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ver StoryⅠ]세계은행이 강대국 중국에 제시하는 6대 전략…강대국답게 정부 역할 재정립하라

    입력 : 2012.04.25 14:56:25

  • 지난 2월28일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베이징 월드트레이드센터에 있는 세계은행 베이징 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중에 한 대학 교수가 ‘세계은행은 독약을 가지고 미국으로 돌아가라’는 유인물을 뿌리며 소동을 부렸다. 이 교수는 세계은행 보고서는 중국 경제나 인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중국 국영기업을 약화시켜 서방 기업에 유리하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의 대상이 된 보고서의 원 제목은 ‘China 2030’으로 ‘현대적이며 조화롭고 창의적인 고소득 사회 건설(Building a Modern, Harmonious, and Creative High-Income Society)’이란 부제가 달려 있다. 448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이 보고서는 ‘세계은행 보고서’라고 알려져 있지만 중국 재무부와 국무원 발전연구센터(DRC)가 공동으로 연구해 내놓은 결과물이다. 사실상 중국 정부의 정책 의지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강대국’ 중국의 장기 전략이란 점에서 한국도 관심 있게 연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보고서 작성은 세계은행과 DRC가 공동으로 맡아 서두에 졸릭 총재와 리웨이 DRC 소장이 함께 서명했다.

    연구는 리커창 중국 부총리가 승인함에 따라 2010년 11월부터 시작됐다. 연구팀은 구조개혁과 이노베이션, 녹색성장, 사회개발, 중국과 세계 등 5개 주제별로 연구그룹을 만들었다. 이들은 중국의 각 도시나 기업, 농촌지역을 돌며 현지 조사를 한 것은 물론이고 한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을 방문해 중국이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대안을 만들었다.

    한국의 일부 언론은 세계은행이 중국의 위험을 강조했다고 오보를 날렸지만 이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13억 인구의 중국이 중소득 국가에서 고소득 국가로 나아가는 방향과 그 같은 위상 변화에 따른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개도국, 세계 경제성장 3분의2 담당
    사진설명
    이들은 우선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이 선진국의 기술을 따라잡고, 선진국 성장이 저조할 것이기에 2030년이면 개도국이 세계 경제 성장의 3분의2, 세계 생산의 절반가량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비록 중국의 성장률이 떨어지더라도 그때가 되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했다. 2015년까지 8.5% 수준을 유지하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26~2030년엔 5%선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유로권과 일본의 위축으로 미국 달러화는 여전히 세계의 기축통화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미국 등 강대국의 확장적 경제정책으로 국제통화 시스템의 불안정이 심해지고 주요 통화 환율의 불확실성이 커져 세계 경제에 부담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짐에 따라 위안화의 국제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도 최근 별도 보고서에서 위안화가 기축통화를 향해 진화하고 일부 시장을 점유할 수는 있겠지만 달러가 상당 기간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위안화가 기축통화 지위를 확보하는 정도는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 속도나 성공 여부, 중국 정부의 자본계정 개방 등에 달려 있다고 이 보고서는 보았다.

    경제성장에 따른 문제점들도 담고 있다. 현재의 경제개발 형태는 공기오염이나 수질오염 등 환경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것이고 천연자원의 이용 가능성도 상당히 제약시킬 것이라고 했다. 다만 경제성장은 중산층을 급속도로 늘려 현재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되는 도농 간, 지역 간 소득과 부의 불균형은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했다.

    세계 리더답게 윈윈관계 앞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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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같은 장기 전망에 따라 보고서는 중국이 2030년 강대국으로 나가기 위해 필요한 전략을 여섯 가지로 나눠 무엇을(what), 어떻게(how)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첫 번째 전략은 시장경제의 기반을 강화할 구조개혁을 하라는 것. 구체적으로 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국영기업과 금융기관들을 개혁·구조조정하며, 민간 부문을 발전시켜 경쟁을 증진시키고, 토지와 노동 금융시장의 개혁을 강화하라는 것 등이다.

    두 번째로 이노베이션의 속도를 높이고, 공개 혁신시스템을 만들라고 했다. 경쟁 압력을 가속해 중국 기업들이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글로벌 연구개발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등으로 생산이나 제조 공정의 혁신에 나서도록 하라고 했다.

    세 번째 전략은 녹색성장의 기회를 확보하는 것. 이를 위해 시장을 통한 인센티브 제공이나, 공적 규제, 공공 투자, 산업정책, 연구기관을 통한 개발 등의 방법을 총동원하라고 했다. 녹색개발이나 자원 사용의 효율을 높이도록 장려함으로써 웰빙 수준을 증진하고 고속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국이 환경 보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모든 사람을 위한 사회보장 기회를 확대하고 증진시키라는 것이다. 소득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직업이나 금융, 양질의 사회서비스, 이동 가능 사회보장 등의 혜택이 누구에게나 돌아갈 수 있도록 하라고 했다.

    다섯 번째는 재정시스템 강화다. 지방 정부의 지출이 크게 늘어나는 것에 맞춰서 이들이 적절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주라는 것. 기업이나 금융섹터의 개혁, 녹색성장, 모든 사람들의 기회 균등 등의 개혁과제를 시행하다 보면 공적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필수적. 이를 위한 재정시스템 강화 어젠다는 크게 늘어나는 예산 수요에 맞게 추가 재정자원을 가동하고, 사회보장이나 환경보호 등 목표에 지출을 늘리도록 예산을 배분하며, 중앙정부뿐 아니라 성이나 시·읍 단위까지 지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재원을 마련해주는 등 세 가지로 맞춰졌다.

    여섯 번째는 세계의 리더답게 세계와 윈윈 관계를 만들어 나가라는 것. 가장 큰 요구는 세계 경제에서 능동적으로 지분을 행사하는 주주 역할을 하라는 것이다. 향후 20여 년 간 국제무역이나 투자, 금융기구 등에 적극 참여해 보다 많은 투자 기회를 얻고, 더 높은 투자수익을 얻으며 아이디어나 지식도 많아 받아내라는 것.

    결론적으로 ‘China 2030’ 보고서는 강대국 중국이 나아갈 방향을 담고 있다. 위안화가 언제 기축통화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지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2025년 이후 국제통화 지위를 확보할 것이란 얘기는 외부 연구를 인용해 내비쳤다. 그에 걸맞게 해외 직접투자를 늘리고 다른 나라에 대한 공적 자금 지원도 강화하라고 한다. 경제대국의 자신감을 내보이는 것이다.

    [정진건 기자 borane@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9호(2012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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