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INA RISK… 중국 정말 위험한가

    입력 : 2012.03.26 17:5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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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 3월 14일 10일간의 전인대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이 정치개혁을 하지 않으면 문화혁명과 같은 대혼란기로 회귀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2월27일 “만일 경로를 변경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아주 큰 폭으로, 중국은 경제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라며 중국 경제의 위험을 강조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에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월6일 “신용평가회사인 피치가 지난 화요일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잠재적으로 2012년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가 될 것이다”라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중국 경제의 위험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 같은 일부 외신 보도가 나오면 국내 언론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그대로 받아서 중국이 위험하다고 대서특필한다. ‘중국도 위험하다’(A 경제지) 정도는 양반이고 ‘IMF, 중국 금융시스템 무너질 위험’(B 경제지)이라는 등의 자극적인 제목을 붙인 기사까지 나왔다.

    이런 기사가 나올 때마다 정부 당국자는 물론이고 기업이나 학계의 경제전문가들이 긴장하는 것은 물론이다. 증시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제가 덜컹대면 한국 경제는 진짜 위기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닥터 둠도 “위기 과장됐다” 그렇다면 이들 기사가 전하는 것처럼 중국 경제는 실제로 위험한가.

    먼저 오래전부터 세계 경제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해왔던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3명의 ‘미스터 둠’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지난 3월 초 상하이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란 전망은 너무 과장됐다고 밝혔다. 중국의 은행 시스템이나 부동산 버블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시스템이 무너지거나 부동산 거품이 터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이에 비해 또 한 사람의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중국 경제가 경착륙을 할 리스크가 있다면서 분기 성장률이 6% 미만으로 떨어지고 2012년 연간 성장률도 7.5%에 근접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 지도부가 수출 주도의 경제정책을 빈부 격차 해소와 국내 소비를 진작하는 쪽으로 선회하면서 주거용 주택 투자가 감소하기 시작하고 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들도 정체를 빚고 있다는 것이다.

    겉모습만 본다면 두 사람의 의견은 찬반론으로 팽팽히 맞서는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해석했다면 경제의 ‘ㄱ’자도 제대로 모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두 사람의 견해는 종이 한 장 차이도 나지 않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스티븐 로치가 은행 시스템의 문제나 부동산 버블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나 누리엘 루비니가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연간 기준 7.5% 정도를 예상하고 있는 것은 사실 오십보백보의 얘기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 성장 목표를 당초 예상했던 8.0%보다 다소 낮은 7.5%로 낮춰 잡은 것도 그 정도로밖에 갈 수 없어서가 아니라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원자바오 총리는 14일 기자회견에서 성장 목표를 7.5%로 잡은 데 대해 “경제성장을 통해 인민들의 삶을 향상시키겠다는 목적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중국 경제 총량을 감안할 때 7.5% 성장도 작지 않은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 중국 경제 위기론이 나오는 것은 사실 경제에 대한 몰이해나 정책 또는 지표의 전달 과정에서 오류를 범한 데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일반적으로 ‘위험’으로 번역하고 있는 ‘risk’와 관련해서도 전문가들의 의도를 곡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제에선 이 단어가 위험(danger)의 의미 못지않게 ‘가능성’을 함축하는 의미로 많이 쓰이는 데도 이를 초보적인 수준에서 번역해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주식 시장에선 변동성이 크다는 것(오르거나 내리거나 관계없이 주가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큼을 의미)을 risk로 부르기도 한다.

    전달 과정에서의 오류도 나타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피치의 아태지역 국가신용평가 부문 대표인 앤드루 코쿠훈의 말을 빌려 ‘중국의 경착륙은 잠재적으로 2012년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라고 보도했는데 같은 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와 완전히 반대되는 코쿠훈의 견해를 소개했다.

    “피치는 중국 경제가 2012년 8.2%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유로존이나 중국 자체의 부동산 붐 소멸로 인한 하방 리스크는 있다. 중국은 이러한 쇼크에 대응할 정책의 유연성을 갖고 있다. 진짜 문제는 중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보다 지속 가능한 소비 주도 경제 모델로 이동하도록 관리를 잘 할 수 있느냐다.” 이를 보면 피치의 코쿠훈이 사용한 ‘risk’의 의미는 경착륙이 아니라 ‘성장률이 떨어질지도 모를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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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목표 하향조정은 인민 삶 향상 목적 타임지 역시 ‘왜 중국이 경제 위기를 맞게 되나’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을 달았으나 이는 낚시(?)인 것 같다. 사실 기사의 내용은 논리적으로나 실제적으로나 중국의 경제위기 언급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가 주장한 논거는 중국이 고속성장을 하려고 아시아적 경제개발 모델을 채택했는데 같은 모델을 채택한 일본이 1990년에 시작된 장기침체의 수렁에 빠졌고 한국 역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맞았으니 중국도 위기를 만날 것이란 터무니없는 논리를 적용하고 있다.

    노무라 역시 지난해 11월 비슷한 주장을 편 적이 있다. 노무라는 중국이 2014년까지 연간 경제성장률이 5% 미만으로 떨어지는 경착륙을 경험할 가능성이 3분의 1 정도라는 리포트를 낸 바 있다. 이 리포트에서 노무라는 주장의 근거로 1)과도한 차입에 의한 과도한 투자, 2) 미숙한 금융 구조, 3)민간부문보다 못한 국가 소유기업의 과다, 4)금융 자유화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 5)도시의 성장을 촉진할 농촌지역 인구 잉여의 종료, 6)인구구조상 성장통 과정에 진입 등 여섯 가지를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 연말 유럽위기가 고조되는 와중에 나왔던 부정적인 견해들은 최근 글로벌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차츰 해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BoA메릴린치는 세계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지난해 11월엔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예상한 응답이 16%나 됐으나 최근 조사에선 8%대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당초 8%로 잡았던 올해 성장 목표를 7.5%로 하향조정했지만 글로벌 시장 참가자들이 보는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오히려 개선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시장에선 올해 중국 정부가 성장률 전망을 낮췄지만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안정되면서 중국 통화당국이 통화정책을 보다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기에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4.5%에서 3월엔 3.2%로 안정을 찾고 있다.

    총량으로도 중국은 이미 세계의 경제 강국이 되었다. 미 CIA는 지난해 구매력을 감안한 GDP(PPP기준)가 미국 15조400억 달러, 중국 11조3000억 달러라고 밝혔다. 일본(4조3890억 달러)이나 독일(3조850억 달러) 등은 한참 뒤로 처졌다.



    중국(경제)의 취약점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지속적으로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나오고 있다. 경제대국을 목전에 두고 있는 중국이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은 나름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문제들은 중국이라는 나라나 중앙정부가 위험하다는 것이 아니라 고도성장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나 불협화음, 지방정부나 일부 금융기관의 부실 가능성 등이 대부분이다.

    중국 내외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국 경제 성장 둔화론이나 위험론의 근거가 되는 구조적 문제들은 크게 경제적인 것도 있지만 정치적인 것도 적지 않다.

    문제들은 부동산 투기와 버블, 고령화의 인구폭탄, 소득 4000달러의 함정,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한 생산원가 이점의 약화, 거세지는 민주화 요구, 지방정부 발행 부실채권, 제조업 중심 경제에서 나타나는 에너지 과소비와 탄소 배출 문제, 도농 간 및 연안과 내륙 간 빈부격차, 소수민족의 융합 등으로 요약된다.

    사실 이런 문제들은 최근 세계은행과 중국 국무원 산하 발전연구센터(DRC)가 공동으로 연구해서 발표한 ‘China 2030’ 보고서에 대부분 나와 있다. 이 보고서는 중국이 경제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성장률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중진국 덫’(Middle-income trap)’에 걸릴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 정치 지도자들이 세계인들이 경탄할 정도로 국가 시스템이나 경제를 잘 운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재정 상태도 세계에 내놓을 만큼 양호하기에 알려진 문제들은 중국을 위기로 몰아넣을 정도라고 할 수는 없다.

    원자바오 총리가 지난 14일 전인대 대회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치개혁을 강조한 것은 중국 정부가 문제들을 얼마나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중국 정부는 빈부격차 해소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인식하고 경제성장률을 낮추면서까지 분배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또 금융사기범 우잉에게 여성인데도 불구하고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나 왕리쥔 사건과 관련해 자리를 버티고 있던 보시라이를 원자바오 총리가 공개 비판한 직후 해임한 것도 현재 제기되는 사회불안 요인들에 단호히 대처하고 통치체제를 확고히 하려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요약할 때 중국의 위기론은 세계 경제를 뒤흔들 만큼 큰 것이 아니라 대국으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잔잔한 물결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정진건 기자 borane@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9호(2012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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