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ver StoryⅡ] 한류본색 …미래를 진단한다

    입력 : 2012.04.25 14:4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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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아이유.

    적어도 지금(3월)까지 한류와는 거리가 먼 연예인이다. 아이유는 2010년 여름 이후부터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와 가창력 덕에 연예계에서 대세로 떠올랐다. 걸그룹의 홍수 속에서 그녀는 쓸리지 않고 자기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러나 아이유의 활동 영역은 다른 걸그룹과는 달랐다. 해외로 뻗어나가는 다른 연예인과 달리, 그녀는 한국에서만 활약했다. 올 3월에야 일본 열도에 첫 발을 디뎠다.

    국민 여동생이며, 대세인 아이유지만 일본 진출 성공을 낙관하긴 어렵다. 아이유는 현 한류 흐름 속 주류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카라와 소녀시대 등 현재 한류를 이끌고 있는 걸그룹은 뛰어난 외모와 화려한 군무로 해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동방신기와 2PM 등 소위 ‘잘 나가는’ 보이(Boy) 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아이유에게 그런 외관상의 화려함은 없다. 이는 아이유가 K-Pop의 중심축 중 하나인 JYP엔터테인먼트 오디션에서 낙방한 이유이기도 했다. 아이유는 “스타를 키우는 회사와는 걸맞지 않다”는 이유로 JYP엔터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다시 말하면, ‘국민 여동생’ 아이유는 화려함 면에서 딱 들어맞는 인재상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아이유의 소속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도 이런 현실적 한계를 일본 진출 성공 여부를 셈할 때, 우려 요소로 넣는다.

    아이유를 향한 걱정은 2012년 한류를 보는 공통적인 견해로 담겨 있다. 바로 “K-Pop 한류의 원동력인 세련되고 참신함이 없는 콘텐츠는 쉽게 먹히지 않는다”는 것.

    이 말을 곱씹으면, 추가적 매력의 뒷받침 없이 현재 강점만을 고수하면 한류는 조만간 꺾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기실 객관적 지표로 보면, 한류를 향한 열광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증기처럼 여겨진다. 2011년 업종별 문화콘텐츠 수출 비중을 보면, 게임의 비중이 53.2%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한국콘텐츠진흥원). 한류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방송과 음악의 매출 비중은 각각 6.0%와 4.3%에 불과하다. 이 두 요소는 한류를 끌고 가는 쌍두마차로 보이지만, 실질 기여도는 높지 않은 것이다.

    한류의 핵심인 K-Pop 수출은 아시아에만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0년 한류 해외 소비의 98.8%가 아시아에서 이뤄졌다. 북미와 유럽은 각각 0.5%와 0.4%에 불과했다.

    한류가 지속 가능하려면, 진출 지역과 분야의 편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고무적인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전에 힘입어 한류의 관심 인구 소재지는 아시아에서 남미, 유럽으로까지 확장됐다. 대다수 확산 지역에서 한류는 마니아층의 향유물이지만, 존재 자체는 명확하게 알렸다는 점에서 지역적 확대 측면의 가능성은 고취된 상태다.

    이보다는 내실이 문제다. K-Pop과 드라마 말고 다른 문화 매체를 통한 한류의 확산이 시급하다. 지금은 진보적으로 보이는 한류지만, 발전 없는 형태의 반복이란 굴레에 갇혀 버리면 진부해지면서 인기의 소멸은 시간 문제다.

    아이유의 일본 진출 성공 여부는 그래서 중요하다. 걸그룹 중심의 댄스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문화가 일본 대중에게도 소구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아이유의 일본 진출을 돕는 EMI뮤직재팬은 큰 기대를 갖고 있다. EMI재팬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EMI재팬은 아이유를 우타다 히카루(宇多田ヒカル·Utada Hikaru)를 이을 수 있는 재목으로 보고 있다. 우타다 히카루는 1998년 데뷔한 이후, 일본 여성 국민가수의 계보를 이은 인물이다. 현재 일본에는 이를 이을 여성 보컬이 없다는 판단에서 한국에서 제2의 우타다 히카루를 찾기에 나선 것이다. EMI재팬은 우타다 히카루의 소속사이다.

    EMI재팬은 아이유의 한국 이미지 전략 그대로 일본에서 활용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하던 대로 일본에서 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는 아이유 자체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K-Pop 열풍에 따라 한국에서의 인기는 곧 일본에서의 성공 보증수표가 되는 현실이 깔려 있다. 아이유는 일본 기획사로부터의 러브콜을 2011년 3월 일본의 4대 메이저 음반 기획사로부터 받았다. 아이유는 일본에서 2012년 3월과 7월 싱글 앨범을 내고, 올 하반기 정규 앨범을 발매할 계획이다. 아이유 담당 프로듀서인 로엔엔터의 조영철 이사는 “아이유의 일본 성공 기준은 2년 후 도쿄 아레나 등 대형 공연장 순회공연 여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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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류의 DNA 아시아를 넘어 유럽, 남미 그리고 대중문화의 중심인 뉴욕까지 침투한 한류의 매력은 무엇일까?

    크게 참신, 세련, 보편 등 3가지로 요약된다.

    참신은 기존 서구 중심 문화와는 차별화된 특징을 말한다. 신선함은 단순한 새로움이 아니다. 발전된 형태의 진보가 뒷받침되어 있다. 음악에서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으로 구성된 아이돌의 K-Pop은 일본에서 따오긴 했지만, 변화와 발전에 힘입어 차별화된 새로운 산물을 만들어 냈다는 평을 받는다. 음반 제작사 대표들은 “일본도 K-Pop을 따라오려면 5~6년은 걸릴 것”이라고 자부한다. 일본 음반제작사들은 국내 가수뿐만 아니라 프로듀서에게까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K-Pop 시스템 자체가 앞선 현실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발전은 곧 세련미로 연결된다. 여러 명의 구성원이 함께 서는 무대임에도 완벽한 틀을 이루는 공연은 한류의 대표적인 세련미다. 이는 수년 간의 고된 훈육 과정도 마다하지 않는 연습생 문화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김영민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는 “한류 발전의 근간에는 기획력뿐만 아니라 경쟁력 있는 연예인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은 보편성이다. 대중문화는 ‘문화’라는 태생적 특성 상, 국경을 넘으면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 현재 한류는 이를 뛰어넘었다. 철저한 국제화의 산물이란 얘기다. 보편성 확보 배경은 절실한 생존 투쟁이 자리 잡고 있다. 좁은 내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시장을 취하겠다는 노력이 보편성을 얻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김대원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egofree@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9호(2012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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