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m or Slide] 재정절벽은 부풀려진 마이너 이슈

    입력 : 2012.12.03 17:26:13

  • “미국 대선이 끝나면 민주·공화 양당이 (재정감축에 대한)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본다. 미국의 재정절벽 발생 가능성은 낮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감세정책을 내세운 공화당 역시 재정지출을 상당 부분 줄일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결국 재정절벽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미국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나왔던 ‘재정절벽(Fiscal Cliff)’ 논란은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용어 자체가 생소해 무언가 있어 보인 점도 한몫을 했다.

    재정절벽이란 과도하게 늘어나는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법(미국 예산은 법으로 정한다)에 따라 세수는 늘리되 재정지출은 축소하고 여기에 맞춰 새해 예산을 세워야 하는 규정 때문에 경제가 급격히 악화되는데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위험을 말한다.

    쉽게 말해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시기와 국민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시기가 공교롭게 맞물려 미국 경제가 휘청거릴 것이라는 얘기다. 세계 경제에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미국이 흔들리면 미약하게 타오르던 세계 경제 회복의 불씨도 꺼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전 세계가 미국을 주시하는 이유다.

    지난해 8월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이후 미국 정치권은 장기 국가부채 감축 협상을 벌여 내년부터 10년간 총 1조2000억달러의 재정지출을 감축한다는 안에 합의했다.

    그런데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경기 부양을 위해 시행한 소득세 감세 조치가 올해로 끝나 세수는 늘어나게 된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의회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각종 혜택이 일시에 종료돼 내년 연간 성장률이 마이너스 0.5%로 떨어진다고 예상했다.

    여야가 별도로 합의하지 않으면 경제가 깊은 골로 빠질 상황에 놓인 것이다.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은 첫 과제로 공화당의 협조를 요구했다. 다행히 공화당 출신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의 회동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내 1차 관문은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보면 뻔한 길로 갈 수 밖에 없는 이슈가 과도하게 시장에 영향을 주었던 것은 미국 대선과 맞물려 정치 바람을 탔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협상이 원만하게 끝날 경우 내년 미국의 GDP가 1.5% 정도 성장하겠으나 양당이 맞부딪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경우 불확실성이 급속도로 확산돼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IMF는 “재정절벽 실현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만약 미국이 재정절벽 방지와 정부부채 상한 조정에 실패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주가하락과 경기침체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폴 크루그먼 교수는 타결이 안 된다 해도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며 민주당이 유리한 입장이라 결국은 타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어쨌든 재정절벽 충격이 발생하면 한국은 수출 등 실물 부문과 주식, 채권시장 등 자본시장 부문 양쪽의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소는 미국 여야가 정치적 합의에 실패할 경우 내년 한국 GDP 성장률은 2.5%까지 후퇴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시 추위는 더 깊어져 시가총액 비중이 큰 자동차, 정보기술(IT) 등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말 미국 소비가 위축되면 기계, 자동차, 부품 수출 둔화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환 매일경제 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7호(2012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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