는 일본 기업들이 한국 인력의 활용도를 평가하기 시작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요타, 닛산 등 자동차사에는 한국 유학생들이 상당히 입사를 한다. 보수적인 철강회사에도 한국인을 뽑기 시작했다. 한국 젊은이의 우수성과 진취성이 높이 평가받고 있다. 정 요즘 글로벌화를 적극 추진하는 일본 기업 입장에서 글로벌 인력 확보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어느 일본 기업으로부터 한국인을 채용해 중국 사업을 맡겼더니 큰 성과를 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일본인들의 부족한 부분을 글로벌 능력을 갖춘 한국인이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 [임상균 매일경제 도쿄 특파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0호(2013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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